▲유럽을 중심으로 수명이 다한 전기차 배터리를 축전용으로 재활용하는 사업이 확산하고 있다. 제1차 자원순환기본계획을 발표한 우리나라도 이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 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ENTECH 2018)에서 관람객들이 소형전기차를 살펴보는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지난 주 정부는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폐기물의 발생을 억제하고 이를 재활용하는 ‘제1차 자원순환기본계획(2018~2027)’의 윤곽을 만들어 국무회의에서 발표했다. 핵심은 2027년까지 국내총생산량(GDP) 대비 폐기물 발생량을 20% 감축하고, 현재 70% 수준인 순환이용률(실질재활용률)을 82%까지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소비-관리-재생’ 전 과정에서 폐기물 발생을 낮추고, 발생된 폐기물은 최대한 생산에 재투입 해야 한다. 특히 에너지전환 시대에 맞춰 발생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태양광 폐모듈, 전기차 배터리 등의 재활용이 중요하다.
이런 가운데 유럽을 중심으로 전기자동차(EV)용 배터리를 축전용으로 재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어 주목된다. 일본 닛산 자동차와 독일 다임러사 등은 성능이 나빠진 EV용 배터리를 전력공급망을 안정시키기 위한 축전시스템에 재활용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EV용 배터리는 시간이 지나면 열화해 항속거리가 짧아지지만 출력은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고정된 장소에 놓아두는 축전지로 쓰는 데는 문제가 없다. EV배터리 재활용 사업은 현재 일본도 시작한 상태이다.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 있는 축구경기장 ‘요한 크라이프 아레나’에서는 올여름 대규모 축전 시스템이 가동을 시작했다. 이 경기장의 축전 시스템은 닛산자동차 전기차인 ‘리프’에서 사용이 끝난 배터리 148대분을 이용하고 있다. 출력 3메가와트(MW)로 상업시설용 축전시설로는 유럽 최대다. 수천 가구가 쓸 수 있는 전력을 저장할 수 있다. 행사가 있을 때 비상용 전원으로 쓰며 보통 때는 인근 지역의 전력공급망 안정용으로 활용한다. 배터리가 고장 나더라도 닛산이 10년간 교환을 보증하기로 했다.
다임러사는 독일 서쪽 에르페링센에 소형차 ‘스마트’의 EV에서 쓰던 배터리를 재활용해 출력 9MW 짜리 축전지 시스템을 가동했다. 3월에 폐쇄된 석탄화력발전소 부지내에 설치해 발전소 대신 전력이 부족할 때 보관한 전기를 공급한다.
다임러와 닛산은 충전소와 축전 시스템 사업을 하는 신생기업인 독일 모빌리티 하우스의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독일 BMW도 자사 공장 등에서 EV용 배터리를 재활용하고 있다. 스웨덴 전력회사인 바텐폴은 영국 풍력발전소에 사용이 끝난 EV배터리를 재활용한 축전시스템을 병설해 발전량 변화가 큰 풍력발전의 전력 조정용으로 쓰고 있다.
축전시스템을 EV배터리 재활용에 도입한 것은 의미가 크다. 국제재생가능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세계 축전지 용량은 전력망용의 경우 2016년 1기가와트(GW) 미만에서 2030년에는 250GW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 입장에서도 전기차를 폐차할 때 나오는 배터리를 직접 수거해야 하기 때문에 배터리 재활용 사업은 구미가 당기는 사업이다. 배터리를 재활용해 코발트 등의 희소자원을 뽑아내는 기술은 유력 비철금속 업체들이 확보하고 있지만 자동차메이커가 직접 이용하기에는 아직 비용이 많이 든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EV용과 축전용 배터리 공용화가 이뤄지면 전기자동차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면서 "가격을 낮추면 전기차 보급 확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국내에서는 전기차를 확대하려는 정책을 펴고 있지만 활성화 되지는 않았다"면서 "전기차가 활성화되면 폐배터리 문제가 급부상 할 것"이라며 "수명이 다한 전기차 배터리를 축전용으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우리나라도 반드시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