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사진=KDB생명·연합) |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KDB산업은행이 KDB생명보험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앞서 KDB생명 매각을 세 차례 시도해 모두 실패했는데, 3전 4기 끝에 마침내 매각 가능성에 청신호를 켜게 됐다.
오랜 기간 숙원이었던 KDB생명 매각을 성공한다면 산은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정책금융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기업금융 지원 등을 강화하며 금융권 수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현재 KDB생명 매각과 관련해 잠재매수사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실사 과정이 끝난 후에는 KDB생명 매각을 위한 본입찰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절차를 시작할 계획이다.
현재 실시가 끝난 곳은 중견 사모펀드(PEF)인 JC파트너스다. 금융권에서는 JC파트너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산은이 KDB생명을 떠안은 것은 10년 전인 2010년이다. 당시 금호그룹 부실이 발생하자 칸서스자산운용과 함께 6500억원 규모의 PEF를 만들어 KDB생명의 전신인 금호생명을 인수했다. 이후 KDB생명은 산은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세 차례 매각을 추진했으나 적합한 인수자를 찾는 데 모두 실패했다. 지난 10년간 산은이 KDB생명에 투입한 자금은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산은은 결국 지난해 9월 네 번째 매각 시도에 나서며 KDB생명 매각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당초 산은은 지난해 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며, 이번에도 매각에 실패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KDB생명이 흑자전환을 하는 등 경영 환경은 개선됐으나 보험업황 불황에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 등 악재가 겹치면서 매각 가격에 눈높이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단 이동걸 산은 회장이 네 번째 매각 시도에 나서며 KDB생명 가격 조정 가능성을 공공연히 밝혔고, 산은도 이익보다는 적절한 시기에 매각한다는 자체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입장을 드러내며 KDB생명 매각 가능성에 좀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사를 진행한 JC파트너스는 KDB생명 지분 92.73%를 약 2000억원에 사들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약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계획하고 있다.
이동걸 회장이 숙원이었던 KDB생명 매각을 성공시켜 무거운 짐이 덜어지면 앞으로는 가벼운 마음으로 정책금융 강화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산은은 지난해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고 구조조정 회사 지분을 넘기면서 중소·중견기업 지원 등 본연의 정책금융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산은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대우건설도 KDB인베스트먼트로 이관했다. KDB생명의 경우 금융 자회사라 또 다른 금융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로 이관하기에는 제약이 있어 산은이 직접 매각을 추진했다.
당장은 코로나19와 관련한 기업금융 지원을 강화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산은은 코로나19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으로 지난달 5조원 규모의 중소·중견기업 대출을 출시했다. 이달부터는 총 3조4000억원 규모로 회사채 인수와 기업어음(CP) 매입을 진행한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저비용항공사(LCC)에 대한 금융지원도 계속되고 있으며, 유동성 부족 상황에 직면한 두산중공업에도 한국수출입은행과 1조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장기화 우려로 기업들의 금융지원 요구가 늘어나고 있어 산은의 정책금융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시장 전반에 걸친 위기 상황에 신속히 대처해, 회사채와 단기자금시장 안정화 지원, 두산중공업 등 기업의 정상화 작업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