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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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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했다" 밀어붙이는 트럼프, 어림없다는 韓...한미 방위비 타결 언제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5.09 09:48

美차관보, '한미동맹' 강조...방위비 분담금 타결의지 확인

50달러 요구 → 13%인상 거부 → '13억달러 최종안' 엄포

트럼프, 11월 대선 성과 절실...협상교착국면 장기화될듯

▲문재인 대통령(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우)(사진=연합)


한국과 미국 간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식 합의가 아직 없는 상태에서 "한국이 합의했다"며 증액 합의를 기정사실화하면서 한미 간에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사실상 선거전 체제로 돌입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공약에서의 성과가 필요한 만큼 양국 간 줄다리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美차관보 "한미 동맹 강력...방위비 소통 계속"

클라크 쿠퍼 미국 국무부 정치·군사 담당 차관보는 8일(현지시간)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한미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한미동맹은 여전히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쿠퍼 차관보는 '합의에 가까운 상태이냐 아니면 교착상태이냐'며 한미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협상의 현 상황을 묻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강(경화 외교)장관, 그리고 나의 동료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와 그의 카운터파트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협상대사) 등 이 모든 의사소통 라인은 계속 열려 있고 활발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협상이 어느 지점에 있는지 구체적으로 말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의사소통은 결코 멈추지 않았으며 분명히 건강한 담론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쿠퍼 차관보는 주한미군내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사태와 관련, '군 사령관들로부터 무급휴직이 대비태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경고가 많았다. 합의 도달에 대한 긴급성에 대해 말할 수 있는가. 이미 대비태세에 대한 영향을 보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긴급성에 대한 인식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 그리고 워싱턴에 있든 서울에 있든, 그 어느 누구든 어느 당사자든 동맹의 침식(erosion)을 보기를 원하는 이는 없다는 말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본적인 견지에서 본다면 동맹은 강력하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것(동맹)은 여전히 강력하다"고 말했다.

쿠퍼 차관보의 이날 발언은 방위비 증액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 공세가 이어지면서 미국의 과도한 증액 압박에 대한 동맹 약화 및 대비태세 우려 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쿠퍼 차관보는 미국의 무리한 증액 압박에 대한 비판여론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동맹을 강조하며 타결 의지를 재확인한 차원으로 보인다.


◇ 13% 인상 걷어차고 13억 달러 증액 전방위적 압박

다만 '타결'의 속내가 미국의 뜻대로 해야 한다는 압박성 발언의 의미가 큰 만큼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놓고 양국 간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임스 엔더슨 미 국방부 정책담당 부차관 지명자가 7일(현지시간)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더 크고 좀 더 공평한 비용 분담"을 거듭 거론하고, 행정부 고위당국자가 '13억 달러'(약 1조5900억원)에 달하는 미국의 '역제안' 수치를 이례적으로 확인하며 여론전에 나서는 등 트럼프 행정부가 전방위적 방위비 증액 압박에 나선 모양새이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부자 나라를 보호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한국은 우리에게 상당한 돈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며 "우리는 매우 많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합의를 기정사실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난달 29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한미 방위비 협상과 관련해 "그들(한국)은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 그들은 내가 취임했을 때 내던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내고 있다"며 "우리는 합의를 할 수 있다. 그들(한국)은 합의를 원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을 더욱 압박하려는 데 방점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인 작년 8월 한국이 비용을 훨씬 더 많이 내기로 합의했다고 언급하고, 지난달 29일 언론 인터뷰에서도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며 사실과 다른 발언을 했다.

문제는 미국이 제시한 금액이 너무 터무니없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은 당초 한국을 향해 50달러를 제시했다. 그러나 한미 협상단이 3월 말 13% 인상안에 잠정 합의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고, 결국 최종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최종 제안이라며 50% 안팎 오른 13억 달러의 분담금을 요구했다. 


◇ '공평한 분담' 원칙 위배...교착국면 11월 대선까지 이어질듯 

한국은 미국의 최초 요구액인 '50억 달러'나 최근 제안한 '13억 달러'나 받아들일 수 없는 액수라는 점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는 분위기다.
   
잠정 합의한 '13% 인상'도 과거 협상에 비춰보면 이례적으로 높은 인상률로 부담인 상황에서 '50% 인상'은 검토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인식이다.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한미동맹의 합리적이고 건강한 발전을 위해선 '공평한 분담'이라는 원칙을 저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국과 잠정 합의했던 13% 인상안이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미국의 '50% 인상' 제안에 대해선 '검토할 필요도 없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미는 미국의 새 제안에 대해 협상단 차원에서는 협상이라고 할 만큼 의미 있는 의견교환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급 간 논의에서도 돌파구가 열리지 않고 있다. 강경화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간 이달 7일 통화에서도 방위비협상은 원론적으로만 다뤄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지난달 18일 통화에서도 방위비협상은 다뤄지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금의 협상 교착 국면이 미국의 11월 대선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어떻게든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공약에서의 성과가 필요한 만큼 한국의 요구를 계속해서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도 대폭 인상은 수용하기 어려운 만큼 미국 대선이 지난 뒤 새로운 국면에서 협상을 진행하는 게 낫다고 여길 수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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