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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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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기후변화와 ‘Me First’ 정책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7.10 08:40

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공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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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공학과 명예교수


지구 온난화는 가뭄, 홍수, 폭풍과 같은 극단적인 기후 참상을 초래한다. 이로 인해 더 많은 곳에서 더 많은 사람이 살기 어려워진다. 더욱이 이런 결과들은 기후변화 폐해 보정을 위한 UN 등 국제기구들과 환경운동·시민단체들의 노력에 정면 배치돼 매우 당혹스럽다. 특히 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가 제시한 대로 2040년 대기 온도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규제를 지지해온 관련 학계도 당혹스러운 것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1990년 이후 72개 개발도상국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GDP 1% 상승 때 0.7%의 온실가스 배출 증가를 유발한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여러 정황상 현존 인류문명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한 ‘파리 협정’의 준수는 어려워지게 됐다.

이런 결과는 자극적인 정보와 현상 파괴적인 주장이 정책 결정에 미친 영향 때문이다. 바로 정책실패다. 정책 결정권자들은 항상 자신들이 새로운 정책 시도를 통해서 왜곡된 시장과 시민들의 관념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많은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지구 온난화 방지대책에 대한 시장 논리 적용의 한계를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온난화를 막는 동시에, 성장과 복지를 증진하는 이른바 ‘녹색개발(green development projects)’은 여러 논리적 한계로 실현이 거의 불가능하다. 적정 탄소가격체계의 부재와 관련 민간 시장의 한계가 가장 큰 제약점이다. 이로 인해 선진국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연간 1000억달러, 총액 1조달러 규모의 후진국에 대한 녹색개발 금융 제공은 불가능하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서는 후진국에 대해 최소 2조8000억달러의 지원이 필요하다. 녹색개발의 꿈은 이렇게 어그러진다. 투입 재원의 부족은 더 많은 갈등과 논란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결국 상호의존적 글로벌 경제체제 붕괴와 자국 이기주의 팽배 등 투입자원의 부족 사태는 인류 공동선(善)인 기후변화 방지 노력을 무위로 돌리는 것 같다.

이런 기후변화 방지 실패는 특히 저개발국 농촌지역 주민들에게 가혹한 영향을 준다. 이들은 가뭄과 홍수 등 지역여건 악화와 농·어업과 같은 생업 유지의 어려움으로 조상 땅을 떠나야 한다.가뜩이나 농촌주민들은 이주여력이 부족해 결국 자국 내 인접 도시로 이주할 수밖에 없다. 농촌주민들의 도시이주는 더 많은 교육, 교통복지, 특히 여성들의 지위 향상에 도움이 되지만 생태계 파괴와 빈부격차 확대 등 많은 도시화 문제를 낳는다. 선진국들은 다르다. 경제가 성장하면 온실가스 배출 등 나쁜 효과는 줄어든다. 이에 선진국 정부나 경제학자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악순환의 방지는 가능하다고 한다. 선진국 관련 정책은 감축 중심이다. 이에 반해 후진국은 성장에 따른 환경재앙은 감수해야 할 필요악이다. 따라서 지금은 지구환경 악화에 적응,생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선·후진국들 간의 대응 체제 격차는 벌어지고 상호보완도 어려워진다.

에너지기업 중 가장 부유한 석유·가스 기업들도 2012년 파리협정 체결 이후에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극히 미흡한 것으로 언론매체에 의해 밝혀졌다. 지난해 3800억달러가 넘는 사상 최대 순이익을 올린 엑손모빌과 BP,사우디 아람코 등 메이저 석유기업들의 기후대응 투자가 극히 미미하고 그마저 관련 투자를 줄이는 상황이다. 파리협정에 따르면 이들 석유·가스 기업들은 2030년까지 생산·수송과정이 메탄 유출을 60% 이상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6000억달러 이상의 저탄소 사업투자가 필요하다. 정확한 투자 규모를 밝히기를 꺼리는 그들의 속성에 따라 투자 규모파악은 어렵다. 다만 민간의 기후변화 대응 투자 부족은 제한된 정부투자를 고려하면 녹색투자 자원 부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우리나라도 기후대응 투자가 줄어들긴 마찬가지다. 2009년 이명박 정부는 향후 5년간 GDP의 2%를 기후변화 대응에 투자한다고 선언했다. 해방 이후 지속해온 저개발국형 ‘You First’ 관행에서 벗어나 선진국형 ‘Me First’ 투자 전략으로 전환을 선언했다. 그러나 2018년 문재인 정부까지 온실가스 감축 성과는 기대 이하다. 이념 추구형 문재인 정부는 세계 12번째 경제 대국이자 OECD 회원국으로서 녹색성장 주도권을 잡는다며 온실가스 배출을 2030년까지 40% 감축하고 2050년에는 탄소배출을 완전제로화하는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이는 선진국에서도 유례 없는 ‘Me First’ 전략이다. 당연히 그 부작용을 우려 움직임이 경제·산업계를 중심으로 고조됐다. 국익에 반하는 이념정책으로 매도되기도 하였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도입 속도 조절, 탈 원전 정책 폐기 등을 통해 이념 정책 완화에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문재인 정부의 ‘2030년 감축목표’는 공식적으로 폐기하지 않고 있다. 가장 최근 나온 IPCC 6차 보고서 검토를 통해 새로운 에너지 전환 정책의 형태로 가시화될 것 같다. ‘You First’ 정책은 물색없고, ‘Me First’ 정책은 책임질 수 없다. 정확한 상황 논리 분석과 논리 개발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지난 20년 이상 변화하는 상황 논리를 모두 해결 가능하다고 해온 전문가들은 이제 그 능력을 보여야 할 때다. 아니면 양심적 침묵을 택하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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