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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행복주택 희망고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5.07.15 14:25

이정우 경제산업부 기자

[에너지경제 이정우 기자] "행복주택은 주변 시세보다 임대료가 훨씬 저렴하지만 인근 직장 재직 등 입주조건도 까다롭고 원룸형인 전용 29㎡는 신혼부부 둘이 살기에 좀 좁은 거 같아요. 또 짐도 많은데다 아이가 태어나면 더 지내기가 어려울 거 같아서 접수하려다가 포기했죠."

지난해 결혼한 후배가 기자에게 전화해 행복주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전세난에 대처하기 위해 도입한 임대주택 사업 중 하나인 행복주택이 첫 입주자 모집에 성공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로·서초·송파구 등 4개 지구 847가구에 총 8797명이 신청해 10.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송파삼전지구 신혼부부 대상 전용 41㎡형은 총 3가구가 배정됐는데 경쟁률은 무려 161대 1을 기록했다. 전용 41㎡형은 원룸형이 아닌 투룸형 구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룸형 구조인 전용 29㎡ 신혼부부용 물량은 미달 사태가 일어났다. 강동강일 신혼부부용 물량은 208가구(일반·우선공급) 모집에 130명만, 구로천왕 지구 187가구에는 143명이 청약했다. 이는 예견된 일이다. 신혼부부는 최대 6년인 행복주택 거주 기간을 고려할 때 출산과 함께 언제든 3~4인 가구가 될 수 있다. 설령 임대료가 저렴하다고 하더라도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1인당 평균 주거면적(33.5㎡)에도 못 미치는 원룸에서 생활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미취업·구직중인 청년들은 입주 신청조차 할 수 없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민달팽이유니온, 대학생주거권네트워크 등 청년 단체는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행복주택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청년(20~29세)은 631만명으로, 이 가운데 취직자와 재학생이 아니면서 구직을 하지 못한 청년은 60만명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대학 졸업생 취직률은 55%이고 청년층의 고용률은 40.7% 수준으로 10명 중 6명은 취업준비생인 것이다. 청년층 절반 가량이 행복주택 입주자격이 안 되는 셈이다.

신혼부부와 청년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2년 전 도입한 행복주택의 취지는 좋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해도 현실과 좀 동떨어진 부분이 있다면 그에 맞는 처방이 필요하다. 정책 당국은 행복주택의 제도적 보완에 하루빨리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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