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H대학교를 다니는 최성훈(26)씨는 셰어하우스를 알아보다 월세가 너무 비싸 단념 후 자취하는 친구 세 명과 돈을 모아 사당동에 투 룸을 얻었다. 셰어하우스에 입주하는 것보다 친구끼리 돈을 모아 투 룸에 사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최씨는 "어떤 셰어하우스는 3명이 한 방을 쓰는데도 월세가 56만원"이라며 "옥탑방 살 때 냈던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으로는 절대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사는 사당의 투 룸은 친구 셋이서 나누면 보증금 700만원에 월세 30만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셰어하우스에 대한 젊은층의 로망은 현실 앞에 무너진다. 사진은 작년에 방송한 SBS ‘룸메이트’, 올리브TV ‘셰어하우스’. 자료제공=각 방송사 |
"방은 둘이 같이 쓰는데 서로 생활패턴이 달라 마주칠 일이 거의 없어요. 혼자 사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태원에서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는 A씨는 서로 마주칠 일이 없는 점을 셰어하우스 장점으로 내세우며 기자에게 방을 보러 오길 권했다. 작년 셰어하우스를 주제로 한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연애의 발견’이나 ‘룸메이트’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하면서 셰어하우스를 향한 젊은층의 로망이 커졌다.
이를 이용해 셰어하우스 장사를 하려는 업자가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셰어하우스의 ‘공동체’ 가치는 하락한 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비슷한 성향 및 취미를 가진 사람끼리 모여 주거공간을 셰어(share)하며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든다는 셰어하우스의 도입 취지와 달리 우리나라는 하숙집의 변형 형태로 자리잡고 있는 양태"라고 꼬집었다.
◇ 여럿이 함께 써도 비싼 셰어하우스
광화문·신촌 등지에서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는 B씨는 "4인실 기준 월세 300만원에 50만원을 받고 있는데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애초 학생보단 여유있는 직장인이 많이 활용하고, 인근 고시원도 40만원이 넘는 것과 비교하면 크게 무리가 가는 금액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셰어하우스는 거실·화장실·주방 등 공용 공간은 함께 쓰고, 개인적인 공간인 침실은 따로 쓰는 형태의 공동주택이다. 하지만 최근 등장하는 셰어하우스는 침실까지 같이 쓰는 경우가 많다. 이런 주거형태에서 쉐어하우스의 장점인 ‘따로 또 같이’의 가치는 찾기 힘들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유선종 교수는 "셰어하우스가 정착된 미국이나 일본, 영국은 공용 공간과 사적 공간을 철저히 분리해 운영하지만 우리나라는 기본 4인실에서 6인실 심지어 8인실까지 등장하고 있다"며 "셰어하우스 의미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주거공간을 수용소처럼 만드는 것은 문제"라고 분석했다.
◇ 퇴색된 ‘공유 경제’
셰어하우스는 가파르게 오르는 전월세난 속에서 ‘공유경제’라는 신개념 주거형태로 저소득층을 위한 이상적인 주거모델로 제시됐다. 헌데 다수의 쉐어하우스는 저소득층은커녕 일반 직장인도 감당하기 힘든 월세를 제시하고 있다. 유 교수는 "4인실 이상이면 그나마 30만원대로 가격이 저렴한 편이지만, 1·2인실의 경우 60∼70만원, 심지어는 100만원을 넘게 받기도 한다"며 "공유경제의 한 전형인 셰어하우스 의미가 무색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셰어하우스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수익형 부동산의 경쟁력 있는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공유경제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셰어하우스 형태의 사회주택을 공급하는 협동조합인 민달팽이 유니온의 임경지 위원장은 "셰어하우스가 건강한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역할을 충분히 한다면, 꼭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하지만 셰어하우스라는 이름만 빌리고 운영은 하숙집과 다름없이 한다면 잘 운영되는 다른 셰어하우스까지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선종 교수도 "셰어하우스라는 그럴듯한 포장만 믿지 말고, 사전에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담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