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김택진 대표 등이 ‘재벌 팬덤’을 형성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들의 행동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내 발언 등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늘며 유명 배우·가수 못지않게 팬층이 두터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 총수 또는 오너 일가가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직접 뛰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 총수일가·CEO가 ‘인기 스타’...이재용·서정진·함연지 등도 팬층 두터워
27일 재계에 따르면 오너일가나 대기업 경영자 등이 ‘팬덤’을 형성하기 시작한 것은 방송, SNS 같은 소통 수단이 발달한 데 따른 것이다. 대중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사례가 늘며 특정인들이 관심·호감도를 쌓아간 것으로 풀이된다. ‘재벌의 삶’에 대한 일반인들의 동경과 호기심 등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고(故) 이건희 회장의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일찍부터 연예인보다 인기가 많은 오너 경영인으로 유명하다. 화려한 외모와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결혼 과정 등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해왔다.
2010년 호텔신라 사장 자리에 오른 이후 보여준 리더십에 주목하는 이들도 많다. 재계에서는 이부진 사장이 섬세하면서도 선 굵은 경영 스타일을 지녔다고 평가한다. 성격과 경영스타일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리틀 이건희’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이부진 사장은 지난해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100대 여성’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87위에 이름을 올렸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SNS 상에서 이미 최고 수준의 인기스타다. 호탕하고 꾸밈없는 모습을 연이어 보여줘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에는 직접 땅끝 마을 해남을 찾아 배추를 딴 뒤, 전을 부치고 김치를 담그는 영상을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허물없는 소통을 통해 팬층을 형성한 사례다. 개인 SNS에 자신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올리는가 하면 경쟁사에 대한 언급도 서슴지 않아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 개인 인스타그램의 구독자 수는 50만명을 넘겼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팬덤도 상당하다. 게임 유저들 뿐 아니라 NC 다이노스 야구팬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김택진 대표’ 보다 ‘택진이 형’으로 더 유명할 정도로 친근감이 높다. 개인의 능력으로 자수성가한 인생 스토리, 꿈을 향해 달려가는 도전정신 등이 그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이밖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오뚜기 3세’ 함연지씨,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등도 대중의 눈길을 잡는 재계 인사로 꼽힌다. 이재용 부회장은 국내 최대 기업을 이끌고 있지만 각종 공식석상에서 특유의 소탈한 모습을 보여왔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딸인 함연지씨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방송에서 신춘호 농심 회장의 손녀딸과 ‘라면 먹방’을 선보이기도 했다. 서정진 회장은 셀트리온 주주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 탄탄한 팬층...기업 이미지 제고 위해 직접 뛴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오너일가 등은 자사 이미지 제고를 위해 직접 뛰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그간 자신의 SNS를 통해 주로 일반인들과 소통해왔지만 최근에는 이마트·스타벅스 등 기업 공식 계정에 등장해 사업 홍보까지 하고 있다. 해남에서 배추를 따는 영상은 이마트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됐고, 스타벅스 21주년 축하 인터뷰에서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요청으로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구매한 ‘못난이 감자’를 이마트에서 대신 팔아주기도 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출연한 이마트 광고 영상 캡처. |
▲김택진 대표가 출연한 리니지2M 1주년 광고 영상 캡처. |
김택진 대표도 지난달 공개된 ‘리니지2M’의 1주년 기념 광고영상에 깜짝 등장했다. 광고 속 그는 우스꽝스럽게 특수 분장을 한 대장장이로 출연해 웃음을 자아냈다. 해당 영상에는 리니지2M 개발을 주도한 이성구 총괄프로듀서, 백승욱 개발실장, 김남준 PD 등도 출연했다. 김택진 대표는 수년 전부터 다양한 자사 게임 홍보 광고에 직접 출연하며 고객들과 소통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