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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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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에너지 전환, '님비'에서 '임비'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3.16 10:00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지난 13일 나고야대학과 리츠메이칸대학에서 주최한 국제학술 행사가 열렸다. 지난해 이맘때쯤 두 대학을 돌며 가지려 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한 해를 미뤄 화상으로 열리게 되었다. 저녁 7시에 시작해서 무려 이튿날 새벽 1시까지 진행되었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낸 또 다른 풍경이었다. 개최국 일본은 물론이고 독일과 중국, 한국의 학자들이 참여했다. 그 중에 메르켈 총리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조직한 ‘안전한 에너지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에 참여했던 미란다 슈로이어 뮌헨대 교수도 있었다.

슈로이어 교수는 "에너지 전환에서 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해 발표했다. 그 발표에서 내 눈을 잡아 끈 말이 있었다. YIMBY! "내 뒷마당에(Yes, In My Backyard)"란 말이다. 독일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등장한 새로운 현상이었다. 원자력발전소나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서는 "내 뒷마당엔 안돼"라는 님비(Not In My Backyard, NIMBY)를 넘어 "누구의 뒷마당에도 안돼"라는 니아비(Not In Any Backyard, NIABY)로 이어진 데 비해 에너지 전환을 위한 재생에너지에 대해서는 시민들이 기꺼이 자기집 뒷마당을 내주고 자기 마을을 바꾸는 일부터 시작했다는 것이다. 부러웠다. 예전에 원전과 석탄발전소 입지 지역에 국한되었던 갈등이 분산적인 재생에너지 속성상 재생에너지 설비가 전국에 걸쳐 이루어지면 입지 갈등 또한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우리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필자는 2001년부터 지난 20년 동안 에너지 전환운동에 몸담아 왔다. 그간 여러 글과 강연에서 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발전 기반 중앙집중적인 전력체계의 문제점을 드러내고자, 전력 생산·소비의 이원화에 따른 지역간 불평등, 발전과 송배전의 환경보건적 영향과 경제적 부담의 일방적 전가 등을 강조했다. 소비가 이루어지는 곳에서 생산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전력 자립률이란 개념을 통해 전력 소비의 상당부분이 이루어지는 도시의 분발을 촉구했다.

하지만 당시, 아니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사용하는 전력 자립률 개념은 제대로 된 진실을 담고 있지 않다. 인천광역시와 충남, 전남, 경남, 부산광역시는 현재 전력 자립률이 100%를 넘는데 모두 대규모 원자력발전소와 석탄발전소 입지 덕분(?)이다. 단순히 전력 소비 대비 생산이 더 많을 뿐 진정한 의미의 전력 자립은 아닌 것이다. 석탄발전도 원자력발전도 모두 해외 수입 에너지원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안에서 에너지원이 지속적으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 100%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전력 자립이다. 지금 우리나라 그 어느 곳에서도 완전한 전력 자립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앞서 에너지 전환을 이뤄가고 있는 해외 사례를 보면 농촌과 소도시에서 에너지 전환이 먼저 추진되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다. 오스트리아 귀씽 사례는 흥미롭기까지 했다. 인구 2만 7천 여명의 귀씽은 1990년대 초까지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가난한 작은 도시였지만 10여년 이후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전기, 냉·난방, 연료 에너지 100%를 생산하고 다른 지역에 판매하는 유럽 최초의 에너지자립도시가 되었다. 애초 에너지 자립 자체를 목적으로 했다기보다 높은 실업률과 인구 감소를 막고 다른 지역에 지불했던 에너지 구입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지역에서 자라는 목재를 이용하는 데서 출발했다. 독일의 쇠나우 모델은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원전을 멈춰야 한다는 일념으로 다섯 아이의 부모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에너지전환운동에 뛰어든 슬라데크 씨 부부는 마을에서 주민이 참여하는 재생에너지 발전시설 늘리기에서 시작해서 마을발전소를 만들고, 전력 독점회사에 저항해 송전선까지 구입한 후 이제는 100% 재생에너지 전력을 생산해 직접 공급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지역주민이 에너지 생산의 주체가 되고 에너지 관련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는 에너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성과를 거뒀다. 독일의 펠트하임 사례도 주민이 주도해서 재생에너지 이용을 확대하여 에너지 자립과 경제 이익을 함께 누린 사례다.

전력을 생산하는 데는 소홀하면서 상대적으로 전력 소비가 높은 도시가 바뀌어야 하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도시의 변화를 기다리기보다 농촌이 먼저 앞장설 수도 있다. 도시를 위한 희생이 아니라 농촌의 새로운 변신을 위한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농촌에 들어서 있는 비닐하우스가 바꿔놓은 경관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태양광만 문제 삼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은 중국, 스페인에 이어 하우스 면적으로 세계3위지만 국토 면적대비 비닐하우스 면적은 세계1위다. 비닐하우스는 영어로는 플라스틱하우스로 불릴만큼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어낼 뿐 아니라 지하수 과다사용과 고갈문제도 있고 가온재배를 위한 에너지 사용도 갈수록 느는 추세다. 농업인구는 고령화되면서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데 농업용 전력 소비는 갈수록 늘고 있다. 기후위기시대, 이제 농촌도 바뀌어야 한다.

영농형 태양광을 둘러싼 갈등도 문제다. 곡물농사와 전기농사를 함께 지음으로써 토지 이용 효율을 높이면서 전력자립도를 높이고 농가 수입을 높이는 방안으로 제시되었지만 농민에 대한 정의와 농업인구 내 임차농 비중이 높은 현실로 인해 다양한 쟁점이 제기되고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의 기획은 농촌과 농업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에너지 전환, 특히 영농형 태양광 확대과정에서 임차농이 배제되기보다 임차농도 에너지 전환의 주체로 함께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임차농들이 우선해서 저리로 금융지원을 받아 토지를 임대해서 영농형 태양광 사업의 주체가 되는 건 어떨까? 임대농은 대체로 고령인구가 많고 임차농이 상대적으로 연령이 낮기에 자본만 제대로 지원이 된다면 발전사업에 대한 투자와 운영에 좀 더 적극적일 수 있다. 임대농이 발전사업을 추진할 경우 임대료 인하와 임차농과의 이익공유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런 노력과 함께 무엇보다 전기요금을 정상화해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이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농촌에서만이 아니라 설치 공간을 구하기 어렵고 임대료가 높은 도시에서도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가 늘 수 있다. 기후위기는 심화되고 있고 탄소 중립은 쉽지 않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지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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