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기를 조정하는 손(사진=픽사베이.) |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다큐멘터리 영화 ‘로드러너’가 AI 기술 윤리에 대한 논쟁을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로드러너는 방송인이자 요리사인 앤서니 보데인의 삶을 다룬 영화다.
보데인은 전 세계를 돌며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요리를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지난 2018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영화 감독 모건 네빌은 보데인의 생전 동영상과 지인들의 인터뷰를 엮어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했다.
영화에는 보데인의 심리 상태를 추적하는 차원에서 생전 지인들에게 보낸 이메일도 소개됐다.
특히 친구인 데이비드 최에게 보낸 이메일 중 "넌 성공했고, 나도 성공을 거뒀어. 그런데 넌 행복하니?"라는 부분에선 보데인 본인 목소리가 내레이션으로 흘러나왔다.
보데인의 목소리 자체는 그가 15년 이상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다양한 동영상과 음성 자료를 남겼기에 낯설지 않았다.
그러나 친구에게 보낸 개인적인 이메일까지 음성 녹음으로 남겨놨다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의문이 제기됐다.
네빌 감독은 최근 뉴요커와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을 받자 AI 기술을 사용했다고 털어놨다.
보데인의 생전 목소리를 분석한 AI 업체가 억양과 분위기까지 흉내를 내 이메일 내용을 음성파일로 변환시켰다는 것이다.
네빌 감독은 AI 기술로 보데인의 독백을 처리하기 전에 유족의 동의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실이 알려지자 다큐멘터리의 윤리 문제가 제기됐다.
사실을 전달해야 하는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존재하지 않는 음성 자료를 제작해 사용한 것은 관객의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특히 네빌 감독은 영화에서 AI가 제작한 음성을 사용했다는 사실도 알리지 않았다.
시카고 컬럼비아 컬리지 영화방송학과장인 셀마 빅로이는 "관객들은 그 독백이 보데인이 생전에 남긴 음성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AI 기술의 사용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고든 퀸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때 고려해야 하는 다양한 윤리적 문제들과 비교할 때 이번 사안은 사소하다고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만큼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hg3to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