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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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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에너지 정책, 리스크 관리가 핵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8.04 10:23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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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에너지 분야의 전문가이자 퓰리처상을 받은 바 있는 대니얼 예긴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친 지난해 ‘뉴 맵(The New Map)’이란 새 저서를 내놓아 새삼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 책에서 세계 에너지의 패권이 중동 산유국들에서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 3국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지정학적·지경학적 변화를 전망했다. 미국이 이른바 ‘셰일 혁명’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에너지 생산국이 된 이상 중동산 석유를 둘러싼 지정학적 게임에 지나치게 개입할 필요가 없어진데다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저탄소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에너지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긴은 석유의 시대가 막을 내리기까지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에너지 전환의 시대에 신재생 에너지 산업을 집중 육성해 온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긴의 분석은 결국 석유라는 지리적 조건이 절대적인 전통 자원과 비전통 에너지원이자 기술 중심의 신재생 에너지, 양쪽 모두에서 미·중·러를 축으로 복잡하고도 경쟁적인 함수관계가 펼쳐질 것을 예상하게 한다.

예긴의 분석이 부존자원이 전무하다시피 하며, 국제적인 에너지 공급 인프라에 직접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서도 수입 화석연료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무역대국 한국에게 함의하는 바는 어떻게 정리될 수 있을까.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라고 하겠다.

우선 석유라는 자원은 그 쓰임새를 생각할 때 원자재로 활용되는 부분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원자재로 사용되는 석유를 다른 물질로 대체하기는 매우 힘들기 때문에, 석유를 원자재로 하는 제조업이 배출권 시장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탈탄소화를 이루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기술의 혁신이 필요할 것이다. 제조업 중심의 한국에서도 석유 수요가 줄어들기 힘들다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은행 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6.7%(2019년 기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무역이 위축된 2020년에는 70.08%를 기록)로 그 중에 석유를 원자재로 하는 산업의 비중 역시 크다.

따라서 앞으로도 석유를 계속 수입해야만 하는 한국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원유수입국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여 운영할 뿐 아니라, 전략비축 역시 안정적으로 관리해야만 할 것이다. 올 4월 기준으로 한국의 원유 수입에 있어서 중동의 산유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60%에 육박한다. 미국에서는 대략 11% 가량의 원유가 수입되고 있는데, 이를 더욱 늘리는 방안도 전략적인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하겠다.

한편 석유의 또 다른 중요한 쓰임새는 운송 수단의 연료라는 것이다. 항공이나 선박 분야에서까지 탈석유 하는 것은 당장은 어려운 일이겠지만, 지상을 달리는 차량들이라도 전기차(EV) 및 수소차로 대체하고, 철도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등, 운송 부문에서의 탈탄소화 노력에 박차를 가하는 것 역시 기후변화 대응 시대에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동력원이 되는 전기나 수소가 저탄소 에너지원에서 얻어지지 않는다면 이는 엄청난 모순이 될 수밖에 없다. 석탄으로 만든 전기로 전기차를 움직이거나, 화석연료에서 생산되는 ‘그레이 수소’로 수소차를 움직여봤자 탈탄소화의 본질을 해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의 경우 화석연료는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에너지 안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제조업 분야와 운송 부문에서의 탈탄소화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전력생산에서 화석연료를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정책이 꾸려지지 않으면 결국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은 어려워질 것이며, 이는 탈탄소화 시대에 또 다른 리스크가 될 것이다. 에너지 분야는 국가 경제의 근간인 만큼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다양한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을 재정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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