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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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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칼럼] 갈수록 심각해지는 온난화 경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8.29 09:37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김성우 사진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매일 10개가 넘는 세계 신기록이 쏟아진 도쿄올림픽이 한창이던 지난 8월초 환경 분야에서도 세계 신기록 발표가 있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10ppm으로 200만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것이다.오는 2040년에는 폭염이 9배 더 자주 올 수 있다는 발표가 뒤따랐다.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인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는 올림픽 신기록 행진이 멈춘 다음날 이와 같은 환경 신기록을 담은 제6차 보고서를 발표했다. 최근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1도 올랐고 홍수 및 가뭄 등 이상 기후도 약5배 늘었으며, 해수면은 이미 20cm 상승했다. 특히 지난 10년간 이상 고온의 주범은 인간이란 점도 명확히 했다. 또한 최악부터 최선까지 5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해 미래 환경을 전망했는데, 적극적 배출감축을 전제로 한가장 긍정적인 최선시나리오마저도 2040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을 전망했다. 감축 노력이나 기술 수준을 현재 수준으로 가정한 중간 시나리오는 21세기 말 기온이 2.7도로 상승하여 한계점을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전망은 인구, 경제수준, 산업구조, 에너지믹스 등 사회경제구조에 기반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전망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자연과학자 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자도 참여해 공통사회경제경로(Shared Socioeconomic Pathways) 시나리오를 만들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계산한 후 기온 상승 정도를 예측한 것이다.

기후변화의 정도 보다 속도가 더 문제다. 이번 보고서에는 1850년부터 2019년까지 이산화탄소 누적 배출량을 2.4조톤으로 추산했다. 지난번 5차 보고서에서 계산한 2011년까지 이산화탄소 누적 배출량에 비해 8년 만에 20% 증가한 양이다. 쉽게 말해 누적배출량 100% 중 160년간 80% 배출한 후 최근 10년간 20%를 배출한 것이다. 통상 배출 후 이로 인해 지구가 가열되는데 약 30년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 당장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인다고 해도 당분간은 과거 배출로 인한 추가 온도 상승을 피할 수 없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세계 195개국 정부가 회원인 IPCC의 보고서는 과학적 연구로의 의미와 더불어 정부 간 협상의 근거도 되고 소송의 기초 자료로도 활용된다. 과거 1~5차 보고서들이 교토의정서 및 파리협약 등 주요한 국제사회 합의에 영향을 미쳐왔고, 오는 11월 지구촌이 주목하고 있는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6차 보고서가 기초가 될 것은 자명하다.

소송의 경우, 1986~2020년사이 제기된 1727건의 기후 소송 중 절반 이상이 파리협약(2015) 이후에 제기됐다. 정부를 상대로는 환경규제 및 기후정책 강화 등을 요구하고, 기업(주로 화석연료기업)을 상대로는 기후변화 관련 대응목표강화, 기후피해보상, 허위공시배상, 석탄발전폐쇄 등 쟁점이 다양하다. 지난 5월26일 글로벌 석유회사에 대한 탄소감축 목표상향 관련 네덜란드법원의 판결에서 지난 IPCC 보고서가 활용되었고, 향후 항소심에서는 검찰측이 이번 보고서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과학의 경고를 뒷받침하는 것이 지난 30년간 지구의 건강검진표다. 7월 말 발표된 세계과학자의 기후위기 경고에 의하면, 산림감소, 해수열증가, 빙하면적, 이상기온변화 등 대부분 항목이 최소 두 배 이상 나빠졌다. 이산화탄소 및 메탄 등 주요 온실가스의 대기중 농도는 매년 신기록을 갱신 중이다. 증상도 심각하다. 미서부는 역대 최고치인 54.4도를 기록하며 고온건조한 기후로 인한 산불이 서울의 5배를 재로 만들었고, 캐나다에선 폭염으로 7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모스크바는 6월 기온이 30도를 웃돌았고, 아프리카와 뉴질랜드도 역사상 가장 더운 6월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지구환경의 신기록 행진이다. 건강검진표나 증상은 위암을 진단하고 있는데, 환자는 위염으로 생각하고 과거의 삶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작년 초 코로나가 시작됐을 당시 일부 물품의 부족이 얼마나 삶을 불편하게 하는지 경험했다. 화장지 부족과 마스크 대란이 그랬다. 그러나 만약 코로나가 아닌 기후변화가 더 심해진다면, 이는 화장지나 마스크 대신 식량과 물의 문제일 수 있다. 백신도 없는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의 경고가 엄중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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