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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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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허황된 신기술로 탄소중립 실현할 수 있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9.27 09:50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에교협 공동대표



이덕환 서강대 교수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에교협 공동대표



정부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2050년에는 전력의 최대 21.4%를 ‘무탄소 신전원’으로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수력·원자력·태양광·풍력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대표적인 ‘무탄소 전원’이다. 그런데 ‘무탄소 신(新)전원’은 정말 듣도 보도 못한 낯선 기술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그런 기술을 개발해서 활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는 ‘수소 터빈’이 무탄소 신전원이라고 소개한다. 수소 터빈은 수소를 산소와 함께 연소시켜서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인 모양이다. 그런데 수소 터빈에 필요한 수소를 생산하는 데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태양광·풍력·원전의 전기를 이용하는 전기분해 수소를 사용하면 전기를 이용해서 생산한 수소로 다시 전기를 생산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다. 굳이 수소 터빈을 돌릴 이유가 없다. 수소 생산에 쓸 전기를 소비자에게 직접 공급해주면 된다.

액화천연가스(LNG)를 뜨거운 수증기와 반응시키는 개질 수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개질 과정에서 생산하는 수소의 10배가 넘는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개질 수소를 이용하는 수소 터빈은 탄소중립과는 거리가 먼 기술인 셈이다. 오히려 개질에 사용하는 LNG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훨씬 더 환경친화적일 수 있다.

‘암모니아 발전’은 더욱 황당하다. 암모니아도 수소와 마찬가지로 자연에 대량으로 존재하는 천연자원이 아니다. 암모니아 발전에 사용할 암모니아는 비료공장에서 사용하는 질소고정 기술로 생산을 해야만 한다. 역시 엄청난 양의 전기가 필요하다. 암모니아를 산소와 함께 연소시키는 일도 만만치 않다. 산소와의 혼합비를 정교하게 조정해야만 한다. 더욱이 암모니아의 연소열은 천연가스의 34%에 지나지 않는다. 같은 열량을 얻으려면 천연가스보다 3배나 많은 암모니아를 연소시켜야만 한다는 뜻이다.

암모니아 발전도 전기를 이용해서 생산한 암모니아로 다시 전기를 생산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다. 더욱이 암모니아는 달걀 썩는 냄새가 나고, 인체와 환경 독성이 매우 강한 휘발성 물질이다. 대기 중에 누출되면 2차 초미세먼지를 만들어내는 오염물질이기도 하다.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정부가 효율도 낮고, 대기오염 가능성도 높은 암모니아로 전기를 생산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일부 언론에 ‘탄소중립 연료’로 화려하게 소개되는 ‘e-연료’(electrofuel)도 역시 황당한 것이다. 화석연료의 사용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한 후에 전기 에너지를 이용해서 생산한 천연가스·휘발유·경유·메탄올을 ‘e-연료’라고 한다. e-연료의 생산에도 역시 적지 않은 양의 전기가 필요하다.

더욱이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한 이산화탄소에 전기를 공급해준다고 e-연료가 쏟아져 나오는 것이 절대 아니다. 아직도 개발 중인 값비싼 촉매도 필요하고, e-연료의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도 해결해야만 한다. e-연료는 녹색식물의 광합성을 흉내 내겠다는 인공광합성의 궁극적인 목표다. 실험실에서 소량의 e-연료 생산에는 성공한 경우가 알려져 있지만 국가적 규모에서 활용할 수준의 기술은 먼 미래의 가능성일 뿐이다.

환경사회학자가 운영하는 탄소중립위원회에 대한 기대는 일찌감치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탄소중립위원회의 전문가들이 아직도 ‘우주의 75%를 채우고 있고, 태초의 깨끗함을 간직한 수소’에 대한 어리석은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 기술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조차 갖추지 못한 선무당들에게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의 미래 설계를 맡겨둘 수는 없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나 뚝딱하고 만들어주는 ‘요술 방망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국제 사회가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있는 탄소중립을 무작정 외면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남이 장에 간다고 거름이라고 지고 무작정 따라나설 수는 없는 일이다. 과연 탄소중립의 꿈이 실제로 실현가능한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쓰레기 분리수거의 경험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대통령의 인식은 지나치게 안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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