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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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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에너지 위기속 한국만 과속하는 탄소중립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1.01 10:28

손양훈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손양훈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지난 수년 동안 획기적으로 에너지 정책을 바꾸어 왔다. 이른바 탈원전과 에너지 전환, 탄소중립선언과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상향 조정과 같은 정책들을 급진적으로 추진하였고, 고집스럽게 지속하고 있다. 에너지 안전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하여 에너지 공급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버리는 방식이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석유, 석탄, 천연가스, 그리고 원자력발전을 주요 에너지로 사용해 왔다. 그런데 미래에는 이들을 빠른 속도로 줄이고, 아주 장기적으로는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들의 빈자리를 메우는 것은 풍력과 태양광이다. 지금까지는 한줌에 불과하지만 앞으로는 재생에너지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도록 싹 다 바꾼다는 것이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가 가능하려면 몇 가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 번째는 기술적 제약을 넘어서야 하는 일이다.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제시하고 있는 새로운 기술들이 충분히 안정적인 비용으로 제공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우선 매우 중요하다. 간헐성도, 저장장치도, 계통도, 열역학도, 열효율도 거론조차 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증되지 않은 기술로 에너지의 미래를 담보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두 번째는 이런 급격한 변화에는 엄청난 비용이 들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천문학적인 비용이 아예 고려되지도 않았다는 점은 더욱 시나리오의 실현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수요는 그대로이고 아직 변할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공급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바꾸는 것은 에너지 안보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일이라는 점이다.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우리 국민들과 산업체들이 새로운 공급시스템과 높아진 에너지 가격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적응과 축적의 시간을 갖지 못하게 된다면 전환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갈 뿐만 아니라 변화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이런 변화가 쉽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최근 글로벌 차원에서 에너지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징후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아직 채 회복하지도 못했는데 석탄과 천연가스의 소비가 오히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의 모양새이다. 이에 따라 에너지 가격이 거침없이 올라가고 있다. 에너지 전환으로 클린 에너지가 빠르게 늘어나면 조만간 화석에너지는 종말을 고할 것이라는 주장은 당황스럽게도 너무 큰 도전을 겪을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클린 에너지 시대를 예언하던 사람들로서는 아연실색할 만한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중국과 인도와 같은 개발도상국가들은 석탄의 공급차질로 전력난을 심각하게 겪고 있고,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재생에너지가 흔들리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다시 석탄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짧은 시간 내에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데 있다. 에너지 공급능력을 단기간에 쉽게 늘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 위기 상황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더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탄소중립을 선언한 많은 나라들이 에너지 위기를 앞두고 이제는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영국과 독일은 석탄발전소의 가동을 늘려 위기를 막기에 급급해졌고, 프랑스는 다시 원전을 확대하기로 하였다. 미국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하던 6000억달러 수준의 인프라 법안이 민주당의 협조조차 얻지 못해 포기해야할 지경에 이르렀다. 중국은 전력난을 견디지 못해 홍수에 잠겼던 석탄광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호주로부터의 석탄 수입 제한도 풀어버렸다. 한 동안 미세먼지에 시달리지 않아서 좋았는데 푸른 하늘빛을 다시 잃게 되지 않을까 염려될 정도다.

급박하게 상황이 전개됨에 따라 글래스고에서 개막된 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6)에서 이들이 과연 탄소중립 포지션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만 하다. 러시아의 푸틴도 중국의 시진핑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때문인지 이번 총회에는 아예 참석하지 않았다. 에너지 위기에 화들짝 놀란 많은 나라들은 잔뜩 움츠린 표정이 역력하다.

그러나 우리는 2030년 탄소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는, 세계 어느 나라 목표치보다 훨씬 높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감축 목표를 선언하려 하고 있다. 보무도 당당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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