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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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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대형마트 추락’...도마위 오른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대책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2.30 18:03
벽 뚫고 5층 아래로 떨어진 택시

▲30일 낮 12시 30분께 부산 연제구 한 대형마트 5층 주차장이 벽을 뚫고 도로 아래로 추락했다. 사진은 해당 차량이 추락했던 주차장 모습.(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부산에서 70대가 운전하던 택시가 대형마트 5층 벽을 뚫고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고령운전자 교통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코앞에 두고 60대 이상의 운전자 수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또한 꾸준히 늘고 있어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30일 낮 12시 30분께 부산 연제구 연산동 홈플러스 5층 주차장에서 택시가 건물 외벽을 뚫고 20여m 아래 도로로 추락했다. 이로 인해 신호대기 차량 등 13대가 부서졌고 행인 2명과 차량 탑승자 5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 충격으로 택시에서는 불이 났고, 소방대원이 출동해 진화했다.

70대 택시 운전사는 사고 직후 구조돼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

경찰측은 폐쇄회로(CC) TV 영상과 목격자 등을 상대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를 고려했을 때 이번 사고의 원인이 고령 운전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전국에서 고령 운전자 관련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고 대부분이 인명피해로 이어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령운전자는 인지나 반응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크고 위급 상황 대처 능력도 뒤처진다.

대형마트 5층서 벽 뚫고 추락하는 택시

▲30일 낮 12시 30분께 부산 연제구 한 대형마트 5층 주차장에서 택시 차량이 벽을 뚫고 도로 아래로 추락하고 있다. (사진=연합)

지난 22일 부산에서 정통시장 나들이 나선 60대 할머니와 유모차에 타고 있던 18개월 손녀가 80대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운전자는 급발진과 브레이크 오작동 등 차량 결함을 주장하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다.

지난 19일 서울 관악구에서 70대 택시기사는 80대 남성을 치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자는 시민 신고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이 운전자는 조사에서 "아침이라 어두워서 안 보였다. 치고도 사람이 아닌 줄 알고 갔다"는 취지로 말했다.

또 지난 26일에는 서울 마포구 한 도로에서 70대 운전자가 주차장을 빠져나오다 건너편 편의점으로 그대로 돌진했다. 보행자 두 명이 건물 앞을 지나간 직후라 큰 인명사고는 없었지만 이 사고로 편의점 업주는 코뼈 골절 등의 부상을 입었다. 사고가 난 장소는 다세대주택 밀집지역으로 평소에 도로 위로 다니는 보행자가 많은 곳으로 알려졌다. 이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차량 급발진 현상으로 사고를 냈다고 말했다.

고령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11만 4795건으로 전체 교통사고의 10.5%를 차지했다. 이는 2016년 8.1%와 비교해 2.4%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가해자가 고령 운전자인 경우도 지난해 23.4%로 2016년 17.7%보다 5.7%포인트 늘었다.

또 경찰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연령대별로 면허소지자 1만 명당 교통사고 유발 건수는 65세 이상이 92.74건으로 30대(49.77건)보다 1.86배 높다. 65세 이상 면허소지자 1만 명당 유발 사망자 수도 2.75명으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다.

문제는 고령운전자들이 갈수록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있다.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등록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60대 이상 고령자가 차주로 등록된 개인 차량은 601만1899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개인 등록 차량 2126만2272대의 28.3%에 달한다. 2013년 말 기준으로 60대 이상 고령 운전가 차량 수가 300여만대인 것을 고려하면 8년 만에 2배로 늘어난 것이다. 70대 이상 초고령 운전자의 차량도 154만885대에 달한다.

이에 경찰청은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2025년부터는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시간과 공간, 용도 등에 제한을 두고 운전면허를 발급하는 방식이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고령 운전자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차별이란 주장도 있다.

운전면허 반납 인센티브 제도도 시행되고 있지만, 해마다 면허 반납률은 떨어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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