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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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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이 경쟁력이다] 법조항 모호해 현장 혼란…책임소재 불명확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1.24 17:11

법 실효성 의문…겹겹이 처벌 규제로 건설산업 위축 우려

건설현장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손희연 기자] 건설사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발맞춰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가운데 속앓이를 여전히 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모호해 현장 혼란이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와, 엄격한 처벌로 인해 책임 떠넘기기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국회와 정부에서 건설안전특별법까지 거론하고 있어 건설사들의 근심이 더 깊어지고 있다. 건설안전특별법이 적용될 경우 중복·가중 처벌 부작용을 예상, 겹겹이 처벌 규제로 건설산업 경기가 침체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오는 27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모호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가장 모호한 부분을 ‘경영책임자’와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꼽는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재가 발생했을 때 경영책임자가 법 처벌 대상이 된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경영책임자’는 대표이사와 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한다.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의견이 분분할 여지가 생긴다. 이럴 경우 서로 간 책임 떠넘기기 식 공방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크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해설서를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은 원칙적으로 대표이사의 안전보건관리에 관한 의무와 책임을 규정한 것"이라며 "안전담당 이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대표이사의 책임이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실질적’이라는 표현이 무엇을 기준으로 삼는지 모호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의 원청이 모든 하청과 사업장을 관리·감독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어 사고의 인과관계를 따지기가 애매하다. 원청과 하청 간 책임 소재를 어떻게 나누고, 어디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모호하고 애매한 기준으로 현장의 혼란만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법 조항 자체가 매우 모호하기 때문에 법 적용이 될 경우 법적 다툼과 현장 혼란이 매우 우려된다"며 "법 조항의 모호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실과 동 떨어져 실효성이 크게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중대재해처벌법에는 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법 공포 이후 3년의 유예기간을 부여됐다. 문제는 중대재해가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어난다는 점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건설 업종의 산업재해 2만7211건 중 50인 미만의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2만1904건으로 전체의 80.5%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 최근 국회와 정부가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안을 거론하자 중복·가중처벌 부작용을 낳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 중이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안전특별법까지 제정된다면 겹겹이 규제로 인해 건설경기 위축도 우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부동산 한 전문가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처벌 규제를 겹겹이 받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안전특별법까지 적용된다면 가중·중복 처벌 부작용이 나타나 건설현장에서는 공사 진행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며 "안전사고를 예방하고자 하는 취지는 이해가지만, 건설산업 전반적인 경기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다"고 말했다.

son90@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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