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발전소 모습. 픽사베이 |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이 REC당 6만원대 돌파를 눈앞에 뒀다. 6개월 사이 2배 가까이 치솟았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업계는 최근 가파른 REC 가파른 오름세에 희색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의 청신호다. 정부의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정책 추진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REC를 사야 하는 발전 공기업 등 재생에너지 공급 의무 사업자들은 현물시장에서 REC를 높은 가격에 살 수밖에 없어 고민이다. 경우에 따라선 이익을 챙기지 못하는 것을 넘어 손해를 볼 수도 있어 비상이다.
재생에너지 공급 의무 사업자들은 지금까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고정가격계약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로부터 REC를 비교적 비싸게 사 대체로 손해를 봤다.
대신 의무 사업자들은 그간 현물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싸게 거래 형성됐던 가격으로 REC를 사서 손실을 메웠다.
하지만 이제 현물시장의 REC 가격이 크게 뜀박질하면서 고정가격계약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벌충하기가 쉽지 않게 된 것이다.
발전 공기업 등 의무 사업자들은 1년간 REC 구입비용을 한국전력공사로부터 REC 정산 기준가격에 따라 해마다 보상받는다. REC 정산 기준가격은 그 해 의무 발전사들이 자체 REC 생산 비용과 고정가격계약, 현물시장에서 구입한 REC 총 금액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현물시장 REC 가격이 올해부터 크게 올라가면서, 저렴할 때 미처 REC를 구입하지 못한 의무 발전사들은 그 손해를 메울 수 없게 됐다. 의무 발전사들은 지난해 구입해야 할 REC 물량을 다음 달까지는 채워야 한다고 알려졌다.
▲지난 4일부터 25일까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현물시장 가격 변화 추이. (단위: 1REC/원) 자료=신재생원스톱 사업정보 통합포털 |
27일 열린 REC 현물시장에서 최고 거래금액은 이날 상한가인 1REC당 5만8600원에 이르렀다. 지난 25일 1REC당 5만원을 넘어선 이후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1REC당 5만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9년 10월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REC 현물시장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두 차례 열린다.
지난해 1월 한 달 평균 REC 현물시장 가격은 1REC당 3만9031원이었다. 지난해 7월엔 1REC당 2만9541원으로 역대 최저가를 찍었다. 지난해 2월 1REC당 4만195원을 제외하고는 1년 내내 한 달 평균가격이 4만원을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REC 현물시장이 처음 열린 지난 4일 4만원을 넘기더니 지난 25일 5만원을 넘어서고 이제는 6만원을 코앞에 뒀다.
전문가들은 올해 RPS 의무 공급비율의 큰 폭 상향에 대한 REC 수요 확대의 기대감이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올해 RPS 의무 공급비율은 12.5%로 지난해 9.0%보다 3.5%포인트(38.9%) 높아졌다. RPS 의무비율이 올라갈수록 의무 공급 사업자들이 구입해야 하는 REC도 많아진다. REC 공급은 일정한데 수요가 많아지면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REC 가격 상승 기대감으로 최근 시장에 내놓는 REC 판매물량을 줄이면서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특별한 외부 충격은 없는 상황으로 REC를 판매하는 사업자들이 RPS 의무량 확대와 제도 변화에 따라 REC 수요량이 늘고 REC 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당장 REC 판매에 나서지 않아 REC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REC 수요과점에 맞서 수급경쟁을 하려면 수적으로 힘이 많이 갈라지는 발전사업자들이 할 수 있는 건 담합밖에 없어 REC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RPS에 따라 REC를 구매해야 하는 발전사들에게는 현물시장 REC 가격 상승이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이들은 REC 정산 기준가격에 따라 한전으로부터 REC 구매비용을 보상받는다. 지난 2020년 REC 정산 기준가격은 1REC당 6만6170원이다. 만약 의무발전사들이 1REC당 5만원에 구입했다면 1만6170원을 이득보는 셈이다. 올해 REC 정산 기준가격은 7월 정해질 예정이다.
REC 정산 기준가격에는 REC가 비쌌던 수년 전에 채결한 고정가격계약으로 REC를 구매하는 비용도 포함된다. REC 최고 가격 수준은 지난 2017년 1REC당 13만원이 넘었다.
만약 당시에 1REC당 10만원에 계약을 했다면. 2020년 REC 정산 기준가격 1REC당 6만6170원을 적용하면 3만 3830원을 손해 보는 것이다. 이에 발전사들은 현물시장 REC를 최대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시점을 파악해 이 손해를 메꾸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물시장에서 1REC당 3만원에 구매하면 2020년 REC 정산 기준가격 1REC당 6만6170원에 따라 3만6170원의 이익을 얻는다.
한 A 발전공기업이 지난해 초 작성한 20년 RPS 이행실적 및 21년 이행 계획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20년 REC 현물가격 대폭 하락에 따라 현물시장을 적극 활용해 정산차익을 약 70억원을 봤다"고 적혀있다. 또한 지난해 REC 시세를 분석하고 REC 최적 구매 시점을 파악해 현물시장에서 REC를 구매할 계획을 명시해 놓고 있다.
전체 의무발전사들은 지난해 할당된 4710만1564REC를 올해 2월까지 확보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몇몇 의무발전사들은 아직 지난해 할당량을 충분히 채우지 못해 올해 매수에 적극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의무발전사들이 기한 내에 REC를 다 확보하지 못하면 할당량에서 부족한 REC만큼에서 REC 평균가격의 1.5배를 곱해 과징금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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