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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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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디지털 전환과 오프라인 매장의 진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3.16 10:22

이홍주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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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주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

소비자들이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 폰, 초고속 네트워크 그리고 인공지능(AI) 기술과 같은 첨단 기술을 토대로 인터넷과 모바일로 확산되고 있는 소비트렌드는 소비자들을 더욱 ‘똑똑하게’ 만들고 있다. 소비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오프라인 유통 기업이 제공하기 어려운 ‘편리한 쇼핑’을 경험하고 있다. 이에 오프라인 유통 기업들도 이러한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지만, 전체소비지출에서 온라인쇼핑이 차지하는 증가세에서 뒤쳐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오프라인 유통기업에게 치명타로 다가왔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형 유통기업들이 갈수록 어려운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실제로 미국 완구업계의 대표 기업인 토이저러스와 130년의 역사를 가진 시어스 백화점 등이 1만 5000개 이상의 매장을 문닫으며 파산했다. 더욱이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유통기업의 온라인 진출이 늘어나면서, 이제 유통은 오프라인 중심에서 벗어나 온라인 중심으로 무게 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인구구조 변화를 고려하면 온라인 유통의 성장은 우리가 가장 빠르게 체감할 수 있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핵심활동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흐름을 벗어나지 못했다. 대형마트의 영업이익은 하락했고, 성과가 낮은 매장 위주로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멀리 있다고 느꼈던 위협이, 어느새 위기로 다가온 것이다.

즉, 혁신기술기반의 소비자편의 서비스 제공이 유통의 핵심경쟁력으로 등장한 것이다. 현재 다수의 오프라인 중심 기업들은 온라인으로 채널을 다양화 하고 있지만, 온라인 중심 유통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좋은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온라인 유통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따라하는 것만으로는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다시 말해 경쟁 대상의 수준을 넘을 만큼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마는 ’붉은 여왕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오프라인 유통산업은 사라지게 될 것인가. 오프라인은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여전히 중요한 채널이다. 따라서 오프라인 유통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상호작용하면서 융합할 수 있는 옴니채널을 고민해야 한다. 아울러 온라인 유통기업에게는 없는 차별화된 강점을 부각하여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성공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를 정리해 보면 첫째, 오프라인 매장은 이제 단순한 상품판매 장소가 아니라 소비자의 경험을 위한 장소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인간 본연의 욕구인 아날로그 감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메타버스 기술과 콘텐츠가 발달해도 오프라인에서 느끼는 경험을 대신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략은 온라인 유통기업과의 차별화를 이끌어내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은 단순히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일깨우는 것이 아니라,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과의 관련성을 높인 고객맞춤 서비스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소비자들의 ’쇼핑 동선‘,’유동인구 중 우리 매장을 방문 하는 소비자 비율‘과 같은 소비자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이터 집합소 역할을 제공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안면인식 기술과 센서 카메라와 같은 첨단 기술이 더해져 효과적인 데이터 수집이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서 수집된 데이터들은 소비자들의 구매행동과 구매패턴을 분석할 수 있고 그들의 다음 구매를 예측하는데 활용 된다. 이는 기존의 소비자 데이터 수집방식인 설문조사 및SNS빅데이터 등의분석을 통해 소비자들의 상품구매의도를 분석하는 것 보다 더욱 입체적인 분석이 가능하여 좀 더 정확한 소비자들의 ’미래소비‘ 예측이 가능해진다.

또한 지역과 매장별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상품을 분석하고 이를 큐레이션하여 적극적인 판촉활동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선호하는 상품들은 미리 주문하여, 최적의 타이밍에 고객에게 판매될 수 있도록 준비할 수 있다. 실제로 아마존은 고객데이터 분석을 통해 ’예측배송‘하는 특허를 2014년도에 등록하였다.

셋째, 소비자들이 가장 쉽게 방문할 수 있는 도심물류센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것은 온라인과 연계하여, 소비자들이 손쉽게 물건을 픽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의 노드스트롬 백화점은 2008년부터 디지털 전환 전략으로, 소비자에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구매하고, 상점에서 주문한 상품을 수령할 수 있게 한 ‘BOSPIS(Buy Online Pickup in Store)서비스’를 통해 고객경험과 편의성을 제공하였다.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배송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도심물류센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미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기업에게는 온라인 유통기업에 비해 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효율성이다. 두개의 채널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활용할 것인가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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