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발전소. 픽사베이 |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새 정부가 대규모 발전사들의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 물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신재생에너지 보급의 속도조절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의무공급 비율이 현행보다 낮아지는 방식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RPS는 대규모 발전사들이 발전물량의 일정 의무비율만큼 재생에너지를 자체 생산하거나 발전 사업자로부터 사들이도록 하는 제도다.
23일 국민의힘 등 야권 정치 인사들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대형 발전사들의 신재생에너지 의무구입이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전기요금 인상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국민의힘 국회의원 등의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있다. 현행 RPS의 경우 적용 대상 대규모 발전사들이 일정 비율 만큼 재생에너지를 의무 공급하되 이에 소요되는 비용은 전기요금과 함께 고지돼 전기 소비자로부터 징수하는 기후환경비 등으로 조성되는 재원에서 정산 보전받는다. 의무공급 비율이 높아지면 전기요금이 올라가고 이는 전기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뜻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RPS 제도의 운영 필요성은 인정하되 전기소비자의 부담은 줄이면서 재생에너지를 늘릴 수 있는 정책 묘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윤 당선자나 새 집권당이 될 국민의힘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 보급 과속으로 RPS 의무공급 비율을 지나치게 높여왔고 그 결과 전기 소비자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RPS 의무공급 비율의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발전사들이 확보해야 할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를 기준으로 정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윤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2030 NDC 달성을 위해 문재인 정부 계획보다 원자력 발전을 더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과 업계는 새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수정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 당선인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에서는 그동안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확보하기 위한 발전사들의 투입 비용이 지나치게 많다고 꾸준히 지적해왔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의무공급비율 변화 추이. (단위: %)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
이날 전문가와 신재생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새 정부에서 RPS 의무공급비율의 하향 조정 가능성이 높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에너지원별 발전비중 목표와 원전 비중확대를 감안한 탄소중립위원회의 재고려,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 추이와 여론 등에 의해 RPS 의무공급비율 목표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윤 당선인이 전기요금 동결을 공약했고, 과거 박근혜 정부 당시 RPS 의무공급비율 목표를 바꾼 선례도 있어서 바꿀 유혹이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신재생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RPS 의무공급비율이 낮아지면 신재생에너지 보급량이 줄어들어 업계에는 비극"이라며 "RPS 의무공급비율이 법이 아닌 시행령으로 정해진 만큼 바뀔 가능성이 있어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시행령에 따라 연도별 RPS 의무공급비율을 정해놨다. 국회가 지난해 촉진법 개정을 통해 RPS 의무공급비율 상한을 당초 10%에서 25%로 끌어올리자 산업부는 지난해 말 관련 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연도별 RPS 의무공급 비율도 상향 조정했다. 상향 조정된 연도별 RPS 의무공급비율은 △올해 12.5% △내년 14.5% △2024년 17.0% △2025년 20.5% △2026년 25.0% 등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당시 RPS 의무공급비율 관련 시행령을 발표하면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 NDC 상향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늘리기 위해 제도를 마련했다"고 밝혔었다. 산업부는 RPS 의무공급비율 25.0%면 2026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약 20%에 맞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2030 NDC 달성을 위해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약 30%로 달성하겠다고 계획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당선인 측은 산업계의 의견 등을 반영해 2030 NDC(현재 2018년 대비 40%)의 재조정 방침을 이미 밝혔다. 또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목표를 20∼25%로 낮춰 잡기로 했다.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목표를 문재인 정부보다 5∼10%포인트 낮추겠다는 것이다.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목표가 줄어드는 만큼 RPS 의무공급비율 목표치도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더구나 국민의힘에서는 RPS 의무공급비율에 따라 전기료 인상이 예상된다며 꾸준히 지적해왔다. 발전사들이 RPS 의무공급비율을 채우는데 들어간 전기요금의 기후환경요금은 지난해 총 2조3282억원이다. RPS 의무공급비율이 늘어날수록 기후환경요금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게 된다.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고 있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20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당시 RPS 비용이 한국전력공사 적자와 국민 전기료 인상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발전사들의 신재생에너지 확보에 따른 부담이 늘자 RPS 의무공급비율을 전체적으로 낮춘 사례가 있다.
인수위 에너지분야 관계자는 RPS 의무공급비율 수정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