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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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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윤석열 정부, 이념 대신 합리 앞세운 에너지 정책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5.09 10:45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에너지정책합리화추구 교수협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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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에너지정책합리화추구 교수협 공동대표


윤석열 제20대 대통령이 10일 취임한다. 하지만 치열한 대선전에서 승리를 거둬 대통령으로서 5년의 임기를 시작하는 윤 당선인의 마음은 정작 환희보다는 걱정이 앞설 듯하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가 풀어내야 할 험난한 과제가 잔뜩 쌓여 있기 때문이다.

‘검수완박’ 입법 과정이 보여주듯 폭주하는 거대 야당 탓에 여야의 협치는 기대조차 할 수 없고, 나라 밖으로는 거친 탈세계화·패권경쟁의 광풍이 거세다. 에너지 시장도 혼돈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가 겹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급격히 요동치고 있다. 가격과 공급이 모두 불안하다. 국내 상황도 어렵다. 지난 5년 동안의 무차별적인 탈원전으로 안정적인 전력 수급이 어려워지고 있다. 9·15 순환정전이 발생했던 2011년과 닮은꼴이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석탄·석유·천연가스의 수급도 걱정이다.

탈원전 폐지와 태양광·풍력의 속도 조절은 필연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도 해체 수준으로 개편하고, 부실의 늪에 빠진 한전의 경영도 정상화시켜야 한다. 널뛰듯 출렁거리는 기름값도 걱정해야 한다. 기름값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류세를 법정 한도인 30%까지 인하시켜놓은 상황이다. 휘발유·경유 가격이 다시 치솟으면 충격을 흡수할 방법이 없다. 과도하고 불합리한 유류세 개편이 절실하다.

여야가 치열하게 대치하는 정국에서는 절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에너지 정책의 정점에 있던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 폐지되었다. ‘에너지 헌법’이라던 ‘에너지기본계획’의 법률적 근거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과연 정부가 시행령만으로 무너진 에너지 정책을 복구할 수 있을 것인지가 불확실하다. 한전의 민영화와 같은 도발적인 과제를 들먹일 상황이 절대 아니다. 전기요금 인상의 충격을 줄여주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에너지 정책에 덧씌워진 어둡고 칙칙한 이념의 굴레를 확실하게 벗겨내야 한다. 석유·석탄·원전은 ‘보수적 적폐’이고, 탄소중립으로 치장해놓은 수소·태양광·풍력만이 화려한 ‘진보적 미래’라는 인식은 황당한 억지다. 원전·석탄화력에서 생산되는 ‘그레이’ 전기도 태양광·풍력에서 생산되는 ‘그린’ 전기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것이다.

석유·석탄은 온실가스를 내뿜는 ‘더러운’ 에너지이고, 원전은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한’ 에너지라는 패배주의적 인식도 바로잡아야 한다. 물론 환경과 안전도 중요하다. 그렇다고 우리가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위해 무한정의 비용을 쏟아 부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성과 안보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더럽고 위험한’ 에너지를 최대한 ‘깨끗하고 안전하게’ 활용하겠다는 도전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석탄화력을 더 깨끗하게 가동하고, 원전을 더 안전하게 운영하기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쉬운 일도 아니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엄청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한 일이고, 실패의 쓴맛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미국도 선뜻 나서지 않는 석탄화력 폐지에 앞장서서 호들갑을 떨 이유가 없다.

수소·태양광·풍력에 대한 과도하고 비현실적인 기대는 버려야 한다. 우주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수소가 우리에게 무한한 청정에너지라는 주장은 국민 기만적인 가짜뉴스다. 햇빛과 바람이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준다는 주장도 무책임하고 달콤한 정치적 선동일 뿐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물·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생산하고, 햇빛·바람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의 오염과 위험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물론 미완성의 미래 기술을 무작정 포기해서는 안 된다. 수소를 더 깨끗하고 안전하게 생산·운반·저장·활용하기 위한 기술을 완성시켜야 하고, 태양광·풍력의 극심한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도 찾아내야 한다. 국가 송전망에 사용할 수 있는 대용량 에너지 저장 기술도 개발해야만 한다.

탄소중립의 목표만 달성하면 전 지구적인 모든 어려움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가 그렇다. 우리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1.9%에 지나지 않는다. 국제 사회에 자랑하기 위한 에너지 정책이 자칫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을 망쳐버리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이 필요하다. 경제성·안전성·환경성·안정성(안보)의 균형과 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아무리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라도, 너무 비싸고 수급이 불안하면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에너지 기술의 발달과 경제 환경의 변화를 고려한 장기적인 계획도 필요하다. 섣부른 선무당의 왜곡된 억지를 걸러내는 능력도 중요하다.

이제 첫 발을 내딛는 윤석열 정부가 국가와 국민의 삶과 미래를 위해 이전 정부의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고 올바른 정책 행보를 펼쳐 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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