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의 주택 밀집 지역.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장원석 기자] 정부의 임대차법에 대한 스탠스가 모호하다. 당초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후보시절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임대차 3법에 대해 거의 폐지에 가까운 근본적 개선을 했으면 한다"고 언급한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유지에 가까운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의도대로 다가올 8월까지 전세 시장 상황을 보면서 정책을 펼칠 경우 자칫 실기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맞춤 전세 대출 상품 출시와 민간임대 활성화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19일 정치권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원 장관은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임대차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과 관련해 "법으로 정해 놓고 징벌적으로 강제하기보다는 행동을 유인할 수 있는 인센티브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임대차법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이같은 원 장관의 임대차법에 대한 소신은 최근 공개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내부 문건과도 맥을 같이한다. 문건에 따르면 계약갱신청구권을 폐지하거나 축소하면 임대인이 전세금을 높여 받으려고 매물을 회수해 공급이 감소하고 임차인의 경우에는 조기에 계약을 하려고 해 수요가 증가하면서 경쟁이 과열돼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판단에 8월까지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가 머뭇거리는 사이 전세는 매물이 줄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도 오름세로 전환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전세 가격은 보합에서 0.01% 상승 전환했다. 부동산원의 4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월간 주택종합 전세가격은 0.01%로 전월 하락에서 상승 전환됐다. 수도권(-0.08%→-0.03%) 및 서울(-0.06%→-0.04%)은 하락폭 축소, 지방(0.04%→0.03%)은 상승폭이 축소됐다.
그러나 임대차법 시행 2년이 되는 오는 8월까지 임대차법에 대한 폐지 또는 수정 보완 법안이 국회를 통과되기는 사실상 어렵다. 국회 다수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를 반대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전세 매물이 귀해지면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마냥 시장이 안정되기만을 기다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임대차법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는 임차인을 위해 저리의 맞춤형 전세대출 상품 출시를 제안하고 있다. 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언급했던 민간임대시장 활성화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임대차법에 융통성을 발휘해 법을 잘 지키는 임대인을 위해 인센티브를 주거나 전월세 상환제의 5%룰을 10%로 완화하는 등의 대안을 내놓고 있다.
권일 부동산 인포 리서치 팀장은 "지금 할 수 있는 게 마땅히 없다. 지금 상황에서는 일단은 8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세입자가 상당비율 있을 것이고 갱신을 못하니까 신규로 옮겨 가야 한다"며 "4년간 전세값 인상분 반영이 안됐으니까 물가 상승률만 봐도 전세가 꽤 올랐다. 지원방안을 찾는 것이 대안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케이스에 낮은 금리의 대출 상품을 전략적으로 맞춰서 출시하는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도시와 경제 송승현 대표는 "최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이야기처럼 임대차 폭등은 기우에 가깝다"며 "임대차법을 보는 시각보다 다르지만 원 장관 얘기처럼 좋던 싫던 자리를 잡아간다는 생각이 있다. 만약 8월까지 수정 또는 폐지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민간 임대 활성화를 강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결국 임대차법은 시장 경직성을 유발하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임대인과 임차인의 계약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수 밖에 없다. 집 주인이 거주할 때 조항 자체가 무력되는 형태로 발전하 듯 옵션을 다양하게 주는 게 합리적"이라며 " 5%룰을 1에서 10%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선택지를 주거나 법을 잘 지키는 임대인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jw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