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3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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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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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 가격 상승, 취약계층 건강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 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12.23 08:54

‘천연가스 가격 변동이 심혈관 질환 미치는 영향’ 윤형진 교수 인터뷰
가격 높아질수록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 증가, 가격 낮으면 위험 줄어
건강 문제, 사회·환경적 요인에 크게 영향 받아…통합적인 접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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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 가격 변동과 한파가 심혈관 질환 발생에 미치는 영향' 논문 저자인 윤형진 서울대 의공학과 교수.

“천연가스 가격 상승이 취약계층에게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경제적 부담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는 건강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공학교실 윤형진 교수는 최근 발표한 연구를 통해 에너지 비용과 건강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적절한 난방 없이 겨울을 나는 취약계층은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에너지 가격 변동이 건강 문제로 직결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윤 교수는 최근 발표한 '천연가스 가격 변동과 한파가 심혈관 질환 발생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을 통해 기후변화와 에너지 비용이 건강에 미치는 상관관계를 분석하며 주목받았다.


그는 이번 연구를 통해 에너지 비용이 단순한 경제적 요소를 넘어 공중보건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 천연가스 가격이 높아질수록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증가했으며, 반대로 가격이 낮았던 시기에는 이 위험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윤 교수는 “겨울철 한파가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바깥 기온이 낮더라도 적절히 실내 온도를 유지할 수 있으면 그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구 설계 과정에서 천연가스 가격 변동과 심혈관 질환 간의 연관성에 주목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에서 에너지 비용이 급등하면서 건강 문제가 발생한 사례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도 천연가스 가격의 변동 데이터를 분석해 경제적 요인과 건강 위험 간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과 연관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연구의 한계점으로 실내 온도와 난방 사용 패턴 데이터를 포함하지 못한 점을 꼽았다.


그는 “실내 환경 데이터와 난방 패턴 데이터를 수집했다면 더욱 완전한 연구가 됐을 것"이라면서도 “대신 이번 연구에서는 천연가스 가격을 통해 간접적으로 실내 온도를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이러한 간접 지표를 보완하고, 정교한 연구를 설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난방 효율, 건물 단열 상태와 같은 환경적 요인이 심혈관 질환에 미칠 가능성도 언급했다. 윤 교수는 이러한 요인들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보다 정교한 분석과 데이터 수집이 필요해서 이를 반영한 후속 연구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윤 교수는 소득 수준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점에 대해 가장 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소득 수준 데이터를 추가로 확보했다면 취약계층이 천연가스 가격 변동의 영향을 얼마나 받았는지 더 구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향후 연구를 통해 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분석을 강화할 뜻을 밝혔다.


그는 정부의 에너지 지원 정책과 관련해 “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 지원은 단순히 경제적 문제가 아닌 건강을 보호하는 문제와도 연결된다. 에너지 지원 정책을 설계할 때 비용 효과뿐만 아니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보조금이 심혈관 질환과 같은 건강 위험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일 가능성을 언급하며 “관찰 연구의 한계를 고려하더라도, 취약계층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윤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얻은 통찰에 대해 “건강 문제는 개인의 특성과 생활습관뿐만 아니라 사회적, 환경적 요인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며 “우리 사회가 건강 문제를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 전체는 물론 사회 구성원 각각이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건강의 문제를 보다 통합적인 시각인 'One Health'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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