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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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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낸드시장에 도전장…삼성·SK '초격차' 문제없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5.22 11:59

미국 마이크론·일본 키옥시아 등 200단 이상 낸드경쟁 참전



적층 기술로만 평가 무리, 원가경쟁력·생산효율 등 격차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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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 공장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미국과 일본 반도체 업체들이 약 8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비휘발성 메모리반도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선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도전장을 냈다. 미국 기업은 국내 업체보다 앞선 초고층 낸드 양산에 속도를 내고 일본 기업은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메모리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은 최근 투자자 설명회에서 올해 말 232단 3D(3차원) 낸드를 양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마이크론은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치고 176단 낸드 양산을 시작했는데 200단 고지 역시 가장 먼저 넘어서는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아직 200단 이상 낸드 양산 일정을 구체화하지 않은 상황이다.

낸드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반도체다. 전원을 꺼도 저장된 데이터가 날아가지 않는 비휘발성 메모리반도체다. 반도체 회사는 기본 저장 단위인 ‘셀’이 들어갈 자리를 늘려 저장 공간을 최대화하는 방안을 연구해왔다.

메모리 적층 기술은 셀을 수직으로 쌓아 저장공간과 성능을 키우는 방식이다. 셀을 아파트처럼 수직으로 올리면 단위 면적당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수도 늘어나기 때문에 생산 효율성이 개선되는 효과도 있다. 현재 가장 앞선 적층 기술인 176단 낸드는 이전 세대인 128단과 견줘 생산성이 35% 높다.

일본 반도체 업체 키옥시아는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생산기지를 대폭 확충하고 있다.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공동으로 일본 이와테현에 1조엔(약 10조원) 규모로 새로운 낸드 제조시설을 건설할 예정이다. 목표 완공 시점은 내년 봄이다. 일본 정부는 자국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위해 조성한 기금 6000엔(약 6조원)으로 공장 설립을 지원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4월 총 1조엔을 투입해 건설을 마친 일본 미에현 신공장이 가동을 앞두고 있다.

미국과 일본 업체가 신기술 개발과 투자 경쟁에 고삐를 죄며 국내 기업과 기술 격차도 줄어드는 추세다. 메모리반도체 제조 난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업체 간 경쟁력이 상향 평준화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 격차가 점차 좁혀지면서 우리나라 기업을 따라잡으려는 미국과 일본 반도체 제조사가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낸드 시장은 D램과 달리 1강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10%대 점유율로 뚜렷한 선두 업체가 존재하지 않아 경쟁이 치열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낸드 시장은 점유율 1위 삼성전자(33.1%)를 비롯해 2위 SK하이닉스(19.5%), 3위 키옥시아(19.2%), 4위 웨스턴디지털(14.2%), 5위 마이크론(10.2%)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국내 제조사도 200단 이상 낸드 양산을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200단 이상 8세대 V낸드는 동작 칩을 이미 확보한 상태로 라인업 확보를 위한 제반 준비를 마쳤다"고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176단 낸드 제품은 수율을 높이며 생산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며 "차세대 제품인 238단 개발도 순조롭게 진행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 초격차가 후발업체 도전으로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지만 업계에서는 기우라는 평가다. 낸드 품질을 결정짓는 요인이 단순히 적층 수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낸드 적층 기술에 관해서는 얼마나 쌓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쌓느냐도 중요한 문제로 적층 공법에 따라 원가 경쟁력이나 생산 효율 등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라며 "반도체 제조사마다 이러한 부분을 종합해 양산 일정을 짜기 때문에 단순히 200단 제품 출시 일정에서 밀렸다고 기술력을 따라 잡혔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jinso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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