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저씨 |
[에너지경제신문 김다니엘 기자] 지난 2010년 원빈 주연의 영화 ‘아저씨’가 개봉한 이후 오징어는 못생긴 사람을 지칭하는 대명사로 쓰였습니다.
한 네티즌이 영화 감상평으로 "남자친구와 절대 같이 보러 가지 마세요. 옆에서 팝콘 먹는 남자친구가 오징어로 둔갑할 수도 있습니다"라는 댓글을 남긴 게 시작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이 오징어가 어획량 급감으로 인한 가격 폭등으로 ‘금징어’로 불리는 귀한 몸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 금징어도 다시 보통 오징어로 만들어버리는 식재료가 있습니다. 바로 ‘한치’입니다.
한치와 오징어의 관계성은 마치 "원빈과 10년 헤어진 전 남자친구"와도 같습니다.
씹는 맛이 부드럽고 감칠맛이 좋은 한치는 제주 연안과 동해 남부에서 주로 잡히는 해산물입니다.
실제 제주도 속담에는 "한치가 쌀밥이라면 오징어는 보리밥이고, 한치가 인절미라면 오징어는 개떡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생김새가 엇비슷하지만 위상은 전혀 다른 겁니다.
한치라는 이름부터가 본명이 아닌 예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이름은 다리 길이가 ‘한 치‘(3㎝)인 데서 유래한 별명으로 표준명은 창꼴뚜기 혹은 화살꼴뚜기입니다.
또 한치는 단백질이 풍부하지만 지방질과 당질은 적어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특히 한치에 포함돼있는 타우린 함량은 100g 당 327~854㎎으로 일반 어류에 비해 2~3배가량 높습니다. 이 타우린 성분은 성인병 예방, 피로회복, 간 기능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회로 먹어도 맛있고 볶아먹어도 맛있는 연체 동물계의 ‘원빈’, 한치 맛집 3곳을 소개합니다.
△ **물
▲**물의 한치 코스(사진=**물) |
**물은 질 높은 서비스와 맛으로 관광객들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도 많이 찾는 식당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메뉴는 한치 및 각종 해산물을 이용한 코스요리와 단품 식사 메뉴들이 있습니다.
수조에 살아있는 한치들이 헤엄치는 모습과 주문 직후 손질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신선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한치 코스를 주문하면 한치회, 한치 회무침, 한치 물회, 한치구이 등 다양한 한치 요리가 나옵니다.
갓 잡은 한치는 부드러운 식감에 단맛까지 더해져 혀에 달라붙을 정도의 감칠맛을 냅니다.
오이, 미나리 등 각종 채소와 새콤달콤하게 무쳐낸 한치 회무침은 미각을 깨우고 통으로 구워낸 한치는 녹진한 내장과 먹물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대표 메뉴인 한치물회는 살얼음이 떠있는 된장 육수에 한치와 각종 채소가 다양하게 들어가 있어 마무리 메뉴로 제격입니다.
코스에는 한치 이외에도 활어회와 문어, 전복, 소라 등 각종 해산물이 포함돼 있습니다.
△ **한치
▲**한치의 한치 세트메뉴. (사진=**한치) |
직장인들이 **한치를 선호하는 이유는 점심특선 세트메뉴 때문입니다.
점심특선을 인원에 맞게 주문하면 한치회, 한치불고기, 한치튀김 등 다양한 한치 요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습니다.
세트메뉴라고 해서 대충 나오는 법은 없습니다.
한치회 위에는 양배추와 김가루가 뿌려져 낮선 비주얼을 하고 있지만 적당한 두께로 한치의 식감과 감칠맛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한치와 삼겹살을 함께 볶아먹는 한치불고기입니다.
한치불고기는 제육볶음을 연상시키는 빨간 양념으로 볶아내 매콤하면서 불향이 적당해 밥을 부르는 맛입니다.
삼겹살보다 한치가 풍부하게 들어간 것은 고객들이 **한치를 계속 찾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한치는 부드러운 식감이 매력적인 해산물이어서 오래 익히면 그 매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곳의 한치 튀김은 익힘 정도를 잘 조절해 부드러운 한치의 매력과 바삭한 튀김의 식감을 모두 살렸습니다.
가게 내부는 허름하면서도 오래됐지만 정겨운 분위기를 풍깁니다.
△ 공천포**
▲공천포**의 전복한치물회. (사진=비지트제주) |
이곳은 깻잎과 김가루를 넣고 된장과 고춧가루로 육수를 낸 제주식 물회로 유명한 식당입니다.
공천포**은 전복, 홍삼, 소라, 자리돔 등 다양한 해산물을 사용해 물회를 만드는 데 그 중 한치 물회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식당 바로 앞에 아름다운 바다 펼쳐져 있어 제주식 음식을 먹으면서 섬의 운치를 느끼기에 제격입니다.
세월이 느껴지는 식당 내부와 거울에 새겨진 향토음식점이라는 문구는 현지에 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줍니다.
육지와 다르게 된장을 기본으로 하는 제주식 물회는 슴슴한 맛이 특징입니다.
평소 익숙했던 새콤, 달콤하고 자극적인 물회 육수 맛을 상상하고 먹는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된장 물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매력을 드러냅니다.
처음 먹을 때 심심하다고 생각했던 제주식 한치 물회는 먹을수록 고소함과 감칠맛이 부각돼 알 수 없는 중독성으로 숟가락질을 멈출 수 없게 합니다.
밑반찬으로 나온 고추를 물회에 송송 썰어 넣으면 매콤한 맛이 더해져 밥을 한 공기를 더 주문하게 됩니다.
daniel1115@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