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1차 발사 당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 기립된 누리호의 모습.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
[에너지경제신문 이승주 기자] 오는 15일 오후 3∼7시 한국형 발사체(KSLV-Ⅱ) 누리호가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2차 발사에 도전하면서 국내 우주기술과 함께 이번 발사체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한화 계열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의 엔진 추력을 담당하고 있다"며 "오는 15일 누리호 2차 발사가 예정돼 있는데 지난해 10월 1차 발사의 문제점(3단 엔진 연소 조기종료로 위성모사체 궤도진입 실패)을 보완했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실제 누리호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설계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한 75톤(t), 7t급 엑체연료 엔진 총 6기가 장착됐다. 2010년 3월부터 착수된 한국형발사체 사업을 통해 순수 국내 독자 기술로 제작됐다.
나로호 1단에는 75t급 엔진 4기를 클러스터링(여러 개의 엔진을 하나의 엔진처럼 묶는 기술) 기술로 묶어 300t급 추진력을 갖췄고, 2단에는 75t급 엔진 1기, 3단에는 7t급 엔진 1기가 장착됐다. 누리호는 1.5톤 급 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km)에 안착시킬 수 있다.
이번 누리호 2차 발사 성공 여부는 엔진의 수행능력이 관건이다. 지난해 10월 1차 발사에서 1단 분리, 페어링 분리, 2단 분리 등이 정상적으로 수행돼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비록 3단 엔진이 조기 연소 종료되는 탓에 목표 속도인 7.5㎞/s에 미치지 못해 지구 저궤도 안착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해당 원인을 빠르게 파악해 헬륨탱크 하부 고정부를 보강하고 산화제탱크 맨홀덮개의 두께를 강화하는 기술적 조치를 실시했다.
◇ 김동관의 한화, 우주사업 탄력
▲김동관 한화 스페이스허브 팀장. |
업계는 누리호 2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한화의 우주사업은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산 엔진으로도 지구 저궤도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항우연은 이후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으로 누리호 반복발사를 통해 신뢰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75t, 7t급 엔진을 넘어 100t급 엔진을 다음 목표로 하고 있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99년부터 23년간 발사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며 "엔진 생산은 물론 체계종합기업으로 역량을 확보해 우주산업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한화의 우주사업에 대한 의지도 확고하다.
한화는 지난해 3월 한화㈜,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쎄트릭아이 등 여러 회사에 흩어져 있던 우주 사업 핵심 기술을 모은 스페이스허브를 출범시키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에게 팀장 자리을 맡겼다.
당시 김동관 사장은 "누군가는 해야 하는 게 우주 산업"이라며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자세로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스페이스X가 팔콘9 발사체 개발에 50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며 "현재 우리의 기술로 단기간에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화 스페이스허브는 카이스트와 공동으로 우주연구센터를 설립하고 ISL(위성 간 통신 기술) 개발에 착수 중이다. 또 한화시스템은 최근 우주 기업 원웹(OneWeb)에 3억달러(3450억원)를 투자했다. 원웹은 저궤도에 위성을 띄워 전 세계에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외 계열사들도 우주산업 투자에 적극적이다.
한화그룹은 2026년까지 5년간 총 37조6000억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다. 특히 20조원은 △에너지 △탄소중립 △방산·우주항공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뉴스페이스’ 시대에 K-우주산업의 리더로 ‘미래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2차 발사 예정일을 사흘 앞둔 12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는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에서 모든 조립과 1·2·3단 결합을 마치고 마무리 점검을 받고 있다.
◇ "이번엔 성공한다"…항우연 등 의지
항우연 장영순 발사체책임개발부장은 지난 10일 온라인 설명회에서 "단 결합까지 완료하고 마지막 전기적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며 "주말에 점검 차원에서 최종 마무리 작업을 한다"고 밝혔다. 항우연은 5월 12일 누리호의 1·2단을 결합했고, 6월 8∼9일에는 여기에 성능검증위성이 탑재된 3단까지 붙여 누리호의 최종 결합을 완료했다.
모든 기술적 점검이 끝난 누리호 계획에서 이제 남은 ‘변수’는 발사 예정일 전날의 날씨, 그리고 당일 기상 조건과 우주 환경 조건이다.
발사 예정일 전날인 14일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 20분까지 누리호를 조립동에서 발사대로 이송해 세우는 ‘기립’ 작업이 예정돼 있는데, 만약 이 때 비가 계속 많이 내리면 발사일이 연기될 수도 있다.
발사체 자체는 빗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돼 있지만, 이송 작업 중에 비가 계속 많이 내리거나 노면에 물기가 많으면 발사체를 옮기는 이송 차량이 비탈길에서 미끄러지는 등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장영순 부장은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으로 △발사가 지상에서 가능한지를 따지는 ‘지상풍 조건’ △발사체가 올라가며 바람에 의한 하중으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고층풍 조건’ △비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낙뢰’를 꼽았다.
누리호의 실제 발사 시각은 우주물체(유인 우주선) 충돌 가능성과 태양흑점 폭발 등 우주환경 조건에 따라 결정된다. 현재 잠정적으로 예정된 발사 시각은 6월 15일 오후 4시다.
발사관리위원회는 발사 1주 전, 24시간 전, 8시간 전에 우주환경 조건을 분석하고, 마지막으로 측정한 결과를 토대로 최종 발사 시각을 정한다.
장 부장은 "우주 환경이 발사환경에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지만 위험 수준이 되면 재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lsj@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