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공인중개소 정보란에 세금 상담 문구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서울에서 시세 대비 수억원 이상 낮은 가격에 매매되는 아파트 직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양도소득세를 줄이고 편법 증여를 노린 특수관계인 거래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실거래가 혼동으로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 전용 120㎡는 지난달 26일 23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해당 매물은 공인중개업소를 통하지 않은 직거래 건이다. 지난해 7월 기록한 동일면적의 직전 실거래가(30억5000만원)보다 7억1000만원이 하락한 금액이다. 2년 전인 지난 2020년 9월 실거래가(24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직계가족 등 특수관계인 거래로 보고 있다. 부모가 거주 중인 집을 자식들이 매입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계약함으로써 양도세를 줄이고 일반 증여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증여세 부과도 피할 수 있어서다.
타워팰리스 인근 공인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해당 매물은 직거래 건으로 가족 간 증여성 거래로 추측된다"며 "직계가족 간에 사고 파는 경우가 아니고선 매도인이 시세 대비 7억원씩 낮게 팔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지난달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의 직거래는 총 8건이 확인됐다. 대표적으로 삼성동 삼성힐스테이트 1단지 전용 84㎡는 지난달 25일 20억1000만원에 매매됐다. 지난 4월 직전 거래가인 27억원보다 7억원이 낮은 가격이다. 청담동 삼환 아파트 전용 114㎡는 지난해 12월 19억8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는데 지난달 30일에는 이보다 3억2000만원이 저렴한 15억원에 거래됐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서울 아파트(전용면적 40㎡ 이상)의 직거래 계약 건수는 172건으로 집계됐다. 전월(85건)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기준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1418건)이 지난 4월(1746건)보다 약 19%(328건) 감소한 것과 상반되는 결과다.
부동산 직거래는 일반적으로 중개업소를 통하지 않고 거래 당사자들이 직접 부동산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중개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는 점에서 전월세 시장 또는 오피스텔 시장에서 많이 등장했던 거래유형이다. 최근에는 집값이 급등하면서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중과에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들이 증여를 목적으로 직거래를 활용하는 추세다. 시세보다 저렴하게 거래할 경우 절세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집값이 급등하면서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커진 다주택자들이 움직이고 있다"며 "매도는 해야겠는데 시세가 너무 높아져서 아깝다고 생각하다보니 타인에게 매도하는 대신 부모자식 간에 사고 파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증여성 직거래 증가로 시장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저렴하게 매매된 직거래로 실거래가 혼동이 발생하면 시장 하락세로 전망할 수 있어서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신고가와 신저가가 공존하는 시대에 신저가 형태의 특수거래가 빈번해지면 매도호가와 매수 호가의 간격이 벌어짐으로 인해서 거래절벽 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며 "직거래로 인한 실거래가 혼동은 시장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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