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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김기령 기자] 지난 정부 ‘폭등기’를 거친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에 가격 전망을 어렵게 하는 요인들이 늘면서 실수요자 중심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조정국면에 접어든 만큼 지금이 매수 적기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지만 일각에선 집값이 더 빠질 것 같다는 의견도 제기되면서다.
이 가운데 전문가들은 여력이 되는 실수요자의 경우 매수를 추천하는 방향으로 조언을 내놨다.
◇ 얼어붙은 시장, 노원구·강서구 등 수요 많고 비교적 낮은 가격대 위주 위축 뚜렷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5주 연속 하락한 89.4를 기록해 90선 뒤로 밀렸다. 이는 올해 4월 이후 최저치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주택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수는 지난달 10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 조치 이후 다주택자 절세 매물이 늘면서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권역별로는 은평·서대문·마포구 등 서북권(83.3)과 노원·도봉·강북구 등 동북권(85.4) 지수가 가장 낮았다.
이런 거래 위축은 대출규제와 금리 인상 영향이 구매력이 떨어지는 실수요자들에게 더 커진데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급등한 가격에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문재인 정부 이후 서울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뛰었고 15억원 이하 아파트 비율도 높은 노원구부터 가격 하락과 거래 위축이 두드러지고 있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 월간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임기가 종료된 지난달까지 노원구 아파트값은 77.89% 올랐다. 아파트값 순위는 21위에서 16위로 5계단이나 상승하면서 5년간 서울 25개 구 가운데 오름폭이 가장 컸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을 전후로는 아파트값이 주춤했다.
노원구 아파트값은 KB 주간 시세를 기준으로 지난달 9일(조사일)부터 5주 연속(-0.05%→-0.04%→-0.03%→-0.01%→-0.04%) 떨어졌다. KB시세로 5주 연속 하락세는 서울에서 노원구가 유일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월계동 삼호3차 전용면적 59.22㎡(1층)는 지난달 28일 8억40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5월18일에는 같은 면적, 같은 층이 9억4000만원에 거래돼 약 1억원 떨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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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간에는 거래 위축도 두드러졌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5월 513건에 달했던 노원구 아파트 매매건수는 올해 5월 71건으로 약 86%가량 줄었다. 이는 전체 서울시 전체 거래 감소율(약 72%)에 비해서도 14%p가량 더 큰 폭 줄어든 것이다.
서울 내에서 15억원 이하 아파트 비율이 높은 편인 강서구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에서 강서구 아파트 매매 건수는 지난해 5월 366건이었지만 올해 5월 62건으로 노원구에 이은 감소 폭(약 83%가량↓)을 보였다.
강서구 화곡동 화곡푸르지오의 경우 총 2176가구 대단지임에도 지난달 거래 건수가 1건에 불과했다.
해당 매물은 단지 내 전용 104㎡이 지난달 18일 9억4000만원에 매매된 직거래로 같은 면적 직전 거래인 지난해 10월 12억4000만원보다 3억원 낮은 수준이다.
이 마저도 직거래 형태라 직계가족 등 특수관계인 간 증여성 거래라는 분석이 나온다.
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매수 문의는 종종 있지만 집주인들이 시세보다 낮게 내놓지 않으니까 증여성 직거래 빼고는 거래가 없는 상황"이라며 "또 무주택자 수요보다는 자녀 학교 문제 때문에 갈아타기 해서 들어오려는 1주택자 수요가 대부분인데 이들은 기존 보유 주택이 매도가 되지 않아서 못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인근의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거래절벽이 계속 되고 있지만 집주인들이 매도 호가를 낮춰서 내놓을 마음이 없다는 게 특징"이라며 "급매도 시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와 있어서 저렴하게 매수하려던 수요자들이 선뜻 구매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결국 답은 ‘얼마까지’?...엇갈리는 전망에도 실수요자라면 ‘추천’ 의견
결국 전반적으로는 매물은 늘고 가격 상승은 주춤한 데 매수에 나서는 사람은 적어 구매 여력이 있는 실수요자들에겐 내 집 마련이나 생활권에 맞는 주택을 찾기 위한 적기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문 정부 들어 급등한 호가가 크게 낮아지지 않은 현재 가격이 ‘최적가’인지를 놓고는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인 것이다.
부동산 정보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직방이 자사 앱 이용대를 대상으로 지난달 16일∼30일 진행한 모바일 설문에서도 내년 상반기까지 주택 매입 계획이 없다고 밝힌 이들은 그 이유로 ‘주택 가격이 너무 비싸서’(29.6%)와 ‘향후 가격이 하락할 것 같아서’(27.0%) 등을 가장 많이 꼽았다.
전문가들은 가격 전망과 관련해서는 엇갈린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실수요자 등에는 ‘매수 추천’으로 입을 모았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도 작동하는데다 금리 보다는 물가 상승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분양가부터 오를 것"이라며 올 하반기 상승 흐름을 예측했다.
이어 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는 정부 공급계획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는 전제 하에 "물가 상승 폭 내 안정 흐름을 보일 것"이라면서도 "안정과 하락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윤 연구원은 "변수에 따라 일시적 하락은 나타날 수 있지만 (저출산 등으로 인한) 인구 감소 영향도 10년, 20년 너무 장기적으로 봐야 하는 요인이고 공급 물량도 여전히 OECD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또 현재 관망 중인 실수요자에게는 "대출과 소득 역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 시장 상황은 시세 보다 저렴한 물건을 건지기 좋다"며 매수를 추천했다. 다만 "매물이 많은 상황에서 굳이 고점 매물을 매수할 필요는 없다"며 주의도 당부했다.
반면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무엇보다 현재 가격이 많이 오른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며 당분간 약보합 장세를 전망했다.
김 소장은 "주택은 결국 심리"라며 공급 물량이 시장에 끼칠 영향도 제한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2010~2012년 이럴 때도 물량이 남았었나. 아직은 서울이 버티지만, 경기, 인천부터 시작해 서울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소장이 언급한 시기에 서울의 주택 보급률은 90% 중반대에 머물렀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부동산 불황기’로 꼽혔다.
그는 다만 현재 주택 구매를 고민하는 무주택 실수요자를 전제로 ’매수를 추천하겠나’를 묻는 질문에는 "앞으로 좀 오르거나 내리더라도 일단 주택이 필요한 실수요자라면 자금이 된다고 할 경우 추천한다"고 답했다.
hg3to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