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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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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우크라戰이후 에너지공급망 재편 대비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6.27 10:14

이상준 국민대학교 유라시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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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국민대학교 유라시아학과 교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최근 독일 언론 인터뷰에서 "전쟁이 수년간 지속될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마치 한반도 상황처럼 ‘종전’ 없이 초장기 대치 상태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물론 올 10월 무렵 전쟁 종식과 관련된 협상이 다시 재개되어 겨울이 시작되기전 마무리 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런 관측은 그간 유럽이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수입을 줄이려고 노력했지만 북아프리카와 중동으로부터 에너지 수입을 늘리는 것이 한계가 있다는 현실론을 배경에 깔고 있다.

실제 2006년 러-우크라 가스분쟁이 처음 발생한 이후 유럽은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를 추구하였지만 유럽의 LNG 터미널 규모는 에너지 수요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독일과 동유럽 국가들은 근거리 에너지 운송망으로 값싼 PNG를 수입할 수 있었기에 러시아에 의존하는 에너지 수입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이다.

전쟁이 장기화되든지, 아니면 올해 안에 마무리 되든지 지정학적 갈등 요인으로 인해 유럽과 러시아 간 협력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서방과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러시아를 상대로 승리하고 이로 인해 푸틴 체제가 붕괴되어 러시아를 정치경제적으로 바꾸는 것이겠지만 이렇게 전쟁이 끝날 가능성은 아주 낮다. 오히려 러시아가 현재 점령한 지역을 독립시켜 우크라이나를 분할하거나 러시아 영토에 편입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전쟁의 결과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재편은 불가피할 것이다.

전쟁 이후 유럽이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수입을 부분적으로 복원할 수 있겠지만 다른 지역으로부터 에너지 수입을 늘릴 전망이다. 원자력을 청정에너지로 규정하고 원전 건설을 늘리거나 석탄 사용비중도 늘릴 수 있을 것이고 동시에 신재생 에너지 개발을 가속화하여 에너지 독립을 추구할 것이다.

러시아 역시 유럽중심의 에너지 협력을 아태지역으로 바꾸려고 할 것이다. 전쟁이전에도 러시아는 이미 에너지 전략 2020, 2030, 2035를 수정보완하면서 아태지역으로 에너지 공급을 늘리려는 계획을 실천하고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OPEC 산유국들은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자국산 에너지 자원의 가치를 최대화하고 동시에 자국의 인보 여건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국가와 협력을 모색할 것이다. 여기에 러시아와 중국도 포함되어 있다.

미국은 국내적으로 셰일 가스 생산을 늘리고 국제적으로 이란 핵협상, 베네주엘라 제재 완화 등을 추진할 것이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팬데믹 시기 달라진 투자기준 ESG로 인해 미국내 셰일가스 개발에 새로운 자본유입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이란과 베네주엘라 등의 에너지 생산이 원유가격을 낮출 수 있을 만큼 빠르게 늘어나지 않을 수 있다. 이처럼 에너지 주요 공급국과 수요국은 각자의 셈법에 따라 전쟁이후 변화될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구도에 맞추어 협력을 추진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하루라도 빨리 종식시키기 위해 우리가 대러 제재에 참여하는 것은 필요하겠지만 한국 경제의 성장 뿐 아니라 생존의 관점에서 러시아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것보다 균형을 갖춘 협력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러시아가 유럽으로의 에너지 공급을 줄이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에너지 가격의 상승으로 이와 연동된 상품의 가격이 모두 오르면서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수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유류세 인하, 에너지 수요 관리, 에너지 믹스 탄력적 운영 등을 통해 단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응책도 모색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떤 식으로 종식되더라도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은 재편될 것이며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 간 격차는 벌어질 것이기에 우리 정부와 기업이 지금부터 서둘러 준비한다고 해도 빠르다고 할 수 없다.

우리의 에너지 공급선 가운데 변동성 높고 취약한 곳이 있다면 보완해야 할 것이고 새로운 공급망 구축이 필요하다면 민관이 협력하여 추가적인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 일본이 대러 제재에 적극 참여하고 있지만 야말과 사할린 에너지 프로젝트에 지분 참여하고 있으며 이는 제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 방침을 세운 점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한편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탄소중립으로의 대전환을 모색해야 하지만 시간과 노력 더 필요하다.

한국경제가 에너지 독립을 달성하기 이전까지 탄소 배출이 적은 원전 및 수소 등 청정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방안도 동시에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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