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정부가 전국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중 일부 지방에 한해 규제지역 지정을 해제하기로 했다. 이번 규제지역 해제 발표로 지방 주택시장은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이다.
국토교통부는 30일 2022년 제2차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해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조정(안)’을 심의·의결해 지방권 위주로 규제지역 지정을 일부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 등으로 주택 매수세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지방 일부 지역은 규제 강도를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투기과열지구 해제 지역은 대구 수성구, 대전 동구·중구·서구·유성구, 경남 창원시 의창구 등 6개 시군구다. 조정대상지역 해제 지역은 수성구를 제외한 대구 7개 시군구와 경북 경산, 전남 여수·순천·광양시 등 11개 시군구다. 이로써 전국 투기과열지구는 49곳에서 43곳으로, 조정대상지역은 112곳에서 101곳으로 줄어들게 됐다.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해제 지역에 모두 지정된 대구는 규제지역 해제가 논의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을 때부터 유력한 후보지로 언급돼왔다. 대구는 수년간 이어진 공급과잉으로 전국에서 가장 미분양이 많이 나오는 지역이다. 올해만 하더라도 분양 단지가 모두 미분양이 되는 등 ‘미분양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대구 등 지방 부동산 시장이 수도권에 비해 침체돼 있었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주택 거래 활성화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지역에서는 최근 정부에서 시행한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다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 등의 규제 완화 정책과 더불어 세 부담이 줄어들면서 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빅데이터랩장은 "규제 해제 지역은 세금·대출·분양·정비사업 등 주택시장의 청약·보유·거래 전반을 제약했던 규제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라며 "이번 규제지역 해제로 공급과잉 우려가 있거나 향후 차익기대가 제한적인 곳, 대출 이자부담이 커서 매각을 원하는 집주인들이 집을 매도할 수 있는 출구와 퇴로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규제지역 지정 해제로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 목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조치는 규제완화라는 측면에서 필요한 부분"이라면서도 "이번 규제지역 지정 해제 지역을 중심으로 대출 한도가 높아지면서 가격하락·보합·안정에는 역행하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또한 금리 인상 시기인 만큼 매수세는 뚜렷하게 증가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함 랩장은 "조정대상지역 해제가 수도권보다 지방에 집중된 데다가 매매가 상승이 정체된 상황에서 높은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을 고려하지 않고 매수자가 주택을 구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울산 남구, 경기 양주·파주·김포시, 충북 청주시, 전북 전주시 등이 국토부에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공식적으로 요청했으나 이번 해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미분양 단지 증가로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세종시도 이번 해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토부는 수도권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하락 전환 시기가 오래되지 않은 만큼 당분간 규제지역 지정을 유지하고 시장상황을 추가 모니터링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