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관제실장(방송통신직) |
사명감 하나로 산불을 진화하고 약제를 살포한다. 촌각을 다투는 산악인명구조 현장으로 날아가고 산림사업에 필요한 기자재를 운송하는 일도 산림항공본부의 몫이다.
산불이 발생하면 신고를 접수한 뒤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관리소의 헬기를 출동시킨다. 산불 진화 헬기의 출동과 투입을 위한 교신이 오간다. 산림헬기의 출동부터 복귀까지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하고 지원하는 곳이 관제실이다. 산림항공본부 관제실은 산불이 발생하면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산림헬기의 눈과 귀, 길잡이가 되는 산림항공본부의 관제사(통신사, 이하 관제사)는 4명이다. 그리고 11개 관리소에 각각 2명의 관제사가 근무하고 있다. 본부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관제실은 입구에 ‘제한구역, 관계자 외 출입금지’ 가 적혀있다. 범접하기 어려운 장소임을 출입문에서부터 느낄 수가 있다.
그곳에서 박찬호 관제실장과 김재현 주무관이 근무를 하고 있었다. 엔지니어로 오랫동안 일하던 박찬호 실장은 오퍼레이터가 돼 산림항공본부 근무 7년 차이다. 2015년 산림항공본부 서울산림항공관리소에서 근무를 시작해 2020년 9월 산림항공본부 산림항공과 관제실장(방송통신직)을 지내고 있다.
▲산림항공본부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관제실에 박찬호 실장과 김재현 주무관이 근무 중이었다. 박 실장과 함께한 김재현 주무관(2년 차)은 육군에서 통신 상사로 14년 근무하고 전역한 베테랑이다. |
-산림항공본부 관제사가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 산림항공본부 관제사는 공항 관제사와는 다르다. 산림청 헬기를 관제한다. 상황실 지시사항이나 헬기의 요구사항을 전달한다. 산불 발생 시 상황 유지와 진화헬기가 진화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계류 급유, 현장 상황 확인, 위험 요소 확인, 인적·물적 투입현황 등을 지원하는 일을 한다.
산불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네비게이션처럼 경로를 설정해 기장과 소통하는 역할이다. 산불 진화를 위해 헬기가 출동하면 매뉴얼에 따라 움직인다. 정비사를 태우고 적절한 위치에 내려주고 담수지로 이동해 담수 후 산불 발생 지역으로 이동하는 시스템이다. 주 임무가 헬기를 통제하는 일이지만 산불 상황에 맞춰 정비사를 적당한 지역에 내려줘 효율적 정비를 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등 산불 발생부터 끝날 때까지 오로지 그 상황에 집중해야 한다.
-산불진화 현장은 많은 헬기가 출동하게 되는데 이때 가장 어려운 점은
▲ 산불이 발생하면 발생 지역에는 많은 헬기가 출동한다. 여러 곳에서 헬기가 출동하기 때문에 산불 현장에 모인 산림항공본부 헬기 전체를 통제한다. 헬기가 출동해 계류하려면 공터 확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민간인 협조가 어렵다거나 관계자가 없어 연락이 안 될 때 어려움이 있다. 무엇보다 상황실 지시사항 진행 상황과 실질적 이동 경로를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다. 현장이 넓어 여기저기서 급하고 위험하다고 헬기 지원을 요청할 때 우선순위를 정하기가 정말 어렵다.
▲박찬호 관제실장이 산불 진화 과정의 소음 민원 에피소드를 말하며 시민들에게 불편함을 조금 참아줄 것을 당부했다. |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봄철, 지난 삼척·울진 산불 현장은 최장기간 산불로 기록됐다. 이처럼 긴 시간 진화가 이어지면 별별 사건이 있을텐데
▲ 헬기 진화작업이 오래될수록 소음 민원이 많다. 산불 진화를 위해선 담수를 해야 한다. 담수지를 오가는 길목에 민가가 있을 수 있다. 불을 한참 끄다 보면 전화민원이 들어온다. "왜 헬기 지나가냐, 잠 좀 자자. 언제 끝나냐" 등 헬기 때문에 시끄럽다고 항의하는 민원이 많다. 이럴 땐 민원을 무시할 수 없기에 헬기 조종사들에게 "높게 가 주세요, 돌아가 주세요" 등을 요청한다. 반면 "우리 집 타고 있다. 왜 안 오냐"는 전화도 받는다. 급박한 상황에 소음 때문에 힘들다는 민원 전화를 받을 때가 제일 힘들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협조 요청을 해도 좀처럼 이해를 안 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헬기 소음이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산불이 진화되는 그 순간까지 24시간 비상 근무를 서고 있다. 숲이 새카맣게 타고 있고, 또 집에 불이 번질 백척간두에 놓인 이들을 생각해 힘들지만 조금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산림항공본부 관제사(통신사)를 진로로 선택하는 이들을 위한 조언을 한마디 하자면
▲ 보통 관제사는 인기 업종이라 하지만 산림청 관제사(통신사)는 일반 공항 근무하는 관제사와는 업무 특성이 다르다. 헬기 소리가 시끄럽다 보니 도심에서 떨어져 있다. 더구나 연고지가 아닌 타지 근무가 대부분이라 크게 선호하는 직업은 아니다. 또 현장 헬기 조종사나 정비사, 진화대원은 진화 현장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눈에 띈다. 하지만 관제실 근무자는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움직이는데 현장에서 보이지 않아 고생하는 만큼 눈에 띄는 직업은 아니다.
집안에서 주부의 가정 살림은 끝도 없고 생색도 안 난다고 한다. 하지만 가족을 지키고 보살피는 일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처럼 산림항공본부 관제사는 우리나라 산림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자긍심과 현장의 조종사나 산불진화대원 등의 안전을 살핀다는 자부심이 강한 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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