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경북 울릉군 사동항 여객터미널에서 배에 오르고 있다.연합뉴스 |
당 대표에 대표 직무대행까지 자리를 비운 사상 초유의 혼란으로 당장 당헌·당규 해석까지 엇갈리는 상황이다.
특히 6개월 당원권 정지가 끝난 뒤 복귀 예정이었던 이준석 대표가 거취의 돌파구를 어떻게 마련할지도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1일 국민의힘 주요인사들 가운데서는 ‘비대위 전환’에 회의적인 목소리들이 이어지면서 사퇴한 권 대행의 원내대표직 유지에 비판이 쏟아졌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 글에서 "원내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전체가 당원과 국민들의 신뢰를 상실했다"며 "지도부 총사퇴 하시고 새로이 선출된 원내대표에게 비상대권을 줘 이 대표 체제의 공백을 메꿔 나가는 게 정도(正道) 아닌가"라고 밝혔다.
홍 시장은 권 원내대표에 "당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 한 비대위를 구성할 수가 없고 권한대행을 사퇴하면 원내대표도 사퇴하는 것이 법리상 맞는 것인데, 원내대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동 승계된 대표 권한대행만 사퇴하겠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대표의 사법적 절차가 종료되는 시점에 이르면 이 대표의 진퇴는 자동적으로 결정될 것"이라며 "그때까지 잠정적으로 (새로 선출된) 원내대표 비상체제로 운영하다가, 전당대회 개최 여부를 결정하는 게 공당의 바른 결정으로 보인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왜 꼼수에 샛길로만 찾아 가려고 하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현재 배현진·조수진·윤영석 최고위원이 차례로 사퇴하고 권 원내대표도 당 대표 직무대행직을 내려놓으면서 비대위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홍 시장은 이를 이 대표를 겨냥한 ‘꼼수와 샛길’이라고 지적하면서 비대위 전환에 반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미경 최고위원도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당헌당규상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당 대표 또는 당 대표 권한대행이다. 당 대표 직무대행인 권 원내대표에게는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대위는) 당원권 6개월 정지가 아닌 제명 효과를 가져온다. 이 대표가 법적 대응을 하면 가처분을 받아주는 상황이 돼서 이 대표가 다시 당 대표로 돌아오는 그런 황당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처음엔 설마설마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이 대표를 내쫓으려고 하는 거였구나. 그게 다 드러났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김용태 청년최고위원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게 무슨 마피아 게임 하는 것도 아니고 낮밤 바뀌면 최고위원들 한두 명 계속 사라져서 좀 당황스럽다"며 "집권 여당이 대통령실 심부름센터도 아니고 왜 대통령실 의중을 찾느라 바쁜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비대위 의결 권한이 있는 전국위 의장인 서병수 의원은 연합뉴스에 "권 원내대표의 문자메시지 유출과 최고위원 강제 사퇴 말고는 상황 변화가 없는 것 아닌가"라며 "비대위로 전환하려면 합당한 명분과 당헌당규상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대위로 가면 당헌당규상 해석상 여러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제명되는 셈이나 마찬가지인 이 대표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불씨를 안고 가는 것보다는 쉽고 순리적인 방안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 "직무대행 체제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권 원내대표가 최고위원을 얼마든지 충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대표 거취와 대응이 비대위 전환 논란의 최대 변수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이 대표는 전국 곳곳을 돌며 당원과의 만남을 이어가면서 현재 진행되는 상황들에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에 "양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지 말라했더니 이제 개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기 시작하려는 것 같다"며 "저 자들의 우선순위는 물가안정도 아니고, 제도개혁도 아니고, 정치혁신도 아니다. 그저 각각의 이유로 당권의 탐욕에 제정신을 못차리는 나즈굴과 골룸 아닌가"고 비판했다.
앞서 친윤계를 겨냥해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의 ‘양두구육’을 올린데 이어 이날은 겉도 속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가한 것이다.
이 대표는 또 이날 "고민이 많을 때는 당원가입을 하면 된다. 아이폰 사용자는 링크를 누르지 않고 주소를 직접 사파리에 입력해 주시면 가입이 가능하다"는 글을 올렸다.
친윤계에 대한 비판 여론을 고조시키고 자신에게 우호적인 당내 민심을 최대한 ‘끌어올려’ 바닥부터 재기를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이 대표는 다수 여론조사에서 차기 당 대표 선두 주자로 꼽히는 상황이다.
넥스트위크리서치(KBC광주방송·UPI뉴스 의뢰)가 지난 26일부터 다음날까지 실시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이 대표는 지지율 26.0%로 1위였다. 2위 안철수 의원(17.1%)을 8.9%p 차로 앞선 것이다. 특히 지난달 26일은 윤 대통령의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 문자 파문이 일었던 날이다.
조사는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였다. 조사 방식은 무선 RDD(100%)를 이용한 자동응답 전화 조사로 응답률은 4.6%였다. 자세한 내용은 넥스트위크리서치와 UPI뉴스 홈페이지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hg3to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