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름 산업부 기자 |
요즘 일부 정치권이 ‘국민들과 고통분담’을 내세우며 수익을 많이 낸 정유사들에게 일명 ‘횡재세’를 거두는 법안을 들고나와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일반 국민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정유사들이 무슨 짓을 해서 횡재를 했나?’라고 의아해 하는 눈치다. 국회는 왜 하필이면 ‘횡재’라는 단어를 썼을까. 21세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정상적인 활동으로 이익을 낸 것을 두고 마치 금 도깨비 방망이를 두드려 돈을 번 것처럼 ‘벼락 횡재를 했으니 힘든 국민들을 위해 횡재세를 내놔야 한다’고 떠드는 것을 보니 ‘우리 정치인들의 눈높이’를 가늠할 만하다.
물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석유·가스 수급불균형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폭등했고 그로 인해 정유사들이 올 상반기 상상을 넘어서는 대규모 영업이익을 낸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그 이익을 횡재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경영환경은 늘 변화무쌍하고 예측 불가능하다. 기업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 채 미래를 예측하고 그에 따라 경영해 나가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 결과가 좋든 나쁘든 모든 책임은 고스란히 기업이 진다. 이번에 정유사들에게 호조건의 상황이 전개되었을 뿐이지 ‘횡재’란 있을 수 없는 이유이다. 기업이 이익을 많이 냈다면 정부는 법이 정한대로 세금을 거두면 된다. 그런데도 일부 정치권이 ‘횡재’라는 말로 마치 정유사들이 아무 노력 없이 그냥 굴러 들어온 돈을 챙기고 있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행태다.
정유업계도 할 말이 많다. 원유를 들여와서 정제해 다시 수출하기 때문에 유럽·미국 등에서 추진하는 ‘횡재세’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한다. 더구나 지난 2020년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5조원의 적자를 봤는데 시장상황이 개선돼 올해 일시적으로 수익이 올랐다고 이것을 아무런 노력 없이 거둔 횡재라며 세금을 부과하려한다며 앞으로 정유사가 적자를 볼 때는 정치권이 그 부분을 보전할 것이냐고 항변한다. 아울러 정치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기금으로 환수하는 방안도 근본적으로 주주로부터 배임 추궁을 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치권의 이같은 행태는 정유사들의 기업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준다는 점에서 ‘횡재’라는 말은 즉시 거두어들이는 것이 마땅하다. 정유사들의 제품을 사용하는 국민들의 고통을 감안, 일부나마 짐을 분담해 줄 것을 기대할 수는 있지만 그마저도 정유사들이 결정할 일이지 정치권이 나서서 입법을 들먹이며 압박하는 것은 공정과 상식을 넘어서는 비상식적인 처사다.
지금은 정치권이 기업인들의 어려움을 헤아려주는 노력이 절실할 때다. 산업계는 고물가·고환율·저성장으로 위기 경영에 돌입해 있다. 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살고 국민도 살 수 있다. 최근 정부는 기업을 살리기 위해 법인세를 낮추는 등 세제 개혁까지 추진 중이다. 이런 때에 정치권이 일부 기업들의 일시적인 대규모 영업이익을 들어 횡재니 뭐니 하는 것은 국민들이 기업의 존재가치를 불신하게 만들고 기업의 경영의욕을 꺾는 일이다.
기업에게 아무 노력 없이 얻어지는 횡재란 없다. 고통 분담은 우리 사회의 자발적인 몫이다. 정부나 정치권이 국민들이나 기업에게서 뭘 빼앗으려 드는 건 공산주의 사회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다. 국민들은 다 아는 일을 정치권이 모른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