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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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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탄소중립정책, 에너지안보와 상충되지 않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16 09:00

양수영 서울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객원교수/전 한국석유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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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영 서울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객원교수/전 한국석유공사 사장


탄소중립은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 순배출을 ‘0’으로 한다는 것으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여 금세기말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섭씨 1.5°이내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탄소배출 요인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화석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한다. 그런데 인류가 자연에서 얻어 사용하는 1차 에너지의 79%를 차지하는 화석에너지, 즉 석유, 천연가스, 석탄을 줄여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국제에너지기구는 탄소저감에 대해 네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였다. 그 중 ‘넷제로’시나리오와 ‘지속성장’시나리오는 차치하고라도, 탄소저감 효과가 세 번째로 낮은 ‘발표공약달성’시나리오도 2030년 이후 전 세계 최종에너지 소비가 거의 증가하지 않아야 가능하다.

에너지 소비의 가장 큰 요인인 인구증가와 경제성장이 2030년부터 정체상태로 놓인다는 것이 매우 비현실적이므로, 실제로 실천가능한 것은 효과가 가장 낮은 ‘이행가능정책’시나리오에 불과하다. 이행가능정책 시나리오는 전 세계 국가들이 분야별로 현재 시행 중인 또는 공약한 정책 중 이행가능한 정책만을 반영한 경우로서 이 시나리오에 의하면 전 세계 최종에너지 소비는 2020년 대비 2050년에 33% 증가한다.

화석에너지 중 탄소배출이 가장 많은 석탄은 전 세계적으로 그 사용을 자제하고 있으므로 상당량이 줄어들 것이다. 1차에너지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탄화수소 즉 석유와 천연가스 비중은 소폭 줄어드나 총에너지가 증가하므로 탄화수소 사용량 자체는 2020년 대비 2050년에 2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석유의 경우 전기자동차 사용 확대로 2030년 이후 수요 증가 폭이 둔화할 것이나 여전히 일일소비량 1억 배럴 이상을 유지할 것이다. 천연가스는 석탄발전과 일부 국가들의 탈원전에 대한 대체연료로서의 위치를 굳혀가고 있으며, 특히 재생에너지의 증가에 따라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해결하는 전력시스템 안정 역할 수행에 따라 그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확대할수록 천연가스 수요가 동시에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스수출국기구가 2021년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천연가스 수요는 2020년 대비 2050년에는 무려 46% 증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탄소배출뿐만 아니라 에너지 공급 측면에서도 인류는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현재까지 지하에서 확보한 석유와 천연가스는 현재의 소비량을 유지한다면 100년 이내에 고갈될 것이다. 석유고갈론이 희화화되었던 것은 자원개발 기술의 발전으로 끊임없이 석유와 천연가스를 찾아내었기 때문이다. 19세기 후반에 본격적으로 석유탐사를 시작한 이래 그동안 사막과 정글, 그리고 천해 지역을 샅샅이 뒤져 이제는 수심 2000미터 이상의 심해에서 지하 수천 미터를 굴착해야 석유나 천연가스를 찾아낼 수 있게 되었다.

석유정보기관인 IHS의 자료에 의하면 석유와 천연가스 발견이 급속도로 줄어들어, 지난 10년간 지구상에서 발견한 석유와 천연가스 자원량의 연간 평균값은 현재 인류가 쓰고 있는 연간 수요량의 약 1/3에 불과하다. 추가로 발견한 자원량이 급감한다는 것은 멀지않은 장래에 심각한 에너지 부족 사태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뿐만 아니라 에너지 수급 불균형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탄화수소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선제적으로 취해야만 한다.

기후변화가 인류에게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으므로 탄소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매우 적극적으로 해야 하지만, 에너지 또한 인류의 생존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보니, 화석에너지 수요가 쉽게 줄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가 처한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환경 분야와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의 소통과 협업이 필요하다. 서로 상충되는 탄소저감과 에너지 안보의 한쪽만을 강조해서는 안 되며 현명하게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환경 분야 전문가들은 무리하게 탄소중립 달성을 요구하기보다는 에너지 수요의 현실, 특히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려하여 실천가능한 탄소저감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조치에 대해 결코 안일하게 생각해서는 안 됨은 물론이고, 앞으로 닥쳐올 에너지 수급 불균형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에너지 공급과 소비에 있어 획기적인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해야 한다.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노력을 매우 적극적으로 해야 하며,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 즉 발전연료 확보 부담이 없는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지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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