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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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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차로 갈아타야 하나"…‘디젤 대란’에 글로벌 경유가격 고공행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1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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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EPA/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미국과 유럽 등에서 디젤 공급이 부족해지자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1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벤치마크로 여겨지는 뉴욕항 디젤 현물 도매가격이 이번 주 배럴당 200달러를 웃돌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인 지난 4월말∼5월초 기간을 제외하면 이는 역대 최고가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현물 시장에서의 경유 가격은 8월말부터 매우 강한 백워데이션 흐름을 보이기 시작했다. 원유시장에서의 백워데이션은 근월물 가격이 원월물 가격보다 높다는 뜻으로, 수요가 강하고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또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이번 주 미국 경유 소매가격은 갤런당 5.339달러로, 이달에만 10% 가량 급등했다. 경유 가격이 갤런당 5달러대를 웃돈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유럽에서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지난 주 한 때, 트레이더들은 유럽에서의 도로용 경유 실물을 얻기 위해 배럴당 20달러가 넘는 톤당 160달러의 프리미엄을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프리미엄은 톤당 24달러에 불과했다.

이처럼 경유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정유업계들은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정유사들의 디젤 정제 마진은 배럴당 86.5달러로 급등했는데 이는 2000년부터 20년 동안의 평균 마진인 배럴당 15.7달러 대비 450% 가까이 뛴 수준이다.

그러나 경유에 의존하는 기타 산업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디젤은 트럭, 밴, 굴착기, 화물 열차, 선박 등 경제 모든 면에 사용되는 만큼 연료값 상승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컨설팅업체 우드맥켄지의 마크 윌리엄스 리서치 총괄은 "거시경제 차원에서 살펴보면 경윳값 상승은 인플레이션 압박을 키워 경기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디젤 가격은 제조, 운송, 난방 비용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격 상승세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디젤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근본적인 배경엔 미국 등의 재고가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상업용 디젤 및 난방유 재고는 1억 600만 배럴로 집계됐는데 이는 1951년 10월 이후 최저치다. 블룸버그는 "이맘때 재고량은 이보다 30% 정도 더 높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블랙골드 인베서트의 개리 로스 매니저 역시 "공급이 매우 빠듯하고 최종 소비자 재고는 이례적으로 낮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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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연합)


미국 경유 재고가 무너진 원인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미국내 디젤 수요가 휘발유와 항공연료보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부터 빠르게 회복된 점이 첫 번째 이유다.

글로벌 디젤 수요가 급증한 영향으로 미국의 경유 수출이 이례적으로 높은 점, 미국 정유사들의 정제 능력이 예전에 비해 낮은 점도 재고 급감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미국이 지난 7월 중남미 지역에 수출한 디젤은 120만 배럴로 집계됐는데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며 10년 전에 비해 2배다.

여기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가한 점이 결정적이었다. 블룸버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는 미국이 러시아로부터 상당한 양의 원유를 수입해왔고 정유사들은 이를 모두 디젤로 정제했다"며 "그러나 미국 정부가 러시아산 원유에 금수조치를 내리자 수입도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일반적으로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디젤 수요가 낮은 봄과 여름에 재고량을 늘리지만 올해는 그러지 못해 이런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개입 없이 상황을 시장에 맡길 경우 디젤 가격은 겨울을 앞두고 더욱 올라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다시 뛸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전략비축유를 추가로 방출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이 디젤 수출을 금지하는 방법도 있다. 워싱턴 정치권에선 이미 이와 비슷한 조치를 심사숙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럴 경우 세계 각국들의 디젤 가격이 더욱 뛸 가능성이 있어 글로벌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대러 제재 차원으로 유럽연합(EU)이 내년 2월부터 러시아산 디젤 수입 중단을 앞두고 있는 점도 악재다. 지난달 EU의 러시아산 디젤 수입 비중은 41%로 연초(63%)대비 20% 넘게 쪼그라들었다. 이런 움직임이 지속될 경우 유럽에서도 경유 공급이 부족해져 세계적인 디젤 대란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결국엔 경기침체가 발생해 건설, 트럭 운송 등이 위축되는 수요가 무너져야 수요공급이 균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진단이 나왔다. 블룸버그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불해야 할 큰 대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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