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전력거래소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정부가 최대 40조원으로 예상되는 한국전력공사의 적자 해소를 위해 여러 대책을 시행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발전업계가 긴장하는 눈치다.
6일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발전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오는 12월부터 전력도매가인 계통한계가격(SMP)상한제 시행을 강행할 방침이다.
물가급등에 따른 금리인상 기조에 공공요금까지 올리면 민생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여론도 사업자들에 불리하게 흘러가는 모양새다. 그동안 발전단가가 가장 높은 액화천연가스(LNG)를 기준으로 결정되던 SMP 산정방식도 바뀔 전망이다. 특히 전력도매 시장을 비용기반시장(CBP)에서 가격입찰제(PBP)로 전환하는 시장구조개편도 추진되고 있다.
이에 발전공기업은 물론 민간발전사들도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 세계 각국은 이미 SMP 상한제와 유사한 횡재세(windfall tax)를 부과하고 있다. EU는 9월 30일 에너지이사회 긴급회의를 열고 12월부터 화석에너지 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하는 데 합의했다. EU 법안 초안에 따르면 가스 외에 태양광, 풍력, 원자력, 석탄을 활용하는 발전사들이 벌어들이는 초과이익의 일부가 횡재세로 회수된다. 물론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이 조치로 마련되는 1400억 유로(약 197조원)는 소비자 부담 완화에 활용된다. 발전사 수익은 MWh 당 180유로(kWh 당 250원) 이하로 제한된다. 미국도 횡재세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해 엑손모빌은 하느님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며 횡재세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정상적인 상황에서 기업이 막대한 이윤을 내거나 또는 부도가 난다고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한 현재의 상황은 특별하다. 미국의 횡재세 부과는 1,2차 세계대전과 올해까지 세 차례나 된다. 정부의 SMP 상한제는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전력시장 긴급정산 상한가격제도’와 ‘고정가격계약의 전력거래가격 정산방식 개선’을 발표하고 SMP 상한제의 12월 시행을 예고했다. ‘전기사업법 제4조(전기사용자의 보호)와 전기사업법 제33조(전력거래의 가격 및 정산)의 ② 전기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전력거래가격의 상한을 정하여 고시할 수 있다’가 법적 근거다.
SMP 상한은 약 160원으로 하고 발전사업자 연료비가 상한을 초과하는 경우 실제 연료비는 별도로 보상하겠다는 것과, 고정가격계약을 체결한 신재생의 경우 SMP가 고정가격보다 높을 때 고정가격을 상한으로 하겠다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정부는 "시장충격을 완화하고 전기 소비자 부담을 경감하는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반발한다.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 ‘손실이 날 때는 정부가 도와주지도 않다가 큰 수익이 날 때 세금만 걷어간다’는 주장이 주류다.
전력당국은 PBP의 경우 우선 석탄화력 발전부터 도입한 뒤 추후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으로 이를 확대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당국은 PBP 시장이 되면 변동비가 아닌 발전사업자들이 배출권 비용, 탄소세 등 비용까지 고려해 입찰하고 낙찰받은 발전기가 시장에서 전력을 거래하게 되므로 전반적인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석탄화력을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는 발전공기업들과 민간석탄발전 기업들은 PBP시장에선 불가피하게 기존보다 수익성 악화를 겪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연료비는 물론 설비투자비 등 고정비까지 입찰하면서 경쟁을 강화하겠다는 게 PBP 시장 도입의 취지이지만 발전 공기업 입장에서는 입찰경쟁 결과 떨어지면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석탄발전업계 관계자는 "통상 석탄과 LNG복합발전은 연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장기공급계약’을 맺고 부족분은 웃돈을 주고라도 단기 ‘현물거래’로 수급한다"며 "그런데 PBP시장이 적용되면 매번 입찰을 해야 해 안정적인 발전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연료의 장기공급계약을 불가능하게 해 손실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가격입찰제 취지상 경쟁에서 탈락한 발전기에 대한 보상은 기대하기 쉽지 않지만 전기사업법 개정 등 다양한 지원시책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온실가스 목표 달성도 중요하지만 계통사유, 시장안정화 조치 등 예외적 사유도 존재하는 만큼 이를 고려해 설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개편안이 확정된 바는 없다"며 "향후 시행 과정에서 일부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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