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고든 무어가‘18-24개월마다 반도체 성능은 2배로 증가할 것이다’라는 무어의 법칙 (Moore’s Law)를 제안한 이후로, 지난 50여 년간 반도체 기술은 이에 맞추어 꾸준히 진보해 왔다. 그러나 반도체 공정의 선폭이 수 나노미터(10억분의 1m) 수준까지 내려오면서, 급격히 높아지는 공정단가와 단위소자 당 전력소모로 인해 기술의 발전 속도를 유지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에 고집적화를 넘어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한계를 돌파하고자 하는 비욘드 무어(Beyond Moore) 반도체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비욘드 무어 기술의 큰 갈래로서, 기존의 ‘0’과 ‘1’을 기반으로 하는 2진법 소자가 아닌 3진법 이상의 정보를 단일연산으로 처리할 수 있는 다진법 소자 기술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선폭을 줄이지 않고도 정보의 집적도를 50% 이상 끌어올릴 수 있으며, 높은 집적도를 구현하기 어려운 생체형 전자소자 및 유연 전자소자 기술의 고성능화에 특히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구현해내기 위한 새로운 반도체 소재 및 소자 구조의 개발에 많은 연구역량이 집중되고 있다.
연구팀은 유기물 기반의 반도체 소재를 사용하게 되면 이들의 화학구조에 따라 산화 전위를 제어할 수 있으며, 산화 환원 상태에 따라 전도성이 크게 변화하는 점에 착안하였다. 서로 다른 두 개의 반도체 소재에 순차적인 전기화학적 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을 통해 3개의 전기화학적 논리상태를 구현할 수 있었다. 또한 반도체 소재의 약간의 화학적 변형만으로도 전기적인 특성을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최적의 논리상태의 안정적인 구동이 가능하였다. 또한 전자적인 구동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린 전기화학적 반응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각각의 반도체 소재를 나노미터 수준의 박막으로 수직으로 적층한 새로운 반도체 소자 구조를 제안하였으며, 이를 통해 10MHz 이상의 고속 삼진법 논리 연산을 구현했다.
새롭게 개발된 반도체 소자는 대면적의 고집적화를 위한 공정 기술 개발에도 유리하다. 전극이 수평으로 배치된 기존의 반도체 소자에 비해, 모든 구성 요소를 수직으로 배치하면 단위면적당 반도체 소자의 개수를 큰 폭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사용한 반도체 소재 및 절연체 소재가 모두 유기물이기 때문에 이들을 잉크형태로 제조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인쇄하듯 찍어내는 방식으로 대면적의 대량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방식으로 인쇄된 반도체 웨이퍼는 다양한 다진법 논리연산을 균일하게 구현할 수 있었다.
조새벽 교수는 "연구는 생체친화성과 유연성을 모두 가지는 고성능, 고집적도의 3진법 소자를 인쇄공정만으로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며, "이 기술은 향후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고기능성 인쇄전자 분야의 주요 원천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논문명: Monolithic Tandem Vertical Electrochemical Transistors for Printed Multi-valued Log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