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은 올해 사업시행계획인가를 거쳐 주거시설과 관광숙박시설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사진은 현재 운영 중인 서울가든호텔 모습. 사진=김기령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여파로 서울 주요 호텔들이 경영 악화를 겪으면서 영업을 종료하고 호텔과 주거·오피스가 융합된 복합건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코로나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전환기임에도 여전히 중국 관광객 수요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 국내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어 호텔 부지를 활용해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로 개발하려는 움직임은 늘어날 전망이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내 주요 호텔들이 건설사나 자산운용사 등에 매각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우수한 입지를 활용해 오피스나 도시형생활주택 등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12월31일을 기점으로 영업을 종료한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서울’이 대표적이다.
힐튼호텔은 경영악화를 이유로 40년 역사를 뒤로 하고 올해부로 힐튼서울 영업을 중단했다. 힐튼서울은 경영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이지스자산운용에 매각됐다.
매각 이후 현대건설은 지난해부터 이지스자산운용과 밀레니엄 힐튼호텔 부지 개발 사업을 공동개발 중이다. 해당 부지는 오피스와 호텔 등을 갖춘 복합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완공 목표는 2027년이다.
서초구 반포동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도 매출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 2021년 호텔 운영을 중단했다. 철거 작업을 거쳐 오는 2026년 준공을 목표로 중소형 오피스텔과 아파트 등이 결합된 도시형생활주택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총 73가구, 지상 35층 규모의 주거시설로 조성될 예정이다.
운영이 중단된 호텔을 주거·오피스 등 복합시설로 활용하는 데는 호텔 부지가 갖는 부동산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호텔 부지는 주로 역세권에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고 넓어 활용도가 높다. 이러한 이유로 건설사나 부동산디벨로퍼를 중심으로 호텔 부지를 주거·오피스 등으로 활용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도 호텔 부지를 주거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서울시 건축위원회는 지난 16일 지하철 5호선 마포역 인근 ‘마포로1구역 제34지구 도시정비형 재개발’ 건축 심의를 통과시켰다.
▲재개발을 통해 바뀔 서울가든호텔 투시도. 서울시 |
이번 심의 통과에 따라 마포로1구역 제34지구는 올해 상반기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시작으로 재개발을 거쳐 지하 8층~지상 29층, 오피스텔 149실, 공동주택(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 44가구, 객실 40실 규모의 관광숙박시설이 들어서고 지하 1층~지상 4층에는 근린생활시설이 공급될 계획이다.
해당 부지 내 서울가든호텔을 활용해 주거와 호텔을 결합한 시설을 짓겠다는 게 서울시 측의 구상이다.
서울가든호텔은 마포역과 공덕역 사이에 대로변에 위치한 준공 40년이 넘은 호텔이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pandemic·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투숙객이 감소함에 따라 관광숙박 단일 용도로는 경영 활성화가 어려워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가든호텔의 기존 관광숙박 기능을 유지하면서 양질의 주거와 생활편의·부대시설 등을 공급해 지역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는 점도 호텔을 주거시설로 활용하는 이유 중 하나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2년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는 5144만명으로 1년 전에 비해 20만명이 줄었다. 반면 우리나라 1인 가구 수는 972만가구로 지난 2021년보다 26만가구가 늘어났다.
업계에서는 1인 가구 증가가 중소형 오피스텔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면 오피스텔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건설사들도 이를 염두에 두고 호텔이나 모텔 등의 부지를 활용해 오피스텔로 재조성하는 등의 장기적인 플랜을 구상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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