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자이’ 1770여가구가 이달 말 입주를 시작함에 따라 인근 아파트 전세 가격이 휘청이고 있다. 입주를 앞두고 여전히 막바지 작업이 진행 중인 흑석자이 단지 모습. 사진=김기령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이달 말 1700여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입주 여파로 일대 전세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 고금리 여파에 전세 수요가 줄어든 데다 입주장까지 맞물리면서 많게는 1년 전보다 5억원 넘게 떨어지는 단지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23일 서울시의 ‘아파트입주예정물량’에 따르면 이달 말인 오는 28일부터 흑석3구역 재개발로 들어서는 흑석자이 1772가구가 입주를 시작한다. 1000가구를 훌쩍 넘는 대단지가 입주를 앞둔 터라 흑석동 일대 아파트 전세가격이 수억원씩 하락하는 양상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흑석한강센트레빌2차 전용 84㎡는 지난 19일 5억4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14일에는 이보다 낮은 5억원 전세도 계약됐다. 이날 기준 동일면적 전세 호가는 6억~6억5000만원에 나와있지만 최근 거래를 보면 전세 6억원이 넘는 계약이 한 건도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갱신계약도 가격을 낮춰 거래하는 분위기다. 아실에 따르면 센트레빌2차 84㎡는 지난 2018년 11월 6억2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지만 지난 1일 갱신계약 과정에서 7000만원을 낮춘 5억5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성사됐다.
흑석자이 인근 흑석한강푸르지오 역시 전용 84㎡가 지난해 말 전세 7억~8억원 선에 대부분 계약됐지만 흑석자이 입주 여파로 올해 계약된 5건이 모두 7억원 이하에 계약됐다.
지난 2018년 준공한 545가구 규모의 흑석뉴타운롯데캐슬에듀포레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양상이다. 해당 단지 전용 85㎡는 지난 11일 전세 7억원에 계약됐다. 동일 면적은 지난해 10월 12억원에 계약되면서 해당 단지 전세 최고가를 경신했는데 이와 비교하면 5개월여 만에 5억원이 하락한 셈이다.
흑석동 대장주인 아크로리버하임도 2년 전에 비해 전세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84㎡는 지난 2021년 3월 전세 12억5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흑석동 일대에서 전세 가격이 비싼 축에 속했지만 지난 18일 동일면적이 전세 7억5000만원에 신규계약되는 등 5억원이 급락했다. 2년 사이에 시장 분위기가 급변하면서 가격이 크게 하락한 것이다.
이렇듯 전세가격이 크게 하락하는 데는 금리 상승과 입주장이 맞물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에 전세 수요가 감소하면서 세입자 구하기가 힘들어진 상황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입주장까지 겹치면서 전세 하락세가 더 가팔라지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도 ‘흑석자이 임차인 급구’ 등 세입자를 구하는 글도 게재되고 있다. 게시글 대부분은 입주 시기를 당길 경우 이사비용을 지원해준다거나 중개수수료를 아낄 수 있도록 직거래한다는 등 세입자 우대 조건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날 네이버부동산 기준 흑석자이 전세 매물은 총 406건에 달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전세 호가는 84㎡ 기준 많게는 8억원까지도 나와 있지만 6억5000만원까지 낮춘 매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신축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인근 단지에 비해 가격이 높지 않은 편이다.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집주인들이 잔금 걱정에 초조해지면서 전세가격을 낮추기 시작했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흑석동 내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흑석자이 입주를 앞두고 불안해진 집주인들이 급전세를 많이 내놨었다"며 "지금은 매물이 많이 빠져서 조용해진 상황이고 입주가 시작되면 분위기가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흑석자이는 입주 준비를 위해 단지 내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조합에서 정한 입주기간은 오는 28일부터 오는 5월16일까지 78일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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