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X(사진=로이터/연합) |
7일 테슬라 홈페이지에 따르면 프리미엄 세단인 모델S 기본형 모델은 기존 9만 4990달러에서 5.3% 인하한 8만 9990달러에, 고성능 모델S 플레이드 모델은 11만 4990달러에서 4.3% 내린 10만 9990달러에 각각 판매 중이다. 또 다른 프리이엄 SUV 차량인 모델X 기본 모델과 모델X 플레이드 모델은 기존 가격에서 각각 9.1%, 8.3% 내린 9만 9990달러, 10만 9990달러에 판매 중이다.
앞서 테슬라는 판매 촉진을 위해 지난 1월에도 미국 내 판매가격을 내린 바 있다. 이에 테슬라의 두 차례 가격 인하분을 적용하면 모델S와 모델X의 차량 가격(기본형)은 올 들어 각각 14%, 17%씩 할인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모델S와 모델X 플레이드 모델의 경우 할인율이 각각 19%, 21%에 달한다. 실제로 1월 가격 인하 조치 전까지만 해도 모델S와 모델X의 기본형 가격은 각각 10만 4990달러, 12만 990달러였다.
테슬라가 할인 전략을 지속할 수 있는 배경에는 가격을 낮출 여력이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주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모델S와 모델X 가격은 이번 할인에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최대 7500달러에 달하는 IRA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판매가가 5만 5000달러 미만이어야 한다.
가격 인하를 통해 판매량을 확대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의도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테슬라가 생산했던 전체 차량 중 모델S와 모델X가 차지한 비중은 약 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금리인상 및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소비 여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테슬라의 할인을 통해 가격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기가팩토리에서 열린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테슬라를 소유하려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매우 높지만 문제는 구매 능력"이라며 "작은 가격 변화에도 수요가 매우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테슬라와 달리 아직 전기차 사업 규모가 작아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기존의 완성차 업체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 인해 경쟁에 뛰어들었다. 앞서 테슬라가 지난 1월 가격 인하에 나서자 포드는 전기차 머스탱 마하E 가격을 최대 8% 내렸다.
▲리비안의 전기 SUV R1T(사진=EPA/연합) |
WSJ은 6일(현지시간) "리비안, 루시드 등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바닥나기 전에 공장 운영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며 "신생 업체들의 상황이 2020·2021년 첫 상장했을 때와 크게 달라졌다"고 보도했다. WSJ는 이어 "당시 금융시장은 차기의 테슬라를 모색하기 위해 전기차 스타트업에 현금을 쏟아부었다"며 "그러나 지난 1년 사이에 전기차 스타트업에 대한 월가의 인내심이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전기차 생산과 판매 확대를 통해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돈줄마저 끊겨 자금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리비안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예상치를 밑돌았으며 올해 생산목표 또한 예상치인 6만대를 하회한 5만 대로 제시됐다. 루시드 역시 2023년 전기차 생산대수가 1만∼1만 4000대에 이를 것이라고 지난달 전망했다. 이는 월가 애널리스트가 예상한 2만 1815대를 밑도는 수치다. 작년 4분기 매출(2억 5770만 달러)도 월가 예상치(3억 260만 달러)를 하회했다.
전기트럭을 생산하는 로드타운 모터스의 경우 지난달 고객에게 인도된 차량이 6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이날 주가가 9% 가까이 폭락했다고 WSJ는 전했다.
심지어 스타트업의 고급화 전략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미 시장조사업체 제이디파워의 더그 베츠 자동차 부문 대표는 "테슬라가 모델S를 첫 출시했었을 때만 해도 경쟁업체가 없었다"며 "현재는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스타트업들은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는 BMW, 벤츠 등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