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한은)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이달 열리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 결정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로 낮아진 데다 미국의 긴축 우려가 줄어들며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을 덜었기 때문이다.
단 최근 산유국들의 감산 발표에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로 작용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11일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3.5%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이달 한은이 지난 2월에 이어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내릴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먼저 국내 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경계 수준이었던 5%대에서 낮아졌다. 전날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로 두 달 연속 4%대를 기록했다. 지난 2월 상승률인 4.8%보다 0.6%포인트나 낮아졌고, 지난해 3월(4.1%) 이래 1년 만에 가장 작은 폭으로 올랐다. 석유류 가격이 전년 대비 14.2% 내리며 하락을 이끌었다.
물가 상승률은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5월 5.4%를 기록하며 5%대를 돌파한 후 6%대까지 치솟았다가 올해 1월까지 5%대를 유지했다.
이에 한은은 5% 이상의 물가 상승률을 우려하며 ‘물가 안정’을 이유로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나섰고 기준금리는 현 수준까지 높아졌다. 한은은 전날 통계청 발표 이후 진행한 상황 점검회의에서 "당분간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큰 폭 상승한 것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으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긴축 부담도 줄어든 상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긴축 기조를 더 강하게 가져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으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시장 불안감이 커지자 미 연준도 속도 조절에 나서는 모양새다. 미 연준은 지난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높이는 데 그쳤다.
단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4.8%로 전월 수준을 유지하면서 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근원물가는 주변 환경에 민감하지 않은 물품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물가로, 물가 둔화 흐름이 뚜렷해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은 "근원물가 상승률도 점차 낮아지겠으나, 둔화 속도는 소비자물가에 비해 더딜 것"이라며 "향후 물가 경로상에는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흐름, 공공요금 인상 폭과 시기 등과 관련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했다.
산유국들의 감산 소식에 국제유가도 급등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의 연합체인 OPEC플러스(+)는 지난 2일(현지시간) 하루 116만 배럴을 감산한다고 결정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국제유가는 장중 8% 넘게 치솟기도 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물가 상승을 자극한다. 한은은 현재 유가가 배럴당 70~80달러로 유지될 것을 가정하고 있는데, 이미 80달러가 넘어선 데다 향후 100달러를 웃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경기 둔화와 대외 금융 불안을 고려할 때 한은은 4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금통위의 관건은 소수의견 여부"라며 "근원물가 하락 폭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금통위원들이 물가에 대한 경계함을 유지하는 지가 관건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번 OPEC+ 결정이 국제유가 급등을 초래할 요인은 아니라고 판단하나, 수요 둔화에도 70~80 달러 수준의 유가가 유지된다는 점에서 인플레 경계감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한은은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인상 소수의견이 1명 정도 등장하며 매파적인 스탠스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