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원 아이파크' 15대 1 경쟁률에도 대형 면적은 미달 '수두룩'
“경기 불황, 대출 규제 등 불안요소로 올해 선별투자 이어질 것"
건설업계에서 연말 신규 분양 물량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서울 강북에서 대형 평형 위주로 미분양 물량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여전히 모든 신규 분양 물량이 매진되고 있는 강남 지역과는 사뭇 양상이 다르다. 분양가의 지나친 상승·대출 규제 등으로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떨어지는 강북 아파트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는 형국이다. 전국 부동산 시장의 수도권-서울간 양극화 현상 심화에 이어 서울에서도 강북-강남 양극화 신호가 뚜렷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7일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연말 전국에서 아파트 분양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이달 3주차부터 연말까지 도급순위 상위 10위 건설사들이 전국에 분양하는 아파트 단지는 전국 26개, 총 2만7860가구이다. 이중 일반분양은 총 1만8486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3배 많은 수준이다.
문제는 공사비 급등을 이유로 분양가가 지나치게 오른데다 정부의 가계 부채 관리 기조에 따른 대출 규제의 영향으로 일부 평형의 청약 미달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북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원 아이파크'는 전날 진행된 1순위 청약에서 1414가구 모집에 2만1129명이 몰리며 약 14.9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청약 결과를 자세하게 보면 양극화 현상이 포착된다. 전용 59㎡A 타입의 경우 231.3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반면, 전용면적 105㎡ 이상인 중대형 타입은 16개 중 무려 8개 타입이 청약 마감에 실패했다.
이처럼 수도권 내 입지가 좋다고 평가받는 아파트 분양에서 대형 평형이 미달 사태가 빚어진 것은 최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분양가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서울원 아이파크 전용 59㎡ 분양가는 10억원 안팎으로 형성됐으며,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 분양가는 12억8100만~14억1400만원으로 결정됐다. 여기에 각종 옵션 등을 더하면 15억원이 넘어가는 가격이다. 월계동 일대 신축 아파트 전용 84㎡ 최근 거래가가 10억원 수준인 것을 고려한다면 분양가가 시세보다 훨씬 비싼 것이다.
실제 치솟는 분양가로 인해 청약 시장에서는 선호지역 및 면적 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모습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전국 아파트 분양가는 3.3㎡(평)당 평균 2041만원으로 전년(1800만원) 대비 241만원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분양가(5297만원)는 평당 2657만원이 올라 84㎡ 기준 9억원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는 비선호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들의 청약 미달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3분기 전국에서 분양한 단지는 총 64개 단지이며, 이 중 1순위 청약에서 마감된 단지는 34.38%(22곳)에 불과했다.
여기에 정부의 대출 규제도 양극화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9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실시되는 등 대출 문턱이 한층 높아지자 잔금 마련이 어려워진 수도권 아파트 계약자들 중심사이에서는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 매물까지 나오고 있다. 내년 11월 입주를 앞둔 강북구 미아동 '한화포레나미아' 전용 80㎡는 10억2642만원에 매물이 급매로 올라와 있다. 같은 평형 분양가가 10억8415만원(최고가 기준)이고, 발코니확장비(3650만원)가 포함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마피는 9500만원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수요자들의 인식 변화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신규 분양에 대한 인식이 실거주 목적에서 투자 목적으로 넘어가면서, 향후 차익을 고려해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는 지역 및 면적으로 수요자들이 몰린다는 분석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지역마다 적정 금액이 있는데, 서울 일부 아파트 분양가는 중대형으로 가면 너무 높아진다"며 “수요자들은 그 가격이라면 상위 지역 구축 아파트로 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부 대형 평형에서 미달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요자들은 현재 분위기를 보고 상황을 판단하는데 경기 불황, 미국 도널드 트럼프 재당선으로 인한 불확실성, 대출 규제 등 각종 부정적 영향 때문에 올해까지는 입지가 확실한 사업장 위주로의 선별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