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올해 5월까지 상승세를 타던 현대차·기아의 주가가 잠시 주춤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경쟁 심화, 노조의 파업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미국 뉴욕시에서도 현대차·기아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이같은 이슈가 현대차·기아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며, 올해 글로벌 판매량 확대에 힘입어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현대차의 주가는 2%가량 하락한 채 거래되고 있다. 기아의 주가 역시 전일 대비 5% 넘게 내린 상황이다. 지난달까지 월간 주가수익률 5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하던 현대차·기아의 상승세에 찬물이 끼얹어진 것이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의 브랜드 경쟁 심화 우려가 커지고, 현대차·기아의 노조가 4조6000억원 규모의 성과급을 요구하며 파업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미국 뉴욕시가 현대차·기아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제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도 낙폭을 키웠다. 최근 뉴욕시는 차량 도난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데, 현대차·기아가 차량 도난 방지 장치 ‘이모빌라이저’를 일부 차량에 설치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이다. 이에 미국 내 현대차·기아의 판매량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에서는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올해 2월부터 이모빌라이저가 없는 미국 차량에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제공한다는 후속 대책을 발표한 바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미 도난 방지 장치에 대해서는 유사 소송을 통해 사후 처리안까지 모두 합의가 됐는데, 이제 와서 다시 소송이 걸린 상황"이라며 "당사에서는 소비자 입장에서 불편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이슈가 현대차·기아의 판매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뉴욕시 외 다른 지역에서도 계속 소송이 나왔지만, 현대차·기아의 판매량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며 "이날 주가 하락의 주된 요인으로 보이지 않으며, 파업 우려 등 여러 요소가 겹친 결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꾸준한 글로벌 판매량 성장을 보여주는 현대차·기아가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현대차의 미국 현지 판매량은 27만488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23만8106대) 대비 15.44%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아 역시 미국에서 25만2341대를 팔았으며, 전년 동기(21만257대) 대비 20.01% 증가했다. 지난 5월에도 현대차·기아의 해외 판매량이 전년 대비 각각 7.7%, 15.4%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글로벌 판매량을 기반으로 현대차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3조5927억원)·순이익(3조4194억원)은 전년 대비 각각 86.25%, 92.38% 급증했다. 같은 분기 기아의 영업이익(7조2331억원)도 전년 대비 42.79% 증가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현대차의 연간 영업이익·순이익 전망치는 전년 대비 각각 33.80%, 41.28%, 기아는 48.48%, 52.84% 증가할 것으로 집계됐다.
이 점을 주목한 외국인 투자자들도 현대차·기아의 주식을 계속해서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 5월 초부터 이달 5일까지 현대차와 기아를 각각 2298억원, 1408억원 순매수했다. 현대차의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다음가는 순위며, 기아도 전체 10위에 해당한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의 글로벌 판매 점유율은 최근 수년간 상승세를 보이는 반면, 유럽 미국 일본 OEM들의 글로벌 판매 점유율은 2020년 이후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며 "현대차와 기아의 낮은 재고, 전기차 시장 대응 역량이 판매 실적의 양적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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