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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중진의 상징’서 문턱 낮아진 국회 상임위원장…‘원만한 운영’ 리더십 문제 없을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6.18 10:28

‘국회의원의 꽃’ 상임위원장, 3선 이상 중진의 무대



‘당무직 無’ 상임위원장…민주당, 쇄신카드 내밀어



"선수보다 중립적·전문성·역량 갖춘 의원 적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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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 상정에 대해 전해철 위원장과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윤수현 기자] 중진의원들의 상징이자 ‘국회의원의 꽃’, ‘의원들의 감투’라 불리는 상임위원장 자리에 재선의원들이 대거 진입하면서 문턱이 낮아졌다.

18일 국회에 따르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포함한 현 국회 상임위원회 18곳의 위원장 선수(選數)를 보면 9곳이 중진으로 불리는 3선, 8곳이 재선, 1곳이 초선이다. 재적의원 299석 중 113석인 집권 국민의힘 몫 7곳 상임위원장이 모두 3선이다. 하지만 167석으로 원내 거대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 몫 11곳 상임위원장 중 3선인 홍익표 문화체육관광위원장과 김민기 국토교통위원장, 초선인 권인숙 여성가족위원장 등 3곳을 빼고 8곳 모두가 재선이다. 국회 상임위원장은 과거 1년 단위로 바뀌는 예결위원장을 제외하고 대부분 3선 이상이 맡아왔던 관례에 비춰보면 큰 변화로 읽힌다.

국회는 최근 본회의를 열고 민주당 몫 6곳의 상임위원장인 김철민 교육위원장, 신동근 보건복지위원장, 박정 환경노동위원장, 이재정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김교흥 행정안전위원장, 서삼석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각각 선출했다.

총 18개 국회 상임위 가운데 여야 합의에 따라 후반기 국회에서 야당이 위원장을 맡기로 한 상임위는 11곳이다. 이번에 새로 선출된 상임위원장 임기는 21대 국회가 끝나는 2024년 5월 29일까지다.

이번 상임위원장 선출의 공통점은 재선의원들이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상임위원장직에는 의정활동 경험이 풍부하고 여야 정쟁에 대한 중재력을 갖췄다는 이유에서 3선 이상의 중진 의원들이 배치돼 왔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선출 배경에 대해 "전문성과 지역 특성, 본인 희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모두 의정활동 경험이 풍부하고 21대 국회에서 간사 등 역할을 한 분들이라 현안에 대한 기민한 대응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쇄신을 반기는 동시에 총선 준비와 지역구 관리, 짧은 임기를 두고 어려움이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원장 자리가 선수나 경험으로만 오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이제는 중립성, 전문성, 역량이 중요해지는 게 맞다"고 입을 모았다.

□ 국회 상임위원장 현황

위원회이름선수소속정당
국회운영윤재옥3선국민의힘
법제사법김도읍3선국민의힘
정무백혜련재선더불어민주당
기획재정윤영석3선국민의힘
교육김철민재선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장제원3선국민의힘
외교통일김태호3선국민의힘
국방한기호3선국민의힘
행정안전김교흥재선더불어민주당
문화체육관광홍익표3선더불어민주당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소병훈재선더불어민주당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이재정재선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신동근재선더불어민주당
환경노동박정재선더불어민주당
국토교통김민기3선더불어민주당
정보박덕흠3선국민의힘
여성가족권인숙초선더불어민주당
예산결산특별서삼석재선더불어민주당
(자료=국회)


◇ ‘국회의원의 꽃’ 상임위원장, 3선 이상 중진의 무대

상임위원장직은 가장 핵심적인 국회의 권력 자원이다.

상임위원회는 국회의 주요기능인 입법과 행정부 감독활동을 맡으면서 정부 각 부처를 소관기관으로 두고 있다. 상임위원장은 이런 위원회의 소관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법안 상정, 회의진행 권한, 증인 채택 권한 등을 쥐고 있다. 특히 지역 예산 책정과 밀접한 상임위원장직은 지역구 관리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평가받는다. 또 상임위원장에게는 업무추진비와 운영비 명목의 금액이 지급된다. 다만 월 600만원에 달하는 상임위원장 특수활동비는 폐지됐다.

알짜 권력이다 보니 상임위원장직 배분과 위원선임 과정 또한 국회 원구성에서 가장 갈등을 많이 초래하기도 한다. 정당들은 되도록 많은 상임위원장 자리를 확보하고자 나섰고 지금의 원구성 방식이 정착된 제13대 국회부터 정당 내·외부의 갈등도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상임위원장직의 배분에 관련해서는 국회법 등 관련 조항이 정해지지 않아 관행에 의존해 왔다. 국회법에는 상임위원장을 본회의에서 뽑고 임기는 2년으로 한다는 내용뿐이다.

상임위원장의 배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국회내 정당이 차지하고 있는 의석 비율, 여당 또는 야당 여부, 정당 지도부 협상력 등이다.

그 중 상임위원장 배분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국회 내 정당이 차지하고 있는 의석비율이다. 정당의 의석비율을 고려해 전체 상임위원장을 정당별로 배분한다.

그동안 정당들은 자체 내정한 인사를 본회의에 올려 표결을 통해 상임위원장을 최종 인선했다. 이 때 당선 경력(선수)과 나이, 전문성, 지역 특성 등이 고려된다. 일반적으로는 3선 이상 나이 순인 셈이다. 다만 당직을 맡고 있거나 장관 출신의 경우 상임위원장을 맡지 않는 것이 관례다.

또 다른 관례가 있다면 일반적으로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야당이 법사위원장과 예결특위원장을, 국정을 책임지고 운영한다는 측면에서 여당이 운영위원장을 맡는다는 점이다.

법사위는 상임위 중에서도 ‘옥상옥’으로 불린다. 소관 상임위서 심사를 마친 법안이 본회의에 부의되기 전에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를 거쳐야 통과되기 때문이다.

운영위는 국회 운영에 관한 사항을 총괄하고 국회사무처, 입법조사처, 예산정책처, 국회도서관 등 국회의장의 국회 운영과 관련한 부분과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실 등 청와대 등을 소관부처로 두고 있다.



◇ ‘당무직 無’ 상임위원장…민주당, 쇄신카드 내밀어

민주당은 이번 21대 국회에서 압도적인 다수 의석을 차지하면서 상임위원장 선출의 관례를 깨기도 했다. 여야 간 ‘법제사법위원장’을 둔 힘 겨루기가 이어졌던 게 계기다.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은 야당인 국민의힘에 법사위원장 자리를 받는 대신 예결위 등 핵심 위원장직 7개를 야당 몫으로 양보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는 법사위를 받으면 나머지 몫은 모두 양보하겠다고 주장했다.

결국 과거 야당이 법사위장을 맡았던 관행을 처음으로 깨고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18개 상임위를 모두 가져 가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후반기에는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다가 각각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지난달 29일까지 맡은 뒤 맞바꾸기로 했다.

민주당이 이번 국회에서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하면서 당내 중진 의원들도 대체로 상임위원장을 지낸 셈이 됐다.

이번에도 민주당은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국회 상임위원장을 맡는다는 관례에 따라 후보를 인선하려고 했지만 당 내부에서 장관이나 원내대표 등 주요 당직을 맡았던 3선 의원들이 상임위원장까지 차지하는 건 문제라는 분위기가 불거졌다.

앞서 정청래·한정애·박홍근 의원이 상임위원장에 내정됐지만 독식 논란이 거셌다. 이 과정에서 최고위원을 겸직하며 행안위원장이 내정됐던 정청래 의원이 행안위원장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내부 갈등으로 번졌다.

이에 민주당은 지난 12일 의원총회를 열고 상임위원장 선출 기준안을 새롭게 정했다. 당 대표, 원내대표, 최고위원은 물론 장관 이상의 정무직 경험자들은 상임위원장을 겸직하지 않는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해당 조건을 맞추다 보니 기존 관례였던 3선이 아닌 재선 의원들이 전면에 배치됐다.



◇ 전문가들 "선수보다 중립적·전문성·역량 갖춘 의원이 적격"

전문가들은 이번 상임위원장 선출 결과에 대해 우려보다는 쇄신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번 상임위원장 인선에 중립적인 인물을 내세움으로써 중도층들을 폭 넓게 아우르는 쇄신카드로 충분하다는 평가다.

김철현 경일대 교양학부 교수는 "만약 박홍근 전 원내대표나 정청래 최고위원이 상임위원장을 고집해서 맡았다면 본격적인 친이재명(친명)계와 비이재명(비명)계의 권력 투쟁 양상으로 봐야 했을 것"이라며 "지금 선임된 상임위원장을 보면 중립적인 인물들로서 친명계 일색의 구도에서 순화된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재 이 대표의 리더십이 계속해서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으로, 흔들리는 리더십을 해소하기 위한 과정에서 중도층들을 폭 넓게 수용하는 환경을 만들었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는 이 대표 본인의 ‘사법 리스크’, 이 대표 측근인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투자 논란, 송영길 전 대표의 돈 봉투 의혹 등과 관련 당내 갈등 상황에서 ‘탕평’의 뜻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김 교수는 "탕평이라고 해서 비명계 인사들을 무조건적으로 중용할 수 없기 때문에 중립적인 성향 의원과 당원을 끌어오기 위한 것이 최우선이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선수가 높은 지 여부를 떠나서 의원 개개인의 역량과 전문성이 중요해지는 만큼 국회 분위기도 그에 따라 쇄신하는 게 옳다는 관측도 나왔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 교수는 "요즘은 국회의원 선수가 높다고 달라지는 게 아니다. 그동안은 어른이라는 인식 때문에 국회 안에서도 주요 자리를 맡는 게 관행이었는데 그게 꼭 바람직 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며 "상임위원장이라고 반드시 3선 이상의 중진급 의원이 맡아야 한다고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수도권 지역구 중 재선의원들 가운데서도 현안에 밝고 전문성이 높으면서 여야를 아우를 수 있는 인물들이 많다"며 "당내에서도 당의 이론이나 가치에 충실한 사람을 상임위원장으로 내세워야 의정 활동에 성과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수가 높다고 균형을 아우를 수 있다고 보는 관점보다 개별적으로 어떤 경쟁력과 역량을 가지고 있는 의원이 누구인지를 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재선의원들이 상임위원장에 올랐다는 이유로 중진의원들이 위원회 활동을 느슨하게 할 수도 없다"며 "위원회 활동 자체를 열심히 하지 않으면 당내에서 여론이나 평가가 좋지 않기 때문에 이제는 상임위원장 자리에 선수만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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