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시추기(사진=로이터/연합) |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치솟는 금리가 원유 시장을 조용히 바꾸고 있다"며 "그동안 유가 상승을 제한시켰던 요인이 훈풍으로 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40년만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제로 수준이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3월부터 10차례의 걸쳐 5%대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를 기점으로 국제유가는 장기적인 하락 추이를 이어왔다.
ICE 선물거래소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지난해 3월 당시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었고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한때 120달러대까지 치솟았지만 이날 76.65달러까지 추락했다.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이 원유보다 수익을 더 내면서 리스크가 낮은 자산으로 떠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올 들어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들이 담긴 상장지수펀드(ETF)에서 26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출됐는데 이런 추이가 지속될 경우 2006년 이후 연간기준 최대 유출규모를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고금리 환경은 원유 재고 소진을 촉진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원유를 보관하는데 드는 자본비용이 증가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5%의 금리로 배럴당 80달러에 200만 배럴을 사들일 경우 조달비용이 연 800만 달러에 달한다. 이를 배럴당 월 단위로 환산할 경우, 원유 물량을 매월 유지시키는데 배럴당 0.3달러의 추가 비용이 요구되는 셈이다.
그러나 현재 글로벌 원유시장에선 백워데이션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원유를 보관하는 의욕이 더욱 크게 꺾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백워데이션은 현물이나 근월물 가격이 원월물보다 높은 것으로, 뒤늦게 팔수록 손해가 더욱 커진다는 의미다.
이같은 현상이 지속되면서 지금까지는 원유 시장에선 공급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없었지만 OPEC+의 감산기조까지 맞물리자 글로벌 원유재고가 마침내 감소될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는 강조했다.
싱크탱크 에너지 에스팩츠의 암리타 센 공동 창립자는 "원유 재고를 보유하고 싶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원유 재고량이 감소하는 세계적인 흐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놓친 것이 무엇인지를 나에게 묻는다면 자금조달 비용 증가가 시장에 끼친 영향이라고 답할 것"이라며 "그 영향은 바로 디스토킹(재고 축소)"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또한 "자본비용 증가는 디스토킹을 부추긴다"고 밝혔다.
이러한 재고 감소 추이가 지속되자 글로벌 원유시장의 강세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올 하반기엔 원유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마저 제기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 하반기 OPEC으로부터 원유 수요가 하루 3000만 배럴 이상일 것으로 예측됐는데 이는 지난달 OPEC이 생산한 규모를 200만 배럴 가량 웃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