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삼성전자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하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AI 시대 주도권 경쟁 심화 속에서 삼성전자의 사업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무디스도 삼성전자의 입지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AI 반도체 기술 리더십 약화와 수익성 둔화를 지적했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무디스가 전날 삼성전자의 선순위 무담보 채권에 대한 신용등급을 'Aa2'로 유지하면서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부정적' 전망은 현재의 재무 안정성과는 별개로 미래 사업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무디스도 보고서에서 “삼성전자는 메모리 칩 산업, 특히 인공지능(AI) 칩에서 기술 리더십을 회복하는 데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했다"며 “향후 12∼18개월간 수익성이 보통(Moderate)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반영해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중심으로 AI 칩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여기에서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경쟁사와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한편 이번 보고서가 당장의 삼성전자에 위협이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신용평가에 영향을 받는 채권 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미상환 회사채 잔액이 5476억원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대부분이 자회사 하만인터내셔널이 보유한 물량이다. 전체 부채비율도 27.19%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충분한 현금 창출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투자 및 운영 자금을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상태다. 무디스가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을 한국 국가신용등급과 같은 'Aa2'로 유지한 것도 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꿨다는 것은 현재의 안정성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성장 동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얘기다. 단기적인 재무적 위험보다는 장기적인 사업 경쟁력 약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무디스의 이번 보고서는 삼성전자에 기술 리더십 회복과 차세대 성장 동력 발굴이 얼마나 시급한 과제인지 다시 한번 강조하는 이슈"라며 “현재의 안정에 머무른다면 장기적인 성장 둔화와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