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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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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시장 빅뱅 예고] SK·한화·GS 등 대기업도 신사업 진출 ‘러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7.16 11:20

대기업, 너도나도 재생에너지 거래 중개 등 사업 진출



석탄·LNG·집단에너지 분야 발전사업 이미 다수 참여



"가격 변동성 커질 위험···관리 수단 잘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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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업 참여로 지어진 강릉안인화력발전소의 전경.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전력 시장에 재생에너지발(發) 빅뱅(대폭발)이 예고되자 SK·한화 등 대기업들이 속속 전력중개 등 에너지 신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의 전기 소매 독점으로 공공이 도맡아왔던 전력시장에 대기업들의 참여가 확대되면서 공공과 대기업 간 시장 각축전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16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주요 대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력 중개 사업 진출을 선언했거나 참여를 준비 중이다.

올해 진출을 선언한 대기업은 SK에코플랜트,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현대에너지솔루션 등이다.

특히 SK E&S는 이미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재생에너지 전력을 직접 구입하기로 하는 전력구매계약(PPA) 2건을 체결했다.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참여 중인 대기업은 KT, SK E&S, LG에너지솔루션, GS에너지,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이다.

이 대기업들은 사업조직을 재편하거나 전문기업들과 업무협약을 맺는 방식으로 에너지 신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최근 눈독을 들이는 에너지 신사업은 재생에너지 거래 중개 및 직접 조달이다.

재생에너지 구매입찰제의 도입이 예고되면서 대기업들이 구매입찰 때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태양광 등 다수 영세 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을 모아 재생에너지 전력 판매 대행을 하는 등 전력 중개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중개 및 직접조달 사업의 규모는 앞으로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전력시장 개편으로 재생에너지의 실시간 및 예비력 거래 등 보조시장이 열리는데다 기업의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중개사업은 스타트 기업들이 오래 전부터 전력시장 개편을 내다보고 이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되면서 오는 10월 제주를 시작으로 전력거래 시스템이 대대적으로 바뀐다.

우선 재생에너지 전력도 원자력·화석연료 발전처럼 구매입찰 대상 전원에 포함됨에 따라 물량 및 가격 입찰경쟁을 거쳐 전력거래소에 판매하게 된다.

한전은 재생에너지의 경우 현재 태양·바람 등 자원을 활용해 연료비 부담이 크지 않은데도 현재 입찰경쟁 없이 생산 전력 전량을 원자력·화력 연료 발전의 도매가격(SMP) 기준으로 구매하고 있다.

또 재생에너지 구매입찰 시장의 보조시장도 개설된다.

재생에너지를 실시간으로 수요에 맞게 발전하며 사고 팔 수 있도록 하거나 수요 초과 발전 전력을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담아뒀다가 수요가 많을 때 팔 수 있도록 하는 시장이 추가로 열리는 것이다. 이는 재생에너지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달라져 변동성이 큰 특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그에 맞게 전력시장을 새롭게 설계하는 것이다.

재생에너지는 그간 발전량이 전체의 한 자리수에 불과해 전력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점차 늘어나 전력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면서 전력시장 개편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전력시장의 개편은 원자력 및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 발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재생에너지 구매입찰로 한전의 재생에너지 구매량이 줄어들면 그 구매 감소량만큼 원전 및 화석연료 구매량은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재생에너지 실시간 및 예비력 거래 보조 시장이 열리면 실시간 전력 수급변화에 대응할 전력으로 그간 사실상 전적으로 의존해온 LNG 발전을 재생에너지 발전이 대체하거나 일정부분 맡게 될 것으로 분석됐다.

전력시장 개편으로 재생에너지와 다른 전원 간 경쟁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석탄 및 LNG 발전 등 화력발전에는 대기업들이 이미 진출했다.

지역에 난방 등 열에너지를 공급하고 전기를 생산하는 집단에너지도 민간기업들의 사업 영역 중 하나다.

강릉안인화력 등 동해안에는 민간이 참여한 석탄화력 발전소들이 가동 중이다.

삼성물산, 포스코인터내셔널, 두산에너빌리티, SK건설 등은 EPC(설계·조달·시공)로 석탄발전 사업에 진입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SK E&S는 LNG를 국내에 들이는 사업을 두고 한국가스공사와 경쟁을 펼치고 있다.

열과 전기를 생산하는 집단에너지 사업은 한국지역난방공사와 서울에너지공사 등 공기업 외에 GS, SK, 현대오일뱅크, 한화에너지, 삼천리 등이 차지하고 있다.

정부가 이같이 전력시장을 민간에 개방한 것은 공기업만으로는 전력생산 운영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꼽힌다.

지난 2011년 9월 초유의 정전사태인 9.15 순환정전 사건 이후 전력공급을 늘리기 위해 당시 이명박 정부는 민간사업자들의 신규 석탄발전 사업을 허가해줬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비율을 높이면서 민간 사업자들이 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할 길을 계속 넓혀줬다.

하지만 전력시장 개편이 진행될수록 자칫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부작용도 있어 세밀한 전력시장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간기업의 전력시장 진출은 비용 대비 효율적인 전력생산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민간기업들이 이익을 추구하다 보면 비싼 전기요금 청구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공기업은 정부의 정책에 군말 없이 따르지만 민간기업들은 정책에 손해를 보면 정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손해배상에서 패소하면 손해배상액은 국민이 내야 할 몫으로 남는다.

박종배 건국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재생에너지 입찰시장은 적정 경쟁가격을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며 "하지만 가격이 높고 낮아지는 변동성이 커져 발전사업자와 전기판매사업자인 한전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사업리스크를 관리할 수단을 사전에 잘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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