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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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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시장 빅뱅 예고] 민간 발전 비중 40% 넘어…공공과 전방위 경쟁 심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7.23 12:56

<中>불꽃 튀는 화석연료 발전시장…공공·민간 각축전 본격화



동해안 중심 석탄발전시장 대기업 진출 안정 단계 진입



분산에너지특별법 제정에 집단에너지시장도 확대전망



LNG 직도입 민간-공기업 경쟁 심화…구조개편론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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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산업구조도.


■ 글 싣는 순서


<上> 재생에너지發 총성 없는 전쟁…‘유니콘기업’ 꿈꾸는 스타트업

<中> 불꽃 튀는 화석연료 발전시장…공공·민간회사 각축전 본격화

<下> 뭐가 문제고 뭘 바꿔야 하나…"결국 요금 상승 억제가 관건"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국내 발전 시장은 광복 이래 수십년 동안 공공주도로 이뤄져 왔으나 2001년 전력산업구조 개편 이후 발전 부문 경쟁을 시작으로 민간의 참여가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23일 전력 통계 등에 따르면 현재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의 발전설비 용량은 국가 전체의 약 59.9%를 차지한다. 20여년 사이 민간의 비중이 40.1%까지 올라온 것이다. 이 비중은 앞으로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원자력은 여전히 한수원이 독점하고 있지만 석탄발전과 액화천연가스(LNG)발전 및 열병합발전 등 분산에너지 확대, 민간과 발전공기업들의 LNG 직수입 확대에 따른 자체 터미널 구축, 최대 12기가와트(GW)에 달하는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설비 구축 등 민간과 공공의 경쟁은 점입가경(漸入佳境)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 동해안 중심으로 한 석탄발전 대기업 진출


지난 정부부터 퇴출 1순위로 거론된 신규 석탄발전소들은 최근 들어 여름 전력수급 불안해소에 한 몫을 담당하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전력대란 우려 속 전력공급을 위해 원전과 노후석탄화력은 물론 신규석탄화력까지 서둘러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9월 순환정전 사태가 일어나자 전력수급 불안을 막기 위해 석탄발전소 건설을 확대하기로 했고 이를 위해 민간업계가 참여케 했다. 탈석탄을 한창 추진 중인 지난해 말 발표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전력 공급 설비로 신규 석탄발전소 7곳을 포함시켰다. 사실상 정부가 민간기업들의 건설을 적극 독려한 셈이다.

탄소중립 만을 외치며 신규 석탄발전을 퇴출시키기엔 명분이 서지 않는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동해안의 신규 석탄발전인 안인화력 1·2호기, 삼척화력 1·2호기는 정부의 표준투자비 하향조정과 송전설비 부족 등으로 좌초위기에 처했지만 최근 들어 정부의 기조가 바뀌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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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석탄발전소 현황.


산업부 측은 최근 "새정부 출범 이후 동해안 수도권 송전선로는 동부 1, 2구간의 사업승인을 작년부터 개시해 동부 1구간의 경우에는 철탑 설치를 위한 기초공사를 진행하는 등 이미 건설을 진행하는 중"이라며 "올해 4월에는 동부 전체 7개 구간의 환경영향평가가 완료돼 차례로 사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정부는 적기 준공을 위해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하도록 산업부와 한전에 해당 사업을 위한 전담기구를 설치했고, 관계 부처간에 긴밀한 협조체계를 이뤄잔여 구간의 착공을 위한 절차 진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낸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는 "신규 석탄발전 관련 정부 정책은 환경문제와 함께 전력수급, 국가부담 등을 종합 고려해 추진할 필요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노후 석탄발전을 폐지할 경우 신규 석탄발전은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한 대체 전원으로서 유용하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LNG 발전도 연료를 연소시켜 얻어낸 에너지로 회전기(터빈)를 회전시켜 전기 에너지를 얻어내는 ‘화력’ 발전의 일종이다. 다만 연료가 석탄인지, 가스인지의 차이다. LNG발전의 경우 최근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발전 연료가격이 급상승하면서 정부의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 강행이란 된서리를 맞게 됐고 이는 결국 수익 감소, 나아가 경영악화의 요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는 "탄소중립은 석탄발전소 몇 개 닫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무분별하게 좌초자산을 만들면 안 된다"며 "어떻게든 비용이 적게 드는 방식을 선택해야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과 재원이 남게 된다. 정부가 하는 방식대로 석탄발전소가 문을 닫게 되고 그러면 이 발전소들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가 지면 다 배상해줘야 한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당초 비용기반시장(CBP·Cost Based Pool)에서 건설비용과 적정 운영수익을 보장해주는 총괄원가보상의 원칙에 따라 신규 석탄발전소를 도입했다. CBP는 시장에 참여하고자 하는 발전기에 대한 가격을 입찰 방식이 아니라 비용평가위원회에서 발전비용을 심사하고 평가해 사전에 정해한 가격을 바탕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손양훈 교수는 "이를 근거로 민간사업자들이 석탄발전소에 투자했는데 정부가 공공의 목적을 위해 사유재산을 침해했다면 헌법에 따라 배상해야 한다"면서 "배상액 규모는 약 1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런 배상 문제가 생기면 에너지 산업 역사상 처음 있는 초유의 사건이 될 것"이라며 "옛날과 똑같은 양의 석탄을 태워도 기술 발전으로 효율이 높아져 배출량이 점점 줄고 있다"며 "옛날 노후 석탄발전소 폐쇄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첨단 신규 석탄발전소를 폐쇄부터 거론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덧붙였다.

 


◇ 분산에너지 특별법, 집단에너지 비중 확대·경쟁 심화할 듯

올해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의 국회 통과로 열병합발전 등 집단에너지 분야도 발전 물량과 경쟁이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5월 법안 통과로 500메가와트(MW) 이하의 집단에너지도 분산에너지에 포함됐으며 향후 집단에너지의 ‘분산 편익’ 보상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분산 편익은 분산에너지의 경우 에너지 수요지 인근에 위치해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 등 사회적 비용을 수반하지 않아 갖는 유리한 점을 말한다. 분산에너지의 경우 대규모 송전선로 등을 필요로 하는 다른 에너지원과 달리 분산 편익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게 분산 편익 보상론이다.

집단에너지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부가 이 법안 통과 협조를 요청하면서 열병합발전 분산 편익 보상을 약속했다"며 "재생에너지 확대는 추가적인 송전망은 물론 에너지저장장치(ESS), 가상발전소(VPP) 등 추가적인 비용이 투입이 필수지만 열병합발전소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추가적인 저장장치나 송전망 건설 부담이 없다. 또 GS, SK, 지역난방공사 등 대기업들 외에 소규모 사업자도 많아 분산 편익 보상이 된다면 업계 전체가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법안에는 ‘분산에너지 편익을 확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구체적인 계획은 대통령령으로 위임한다’라는 문구가 반영됐다.

최근 이 분야 신규 사업은 공공과 민간의 컨소시엄 경쟁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가장 최근 경쟁입찰로 진행됐던 남양주 왕숙지구의 집단에너지 사업자 선정에서 한국서부발전-나래에너지 컨소시엄이 낙점됐다. 왕숙지구는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진건읍, 양정동 일원에 만들어지는 수도권 3기 신도시로 수용 가구수 약 6만6000세대, 왕숙 1지구와 2지구로 나뉘어 있다.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에 이어 3기 신도시 중 두 번째로 큰 규모이다. 남양주 왕숙지구의 집단에너지 사업도 그 규모의 별도 열원인 신규 열병합발전소 건설이 필요했던 것이다.

향후 10~20년간 최대 규모 사업일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발전 자회사들은 집단에너지사들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번 사업 수주전에는 총 3개의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별내에너지는 남동발전, 나래에너지는 서부발전, 서울에너지공사는 동서발전-포스코에너지(현 포스코인터내셔널)와 손을 잡았다. 세 컨소시엄 모두 제출한 계획서에 열병합발전소를 건설하고 주변 지역과 열을 연계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적으로 서부발전이 선정됐다.

집단에너지 사업은 하나의 연료로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일반 발전보다 에너지 이용 효율이 30% 가량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후변화의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량도 개별 난방보다 23% 적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열병합발전이나 열 전용보일러 등 1개 이상의 집중된 에너지 생산시설에서 생산된 에너지(열 또는 열과 전기)를 주거·상업 지역 또는 산업단지 내 다수 사용자에게 일괄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집단에너지사업은 1978년 제2차 석유파동 이후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논의되다 1983년 정부 주도로 도입됐다. 국내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의 총 설비 용량은 약 11GW 규모로 국내 총 발전설비 용량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LNG 직도입도 민간-공공 경쟁구도…‘구조조정 필요’ 목소리도

SK E&S, GS에너지,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민간 대기업들은 물론 발전 공기업들도 발전사업을 넘어 자체 LNG 터미널 사업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이승우 남부발전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LNG 직도입과 저장시설 확보를 통한 LNG 독립을 이뤄내겠다"고 선포까지 했다. 남부발전은 지난해 LNG 인수기지 및 직배관 건설 사업 추진을 위한 정부(KDI)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했다. 중부발전에 이어 한전 발전자회사 가운데 두 번째다. 발전사들의 LNG 터미널 사업 진출이 줄줄이 가시권에 접어들면서 업계에 미칠 파장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남부발전은 지난해 하동본부 부지 내 LNG 터미널 건설을 위한 정부 예타를 통과했다. 지난 2020년 자체 타당성조사 용역에 착수한 후 2년 여 만의 결실이다. 남부발전은 당시 타당성조사를 추진하면서 LNG 인수기지 및 직배관 건설을 통해 LNG 복합화력 발전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자리 창출 파급효과, 정부 정책에 대한 부합성 및 지역균형발전 견인 등도 염두에 둔 사업이다. 자체 사업 다각화와 수익 창출 방안 모색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가스발전 비중이 높은 남부발전은 가스공사의 개별요금제보다 직도입이 더 저렴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예타까지 통과한 남부발전은 오는 2028년까지 사업비 약 8000억 원을 투입해 LNG 저장시설 20만㎘ 2기, 항만설비(9만DWT) 1선좌 등이 건설될 예정이다. 하동화력(1~6호기) 대체 신규복합, 부산복합 이용률을 고려해 전력거래변동비에 따른 대상설비 이용률 및 LNG 사용물량 산정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중부발전도 민간 발전사인 SK E&S와 보령 LNG 터미널 부지내에 LNG 냉열을 이용해 청정수소 생산과 액화 공정에 활용하는 실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과 공공의 경계가 점점 옅어지는 모양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민간과 공공의 중복·과잉투자 우려와 함께 한전이 대규모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적게는 수천억 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에 이르는 발전공기업들의 LNG 사업 투자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국내 LNG 기지 건설사업 현황을 살펴보면, 2034년까지 총 1840㎘ 규모의 천연가스 저장용량이 확보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당진기지 1단계(27만㎘급 LNG 저장탱크 4기 건설) 사업이 오는 2025년 준공을 앞두고 있으며, 이후 20만㎘급 LNG 저장탱크 6기가 오는 2031년 준공될 예정이다. 민간에서도 보령·울산·여수·광양·통영 등에서 총 9기(20만㎘급 LNG 저장탱크 7 및 21.5만㎘급 LNG 저장탱크 2기)의 LNG 저장탱크가 오는 2025년 준공된다.

한국가스공사 자료에 따르면 4144만 톤의 가스 수요를 보인 2020년 국내 LNG 저장용량은 총 1369만㎘로 수요대비 14.7%의 저장비율을 기록했다. 4797만 톤 규모의 가스 수요와 1840만㎘ 수준의 LNG 저장용량을 갖추게 되는 2034년에는 수요대비 17.1% 저장용량을 보유하게 된다. 발전공기업들이 자체 LNG 저장능력을 보유하지 않더라도 2034년 국내 LNG 저장용량이 2020년 대비 2.4% 포인트 높아지는 셈이다.

이에 에너지원 간, 민간-공기업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효율화를 위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발전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정부 출범 전 인수위에서도 구조조정은 물론 발전사 통·폐합도 논의된 것으로 알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재무위험 기관 지정이나 인력감축도 이 연장선으로 보인다"며 "만약 통합이나 민영화가 추진 된다면 각 사의 사장 등 임원급 인사들은 물론 일반 직원들의 수도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분야의 한 전문가는 "원전·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탈석탄 발전을 가속화하려면 한전 자회사가 한국수력원자력과 5대 발전공기업이 각각 원자력과 화력 중심 발전체계로 짜여진 기존 전력산업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와 함께 재설계가 필요하다"며 "특히 5대 발전 공기업의 유사한 사업구조에 더해 최근 정부의 탄소중립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중복투자 등 발전 공기업 경영 및 전력산업의 비효율 문제 등도 전력산업 구조개편 논의의 불을 당기는 요인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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