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 참가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이 피곤한 표정으로 지난 5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장을 떠나던 모습.연합뉴스 |
당장 거론되는 주체는 전라북도와 전임 문재인 정부, 윤석열 정부와 주무부처인 여성 가족부로 나뉜다.
△ ‘습지’인 새만금에 잼버리, 전라북도 예산 욕심?
여권에서는 습한 환경으로 인해 폭염·해충 등에 취약한 새만금 지대가 잼버리 개최지로 선정된 것에 전라북도 사회간접자본(SOC) 유치 욕심이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당시 전북지사였던 송하진 전 지사는 "잼버리 유치에 적극 나선 이면에는 새만금 기반 시설 확충이라는 잠재적인 목표가 있었다"며 "잼버리 개최 전인 2022년까지 새만금에서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것을 볼 수 있도록 공항 건설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전북도 잼버리 유치에 SOC 확보 등 목적이 있었더라도, 타 지자체 사정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은 만큼 파행 원인으로 지목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지적도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지난 14일 SNS에서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가덕도 신공항을 수십조 들여 짓고, 북항 재개발 사업을 같이 진행하며 그 외에도 많은 인프라를 요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봐야 된다"며 "그만큼 지방은 뭔가 큰 행사를 유치해 그것에 얹어 핵심 인프라를 유치해야 할 절박성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특히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야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는데, 전라도 탓으로 원인을 돌려버리면 문제는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부산 해운대구가 지역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오전 BBS 라디오에서 "새만금 잼버리는 입지 선정을 잘못한 것"이라며 "(부산 엑스포는) 잘못된 입지가 아니지 않나. 엑스포는 사람들이 숙박하는 상황이 아니라서 완전히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또 "부산 엑스포 유치를 했는데 만약 잘못됐으면 가장 큰 책임은 어디에 있나"라며 "서울에 있나? 부산 아닌가"라고도 주장했다.
전북과 달리 부산은 개최지 선정을 적절히 수행했으며, 만일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책임 역시 부산에 있다는 지적으로 보인다.
△ 문재인 정부 5년 vs 윤석열 정부 1년 3개월?
또 다른 책임 공방 지점은 ‘잼버리 유치부터 준비기간 대부분을 가진 문재인 정부’와 ‘1년 남짓 기간이지만 최종 수행을 맡은 윤석열 정부’다.
이는 잼버리 준비를 ‘실질적’으로 완료했어야 했던 시점을 언제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원래 잼버리는 본 대회에 앞서 준비 사항을 최종 점검하는 리허설 격 ‘프레 잼버리’를 지난 2022년 8월 열게 돼 있었다.
당시 조직위원회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이를 취소했지만, 이미 새만금은 잼버리를 위한 기초적인 기반 시설마저 갖추지 못한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보고서는 "잼버리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문제점을 사전 발굴 및 보완할 수 있는 ‘프레 잼버리’ 없이 2023년에 본 행사를 개최하게 되고, 보조금 이월로 인해 사업 추진도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여가부와 전라북도는 행사 준비를 더욱 철저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 바 있다.
이후 11월 보고서 역시 "(잼버리는) 연례적인 집행 부진으로 결산 심사 과정에서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아왔는데, 행사 개최가 1년도 남지 않은 2022년 9월 말까지도 기반 시설 설치가 계속 지연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준비 핵심을 폭염 대비 시설, 화장실 등 구비로 보면 시점이 달라진다.
잼버리 개최지인 전북 부안을 지역구로 둔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것은 아무래도 문재인 정부가 역할 했어야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폭염 그늘막 설치, 생수 공급, 에어컨 설비 구축이나 냉풍기 공급 등은 윤석열 정부 하에서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프레 잼버리를 준비했던 문재인 정부 때 기반 시설이 미흡했더라도, 화장실 등 시설은 윤석열 정부가 제대로 마련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 일본 보다 3배 많이 쓴 잼버리 예산에도 파행, 누구 책임?
또 다른 한편에서는 막대한 잼버리 예산이 제대로 쓰이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 공방도 나온다.
실제 새만금 잼버리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지난 2015년 일본 야마구치현 잼버리 예산(약 400억원)에 비해 3배가량 많다.
물론 이번 잼버리 인원(약 4만 3000명)이 2015년 잼버리(약 3만 4000명) 보다 30%가량 많고, 2015년 이후 8년간 오른 물가 등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만금 잼버리 지출은 야마구치 잼버리에 비해 두드러진다.
특히 결정적인 차이는 기반 시설이었다.
소위 ‘뻘밭’을 다져 진행된 새만금 잼버리는 상·하수도, 배수, 토목 등 시설에 230억원이상 지출했다. 그러나 후지산 일대에서 진행된 야마구치 잼버리에서 유사한 지출 항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지출에도 새만금 잼버리는 태풍으로 인한 폭우 가능성 등 탓에 조기 중단됐다. 반면 야마구치 잼버리는 스카우트운동 세계본부(WOSM)에 "도중에 태풍이 발생한 대회로 기억되지만, 일본 스카우트 연맹의 탁월한 비상계획과 임시 숙소에서 잊을 수 없는 환대를 베풀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밖에 새만금 잼버리는 공무원 해외 출장으로 도마에 오른 잼버리 인건비(55억원)과 운영비(29억원)를 비롯해 K-POP 등 공연이벤트 비용(45억원), 델타 전시홍보관 운영비(21억원) 등에서 일본 유사 항목에 비해 과도한 지출이 나타났다.
이들 지출을 전부 합치면 새만금 잼버리 전체 예산 10%에 육박한다.
논란이 된 화장실·샤워장 등에도 일본은 약 80억원가량 썼지만, 한국은 120억원가량 지출했다. 일본 보다 적지 않은 비용을 썼음에도 준비가 미흡했던 것이다.
hg3to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