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베트남 대형 복합단지 개발사업을 위해 설립한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의 대주주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베트남 정부로부터 불승인 결정을 받았다. 롯데프라퍼티호찌민.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롯데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추진하는 1조원 규모의 대형 복합단지 개발사업이 암초를 만났다. 롯데가 해당 사업을 추진 중인 특수목적법인(SPC)의 대주주를 롯데쇼핑에서 롯데건설로 바꿨는데 이를 베트남 정부가 승인하지 않은 것이다. 지분 구조를 원래대로 돌려놓는 작업에 지체되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사업 지연 가능성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베트남 정부, 지분 변동 ‘불승인’… 사업 지체 불가피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지난 14일 이사회를 통해 베트남 정부의 불승인 결정으로 인해 해외계열사인 ‘롯데프라퍼티호찌민(LOTTE PROPERTIES HCMC COMPANY LIMITED)’의 주식 처분 계약을 해제하기로 의결했다.
롯데프라퍼티호찌민은 베트남 호찌민에서 ‘투티엠 에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설립한 롯데의 해외계열사다. ‘투티엠 에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는 호찌민의 투티엠 지구 5만㎡ 부지에 지하 5층, 지상 60층 규모로 쇼핑몰 등 상업 시설과 오피스, 호텔, 레지던스, 영화관, 아파트로 구성된 대형 복합단지를 개발하는 1조2000억원 규모의 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지난 2015년부터 롯데그룹이 전사적으로 추진 중인 대규모 개발 사업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은 뒤 가장 먼저 달려간 곳도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착공식일 정도로 그룹의 역량이 집중되고 있는 현장이다.
해당 프로젝트 사업을 시작할 당시에는 롯데쇼핑이 롯데프라퍼티호찌민의 지분 40%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하지만 롯데건설이 지난 2021년 12월 롯데쇼핑, 롯데자산개발, 호텔롯데 등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을 885억원에 장외취득하면서 지분율을 기존 15%에서 51%로 확대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에 롯데자산개발은 15%에서 0%로, 호텔롯데는 30%에서 21%로, 롯데쇼핑은 40%에서 28%로 지분율이 낮아졌다.
프로젝트는 롯데건설을 주축으로 지난해 9월 착공식을 진행하는 등 순탄하게 추진되는 듯 했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가 최근 롯데프라퍼티호찌민의 지분 변동 건에 대해 불승인 결정을 내리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롯데프라퍼티호찌민 지분 변화 |
롯데건설을 비롯한 계열사들이 지분율을 원래대로 되돌리기 전까지는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는 셈이다. 베트남 정부의 요청에 따라 롯데건설은 지분율을 51%에서 다시 15%로 축소해야 한다. 반대로 롯데자산개발과 호텔롯데, 롯데쇼핑 등은 축소했던 지분율을 다시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각 계열사들이 지분 정리 방식 등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본착공 등 본격적인 사업 진행까지 풀어야할 숙제가 남은 상황이다. 특히 조단위 사업 규모를 고려한다면 건설 진행 상황에 따른 장기적인 자금조달 계획 역시 계열사별로 조정해야하는 부분이 남는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지분 변경 요청이 이달 말까지인 거래 종결 기한 내에 이뤄지지 않아 지분을 원래 상태로 되돌려야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베트남 정부에서 본 공사가 본격화될 때 지분 변동 승인을 다시 요청하라는 뜻을 전해온 것이라 사업이 무산되거나 문제가 생긴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2년 전과 달라진 재정 상황… 계열사간 자금 부담도
‘지분 되돌리기’의 관건은 2년 전과 달라진 각 계열사의 재정 상황이다. 지분을 되팔고 사는 과정이 불가피한데 이 과정에서 자금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롯데쇼핑은 2년 전 롯데프라퍼티호찌민 지분율을 기존 40%에서 28%로 낮추면서 295억원을 확보했다. 당시 롯데쇼핑은 코로나19 여파로 2021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7.7% 감소한 2156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좋지 않았던 터라 지분 축소로 자금 부담을 해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베트남 정부의 불승인에 따라 처분했던 지분을 다시 사들여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2년 전보다는 실적이 개선됐지만 아직 수익성 악화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 지분 취득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올 상반기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5% 늘었으나 매출액은 약 6% 감소했다.
반면 지분을 되팔아야 하는 롯데건설의 입장에서는 지분을 줄임으로써 자금 부담을 덜 수 있을 전망이다.
롯데건설은 2년 전 부동산 시장 호황에 자금력을 탄탄하게 갖춰나갔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증가로 유동성 위기를 겪어왔다. 롯데가 그룹 차원에서 ‘롯데건설 살리기’에 나서면서 롯데케미칼, 호텔롯데, 롯데홀딩스 등 계열사들이 롯데건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자금을 수혈한 바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사재로 롯데건설 주식 11억여원을 사들이기도 했다.
베트남 정부는 오는 2024년 3분기 본격적 공사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즉, 그 전까지 롯데프라퍼티호찌민 지분 정리를 완료해야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을 전망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베트남 정부가 본격적 사업 추진 이후 지분 변동을 진행할 것을 요청했고 향후 본 공사 개시 이후 지분 변동에 대해 재논의하기로 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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