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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탕 국감…정책 감사는 ‘얼렁뚱당’ 정치 공방만 ‘무성’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0.27 19:16
정무위 국감 참석한 이복현-김주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맹탕’이라는 지적 속에서 막을 내렸다.

27일 겸임 상임위원회(운영위·정보위·여가위)를 제외한 14개 상임위 국감이 종합감사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정치권 안팎으로 여야 모두 정책 감사에 ‘얼렁뚱당’이면서 정치 공방만 무성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국감은 일반적으로 ‘야당의 시간’이라 불린다. 입법부인 국회가 정부를 견제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김승희 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의 자녀의 학교폭력 의혹과 대통령 순방 예비비가 329억원 편성됐다고 지적한 부분에 대해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해병대 상병 사망사건, 이태원 참사, 양평고속도로 의혹 등 이전부터 제기해 온 이슈를 반복해 정쟁으로 삼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여당인 국민의힘을 두고는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의혹, 공공기관·공기업 비리 의혹 등 ‘전 정권 탓’과 ‘이재명 대표 의혹’에만 집중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감 전후로 중대한 정치 현안이 발생하면서 여야 의원들이 국감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민주당에서는 국감을 약 2주 앞둔 지난달 25일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과 구속영장 기각이 연달아 있었다. 국민의힘에서는 국감 이틀째인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와 이에 따른 지도부 재구성, 혁신위원회 출범까지 잇따랐다.

총선을 앞둔 시기에 진행됐다는 점도 국감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중계 영상을 보면 의원들이 1차 질의가 진행되는 오전에는 국감장을 지키다가 오후만 되면 지역구를 챙기느라 자리를 비우는 모습도 목격됐다.

국감 첫 날인 지난 10일 국방위원회 국감장에서는 신원식 국방부 장관 임명을 둘러싼 여야 갈등 속에 파행을 거듭하다가 8시간 지연 개회한 뒤 고작 1시간 남짓의 감사가 이뤄지다가 종료됐다.

12일 고용노동부 대상 환노위 국감에서는 여당 의원이 야당 간사뿐 아니라 여당 간사의 잘못을 면전에서 지적하는 생소한 풍경이 나왔다.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과 야당 간사인 이수진 민주당 의원 사이 설전이 오가자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은 "여성 간사 두 분이 환노위 망신 다 시키고 있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13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서는 여야가 증인 채택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막판에 민주당 의원들만 참석한 채 ‘반쪽’으로 진행되면서 파행했다.

20일 기획재정부 대상으로 진행된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는 올해 최대 규모로 예상되는 ‘세수 펑크’를 두고 책임 공방이 이어졌다.

여당은 전임 정부의 잘못된 경제 정책이 세수 추계 오류를 유발해 재정에 문제가 생겼다고 공세를 폈다. 야당은 현 정부의 무리한 부자 감세가 유례없는 세수 펑크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24일 산자위 국감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전임 문재인 정부와 현 윤석열 정부에서 에너지 공기업에 ‘낙하산 인사’가 임명됐다고 서로 지적하며 공방을 벌였다.

같은 날 여야 원내대표가 그간 ‘정쟁 유발’ 소재로 지적받아온 국회 회의장 내 피켓 부착과 상대 당을 향한 고성·야유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지만 이틀 뒤 무색해졌다.

26일 진행된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감사 자리에서 야당 간사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도읍 국민의힘 위원장의 회의 진행 방식을 문제 삼으면서 고성이 오갔고 결국 감사가 중지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감 앞뒤로 터진 정치 현안의 이슈가 너무 컸고 여야 모두 그 후폭풍에 집중했다는 지적이다. 정계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개개인의 의원들이 준비를 했더라도 국감에서는 움츠러들 수 있었다는 관측도 나왔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민주화 이후 국감 역사 중 최악에 가까운 국감"이라며 "집권당은 이슈 방어전을, 민주당은 이슈 메이커를 노렸다. 민생이 벼락 끝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국민 고통을 외면한 채 내년 총선에만 관심을 쏟았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국감 전후로 생긴 정치 현안이 블랙홀이 돼버렸다"며 "여당은 강서구청장 선거에 올인한 뒤 지도부 재구성과 혁신위 출범으로 이슈를 주도했고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을 막느라 시간을 보냈다"고 지적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총선 전 국감이라 의원들 개개인 모두 총선을 의식해서 준비를 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번 국감에서는 소위 말하는 ‘한 건 했다’라고 이야기 할 만한 이슈들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국감에 준비를 많이 했지만 비슷한 시기에 생긴 정치 현안에 이슈가 묻혀버리면서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은 측면도 있다"며 "이슈가 되는 현안이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체감되다 보니 국감이 아닌 예산안 심의 등에서 터트리려고 1보 후퇴하는 의원들도 꽤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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