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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다시 꺼내든 西進전략…내년 총선서 새 기록 세울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0.30 17:05

인요한 國 혁신위원장, 5·18 묘역찾아 '무릎 사과'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이후 표심에 영향 여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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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30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 행방불명자 묘역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국민의힘이 내년 22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다시 ‘서진(西進)전략’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참패 이후 재정비를 마친 ‘김기현 지도부 2기’의 출범으로 꾸려진 당 혁신위원회가 첫 공식 외부 일정으로 30일 광주를 찾아 무릎을 꿇고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묘역을 참배했다.

사실상 호남권을 대표하는 광주·전남은 진보 진영의 텃밭으로 알려져 있지만 전남 순천의 경우 보수정당이 광주·전남 지역에서 유일하게 깃발을 꽂은 곳이기도 하다. 광주·전남에선 최근 더불어민주당 내 계파 갈등으로 인해 현지 민심이 이상기류마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 민심이 민주당에 마냥 우호적이었던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이날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은 뒤 추모탑을 참배하고 행방불명자 묘역에 헌화한 뒤 5초 가량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묵념했다. 인 위원장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편에서 외신 기자들을 위해 통역을 하기도 했다.

인 위원장은 방명록에 ‘광주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완성해 가고 있읍(습)니다’라고 적었다. 휴대전화를 꺼내어 준비한 문구를 옮겨 적는 과정에서 오기로 인해 다시 작성하기도 했다.

인 위원장은 "광주 민주화운동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큰 업적이었고 우리 기억 속에 남아있다"며 "유대인들이 한 말을 빌리자면 ‘용서는 하되 잊지 말자’"라고 했다.

앞서 지난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2020년 8월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이곳을 찾아 ‘무릎 사과’를 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사과 이후 치러진 20대 대선에서 국민의힘의 윤석열 후보는 광주·전남지역에서 보수정당 대선후보로서 역사상 가장 높은 득표율을 보이기도 했다.


□ 17∼20대 대선 호남권 득표율

대선지역후보 및 득표율
20대 이재명(더불어민주당)윤석열(국민의힘)
광주84.82%12.72%
전남86.10%11.44%
19대 문재인(더불어민주당)홍준표(자유한국당)
광주61.14%1.55%
전남59.87%2.45%
18대 문재인(민주통합당)박근혜(새누리당)
광주91.97%7.76%
전남89.28%10.00%
17대 정동영(대통합민주신당)이명박(한나라당)
광주79.75%8.59%
전남78.65%9.22%

* 참고 : 19대 대선 땐 양대 정당 후보가 양강 구도를 형성한 다른 대선 때와 달리 3개 정당 3강 후보 구도로 치러졌음. 19대 대선 때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광주에서 30.08%, 전남에서 30.68%를 얻었음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보수 제1당은 17대 대선부터 치러진 네 차례 대선 가운데 20대 대선 때 광주·전남지역에서 가장 높은 후보 득표율을 나타냈다.

정치권에서는 보수정당이 20대 대선을 앞두고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으로서 전북 순창을 고향으로 둔 김병로 선생의 손자인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내세워 5.18 묘역에서 ‘무릎 사과’를 진행한 게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국민의힘은 이번에도 순천 출신 인요한 연세대 의과대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내세웠다. 인 혁신위원장이 5.18 묘역을 참배한 것은 호남 민심을 자극할 수 있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인 위원장이 당내 비주류 ‘이준석계’로 알려진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에 혁신위원 영입을 제안한 점도 호남권 표심을 사로잡으려는 일환으로 파악됐다.

보수정당은 9년 전 ‘예산 폭탄론’을 내세워 총선 때 광주·전남에서 유일하게 소속 후보를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시키기도 했다. 당시는 박근혜 정부 시절로 지금처럼 보수정당이 집권할 때여서 예산 편성 및 집행 등 집권당 프리미엄을 최대로 활용해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대표를 지냈던 이정현 전 의원은 19대 국회 때인 지난 2014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호남에 예산 폭탄을 퍼부을 자신이 있다"며 전남 순천·곡성 지역구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예산을 타내는 수준 혹은 아예 예산을 타 내지도 못하는 사람 대신 호남 예산을 늘려본 경험이 있고 획기적으로 예산을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 전 대표는 예산 폭탄론을 전면에 내세워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서갑원 후보를 누르고 순천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보수정당이 26년만에 호남권에 지역구를 둔 순간이다.

영남권인 경남 안동 출신으로 경기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낸 이재명 대표와 전남 영광 출신으로 전남도지사와 총리를 역임한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대선 때 치열한 경선을 치르면서 쌓인 후유증도 최근 호남 민심 향배의 변수로 꼽힌다. 호남지역을 텃밭으로 둔 민주당에 당내 계파 갈등 여진이 여전하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특히 광주·전남지역에선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주자들이 벌써부터 민주당의 각 계파를 내세우며 다른 어느 지역보다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측은 민주당의 이같은 당내 사정을 내심 기회로 보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민주당측은 반대로 광주·전남지역의 최근 민심 동향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비이재명(비명)계인 박광온 민주당 전 원내대표가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총사퇴하면서 당 지도부가 친이재명(친명)계 일색으로 맞춰졌다. 광주 재선 의원 출신으로 호남 몫 임명직 최고위원이었던 송갑석 최고위원마저 사퇴했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주 정책위의장에 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이개호 의원을 임명했다. 이 의원은 전남에서 3선을 한 인물로 중앙부처와 지자체에서 두루 근무한 당내 대표 정책통으로 알려져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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